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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저력, 최강 미국 '축제' 망쳤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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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저력, 최강 미국 '축제' 망쳤다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0.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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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축구 세계최강 미국이 개최한 축제는 그들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변방으로 평가받는 한국이 기대 이상 경기력으로 다시 한 번 훼방을 놓았기 때문이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 칠드런스 머시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 친선경기 1차전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랭킹 1위이자 2015 캐나다 월드컵, 2019 프랑스 월드컵 2연패 등 월드컵 최다우승(4회) 타이틀에 빛나는 미국을 상대로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끈질기게 버틴 끝에 값진 무승부를 챙겼다. 피파랭킹 17계단 열세를 극복했다. 역대 전적 4무 10패인데, 최근 2경기에서 2무를 거뒀다.

특히 지난 2019년 10월 6일 미국 원정에서 주장 지소연(첼시)의 득점으로 1-1로 비기면서 미국의 연승행진(17)을 멈추게 했는데, 또 다시 미국과 비기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미국은 이 경기 전까지 무려 홈 22연승을 달리고 있었는데, 23연승 도전이 좌절됐다.

[사진=AFP/연합뉴스]
지소연을 중심으로 한 여자축구 대표팀이 2년 만에 다시 만난 세계최강 미국과 또 비겼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골키퍼 윤영글이 대단한 '선방쇼'를 펼쳤다. [사진=AFP/연합뉴스]

한국은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라인업을 내세웠다. 잉글랜드에서 뛰는 3인방이 모두 선발로 나섰다. 교체는 최대 6명까지 가능했지만 내년 1월 인도에서 있을 여자아시안컵에 대비해 실전처럼 카드를 아꼈다. 여자아시안컵은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최종예선을 겸하는 중요한 대회다.

윤영글(경주 한수원)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포백은 왼쪽부터 장슬기, 홍혜지, 임선주(이상 인천 현대제철), 추효주(수원도시공사)로 구성했다. 이영주(현대제철)가 수비를 보호하고, 조소현(토트넘)과 박예은(경주한수원)이 폭넓게 중원을 오갔다. 지소연이 공격을 조율하고 이금민(브라이튼)과 최유리(현대제철)가 전방에 섰다.

미국은 만원 관중 앞에서 알렉스 모건(올랜도), 매건 라피노(시애틀 레인) 등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켰다. 이번 한국과 2연전을 끝으로 은퇴하는 전설 칼리 로이드(314경기 134골)는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득점이 터지지 않자 후반에 들어와 공세에 가담했다.

미국은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지만 한국은 조직적인 수비와 전방 압박으로 맞섰다. 공을 끊어낸 뒤 침착한 역습 전개로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도 만들었다. 전반 34분 장슬기가 페널티박스 바로 밖에서 날린 슛이 골키퍼 선방에 걸리기도 했다.

수비에선 골키퍼 윤영글의 활약이 빛났다. 정확한 판단으로 침투패스를 일찌감치 차단했다. 수차례 동물적인 세이브로 한국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특히 한국은 후반 들어 로이드 은퇴를 기념하며 홈 연승을 이어가려는 미국 파상공세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놀라운 수비 집중력을 보여줬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여자축구 전설 칼리 로이드(오른쪽)의 은퇴경기였지만 한국이 쉽사리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미국 현지 중계방송사 ESPN은 경기 내내 로이드를 클로즈업하며 미국의 승리 및 로이드의 득점을 노골적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한국의 끈질긴 수비에 연신 감탄을 쏟아내고 말았다. 심판진은 후반 크게 지연된 장면이 없었음에도 추가시간을 4분이나 줬지만 오히려 한국이 공을 효율적으로 소유하며 경기를 무승부로 매듭지었다.

이날 미국은 유효슛 8개 포함 슛 19개를 퍼부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한국은 슛 8개 중 하나만 유효슛으로 연결했다.

한국은 오는 27일 오전 9시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알리안츠필드로 장소를 옮겨 다시 미국을 상대한다. 2연속 무승부로 자신감을 챙긴 만큼 미국 상대 첫 승에 도전한다.

이금민은 이번 2연전 소집 앞서 스포츠Q(큐)와 통화 인터뷰에서 "벨 감독님은 한국이라고 당연히 약하다는 마인드를 갖는 걸 싫어하신다"며 "강한 의지, 투지를 강조하신다. 외국인 지도자가 먼저 한국 축구라는 자긍심을 갖고 선수들에게 심어주려고 하는 게 느껴져 가장 좋다"고 밝혔다.

이날 전반에는 벨 감독 부임 후 꾸준히 지켜온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이라는 철학에 충실했고, 후반에는 수세 속에 견뎌내는 힘을 보여줬다. 아시안컵에서 호주(11위), 일본(13위), 중국(17위) 등 강호과 맞서 승리해야 월드컵에 갈 수 있다. 나아가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미국 같은 강팀을 상대로 승점을 획득할 줄 알아야 한다. 이날 경기력은 고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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