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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판도 뒤흔든 시민구단 돌풍, '2%' 더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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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판도 뒤흔든 시민구단 돌풍, '2%' 더한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8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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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당초 강등후보 평가, 한 번씩 맞붙어보니 중위권 이상 전력으로 경쟁력 발휘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기업구단들이 올 시즌 시민구단이라고 얕봤다가 큰코 다쳤다.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가 끝나면서 각 팀이 모두 한 차례씩 맞붙어본 가운데 순위표가 다소 낯설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팀들이 대약진했기 때문이다.

'1강'으로 꼽혔던 전북 현대와 지난 시즌에도 2위에 올랐던 수원 삼성이 나란히 1, 2위를 달리는 것은 낯이 익지만 이후 순위는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을 다소 놀라게 하는 판도다.

강등후보로 꼽혔던 시민구단 이름들이 아래가 아닌 위에서 발견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성남FC와 김도훈 감독의 '늑대축구'를 앞세운 인천 유나이티드가 공동 5위에 자리하고 있고 광주FC는 시즌 초 상승세가 한풀 꺾이며 10위까지 밀려 내려가긴 했지만 3위 제주와 승점차가 2에 불과하다.

대전 시티즌은 1승 2무 8패 승점 5로 최하위에 있지만 2위 수원을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팀이 터뜨린 6골 가운데 5골을 넣은 아드리아노가 서서히 깨어나는데다 최근 실점도 크게 줄어 최소한 '고춧가루 부대'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 인천은 김도훈 감독의 '늑대축구'를 앞세워 공동 5위까지 도약했다. 아직 케빈의 골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K리그 클래식 판도를 흔들었다. 사진은 지난 9일 제주전 승리 뒤 기뻐하는 인천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 인상적인 경기력, 보여줄 것이 많은 인천과 성남

인천이 9라운드부터 3연승을 달리며 본격적으로 늑대축구의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의 3연승 과정에서 대전, 제주, 부산이 제물이 됐다. 쉽게 지지 않은 팀으로 변모했다.

인천 늑대축구의 중심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과 강한 압박이다. 상대팀을 공격할 때는 모든 선수들이 전진해나가면서 기회를 만들어낸다. 또 상대팀의 공격 때는 공격수들이 상대 진영부터 강하게 압박해주면서 역습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그 결과 김인성(3골)을 비롯해 7명의 선수가 고른 득점 분포를 보이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 케빈의 골 없이 5위까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아직 공격력에서 보여줄 것이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11경기에서 10실점으로 인천 특유의 짠물 축구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다. 광주, 수원과 1, 2라운드에서만 2골씩 4실점했을 뿐 나머지 9경기에서 6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무실점 경기도 세 차례나 된다.

김도훈(45)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했는데 많은 선수들이 합심해 팀을 만들어나가 상승세를 탈 수 있게 됐다"며 "동계훈련부터 전방 압박을 통한 수비 조직력에 중점을 둔 것이 쉽게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 성남FC는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치르는 강행군 속에 공동 5위까지 올랐다. 김두현(왼쪽)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큰 보탬이 된 영향이 크다. 사진은 지난 2일 FC 서울과 경기에서 수비수 이웅희를 돌파하는 김두현. [사진=스포츠Q DB]

성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대한축구협회(FA)컵까지 치르는 빡빡한 일정을 이겨내면서 공동 5위까지 오른 터라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시민구단으로서 처음으로 출전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까지 오르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성남 약진의 중심은 돌아온 김두현이다. 김두현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제 역할을 해주며 공격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또 젊은 공격수 황의조 역시 성남의 기둥으로 성장하며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골을 넣고 있다.

히카르도나 조르징요 등 브라질 출신 선수들의 공격력만 더 살아난다면 성남의 상위 스플릿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성남 역시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은 팀이다.

