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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성'서 열린 ACL 동해안더비, 자체로 역사가 될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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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성'서 열린 ACL 동해안더비, 자체로 역사가 될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0.20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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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스포츠Q(큐) 글·사진 김의겸 기자] 최근 10년간 K리그1(프로축구 1부)을 대표하는 구단을 꼽자면 단연 전북 현대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 전북이 설 자리는 없었다. 전북의 홈구장 '전주성'에서 한국 클럽축구 전통의 명가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결승 진출을 다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포항의 2021 ACL 4강전 중립 단판승부가 펼쳐졌다. 양팀은 치열한 공방전 끝에 연장까지 1-1로 비겼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포항이 5-4로 승리했다.

비단 명승부로 불릴만한 결과를 떠나 풍성한 스토리가 쓰였다. 

감염병 대유행 이후에도 자리를 지켜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축구가 갈 길을 알린 K리그는 실력으로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한 것은 물론 이번엔 '위드 코로나' 체제 프로축구라는 엔터테인먼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현대의 홈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간 동해안더비가 열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팬이라면 흥미로울 스토리가 넘쳐났다.

30년 전 포항에서 잠시간 룸메이트였던 홍명보 울산 감독과 김기동 포항 감독이 이제는 라이벌 클럽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지략대결을 벌였다. 둘 모두 현역 시절 포항을 대표하는 스타였지만 이날은 적으로 만났다.

지난해 전승 우승 신화를 쓴 울산은 올해도 단 한번의 패배도 없이 여기까지 올라왔다. 반면 포항은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최영준, 송민규 등 주축선수들을 다른 팀에 뺏겼음에도 승부처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며 아시아 4강에 들었다. 승리하면 준우승 상금 24억 원을 확보하니 다음 시즌 구상에도 숨통이 트인다. 동기부여가 확실했다.

울산은 2001~2002년 연속해서 ACL 전신인 아시안클럽컵을 제패한 수원 삼성 이후 19년 만에 K리그 팀으로는 최초로 2년 내리 결승 티켓을 따내겠다는 각오였다. 포항 역시 12년 전 ACL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때를 떠올리며 맞섰다.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신광훈은 당시에도 포항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신형민은 전북을 거쳐 이제 울산 소속으로 나섰다.  

코로나 여파로 이례적인 중립 단판경기가 펼쳐졌고, 전주에서 울산과 포항이 격돌하는 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울산이 홈팀으로 배정됐고, 울산 팬들은 전북의 홈 서포터석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AC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계속 미뤄지다 동아시아권 주요리그가 모두 종료된 11, 12월 들어서야 카타르 등지에서 '버블격리' 체제를 구축, 조별리그 막판 일정과 토너먼트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올해 역시 조별로 몇 장소로 나눠 그룹스테이지를 한 번에 치렀고, 동아시아 사이드 8·4강전을 전주에서 관중 입장을 일부 허용한 채 중립경기로 치르게 됐다. 8강에서 디펜딩챔프 울산이 명승부 끝에 홈팀 전북을 3-2로 누르고, 포항이 조별리그에서 이기지 못했던 나고야 그램퍼스(일본)를 제압하면서 전북 안방에서 아시아 최고 라이벌매치로 꼽히는 동해안더비가 성사되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위드 코로나 시스템이 정착돼 모든 게 조금씩 정상화되면 당분간 보기 힘든 광경이다.

5년 만에 4강에서 K리그 팀끼리 맞붙은 것은 물론 2년 연속 결승 진출 팀을 배출했다. 최근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인프라가 탄탄한 일본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던 K리그가 내용과 결과 모두 잡으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지난 시즌 코로나로 전 세계 리그가 멈췄을 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철저한 매뉴얼로 가장 먼저 리그 개막을 알려 한국 프로 스포츠 시스템과 국가적 방역의 우수성을 알렸다. 이번 전주 중립경기는 위드 코로나 시대 프로스포츠의 모델을 몸소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더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등 민관 협력을 통해 이번 제한적 유관중 일정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큰 사고 없이 치러냈다. 리그 잔여일정은 물론 다음 시즌 K리그 운동장 곳곳에 다시 활기가 돋아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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