김학범(55) 감독은 "동계훈련에서 체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많이 두면서 선수들이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갖게 됐다"며 "황의조 등 여러 선수들이 맹활약해주고 있는 것도 지난해와 비교해 몰라보게 좋아진 체력 덕분이다. 여기에 김두현이라는 베테랑이 들어와 공격력이 힘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 두려워하지 않는 광주의 맞불 축구…잔뜩 웅크린 대전

K리그 챌린지 4위에서 클래식 승격이라는 기적을 이뤄낸 광주도 다른 팀에 결코 뒤지지 않는 공격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 광주는 시즌 초반 상승세가 꺾였지만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며 여전히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17일 포항과 경기를 치르고 있는 광주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의 강점은 많은 선수들이 고르게 득점한다는데 있다. 김호남 등 8명의 선수가 득점을 올리며 11경기에서 14골을 넣었다. 현재 팀 최다득점인 전북, 수원(이상 18골)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또 이미 2골을 넣은 이종민은 어시스트도 3개나 기록하며 오른쪽 풀백으로서 수비와 적극적인 공격 가담에 앞장서고 있다.

광주의 득점 효율성도 뛰어나다.  광주는 한 골을 만들기까지 8.5개의 슛, 4.3개의 유효 슛을 필요로 해 리그 평균(슛 8.86개, 유효슛 4.37개)과 비교해 큰 차가 없었다. 다만 광주가 강하게 공격에 맞불을 놓다보니 수비에서 안정감이 다소 떨어진다. 11경기에서 16실점으로 대전(21실점)에 이어 최다실점 두 번째에 해당한다. 11경기 가운데 무실점이 세 차례뿐이다.

성남, 인천, 광주가 선전하는 것과 달리 대전은 시즌 초반 여러 팀들에 크게 지면서 잔뜩 웅크린 분위기다. 조진호 감독 역시 상대팀의 공격에 맞불을 놓겠다고 별렀지만 제주전 0-5, 성남전 1-4 패배 이후 역습 후 공격으로 생각을 바꿨다. 그 결과 수비는 많이 안정됐다. 최근 7경기에서 9실점으로 나쁜 수비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아직 아드리아노에 의존하는 공격력이 문제다. 6골을 넣으면서 5골이 아드리아노의 작품이었다. 11경기를 치르면서 득점을 성공시킨 선수가 단 2명(서명원 1골)뿐이라는 점은 그만큼 공격 루트가 단조롭고 다른 공격자원이 상대 수비를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대전은 아직 최하위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수원을 2-1로 꺾은 것에서 보듯 언제든지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저력은 있다.

◆ 뒤떨어지지 않는 경기력, 따라와주지 않는 관중 흥행 규모

시민구단이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선전하고 있어 처음으로 기업구단의 강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부산이 11위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승점이 8에 불과해 10위 광주와 승점차가 5나 난다.

▲ 대전은 공격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을 버리고 선 수비, 후 역습으로 전환했다. 수비는 많이 안정됐지만 아직 공격은 아드리아노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수원 삼성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대전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다만 시민구단의 관중 흥행 규모는 아직 저조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민구단 가운데 인천의 흥행 성적이 가장 좋다. 인천은 지난 시즌 11라운드까지 평균 6534명이었던 평균 관중수가 올 시즌 7126명으로 9.1% 늘었다. K리그 클래식 전체 12개 팀 가운데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그러나 성남은 4404명으로 지난 시즌(4579명)보다 줄었고 대전(4419명)과 광주(2458명)에 불과하다. 성남과 대전, 광주의 평균관중 순위는 10위부터 12위까지로 최하위권이다.

시민구단 네 팀의 평균 관중을 모두 합쳐도 1만8407명으로 서울(1만9623명)과 전북(1만9540명)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광주는 유니버시아드 준비 때문에 광주월드컵경기장 대신 일부 경기를 목포축구센터에서 치른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3000명도 안되는 평균 관중은 분명 문제가 있다.

성적은 약진했을지 몰라도 아직까지 흥행 규모에서 실망스럽다면 완전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시민구단이 K리그 클래식에 더욱 깊게 뿌리를 내리려면 경기력 수준을 더욱 팬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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