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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던 2차전, '미라클 두산'이 돌아왔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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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던 2차전, '미라클 두산'이 돌아왔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02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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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1차전 불안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상대의 실책과 투수진 난조도 있었으나 타오르는 화력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거셌다. ‘가을야구는 경험’이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님을 몸소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일 키움 히어로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서 장단 20안타로 16-8 대승을 거뒀다.

가을엔 두산만 만나면 힘을 냈다. 이젠 마찬가지로 강했던 LG 트윈스를 만나러 준플레이오프(준PO)로 향한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 2일 키움 히어로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서 안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 부임과 함께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3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두산. 가을의 강자라는 데 이견을 달 이는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최주환(SSG 랜더스), 이용찬(NC 다이노스)을 떠나보냈다. 두산이 우승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당연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시즌 중에도 두산은 예전의 강력함을 잃었다. 시즌 막판엔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동반 이탈하며 더욱 선발 무게감이 떨어졌다. 막판 선전으로 4위에 오르긴 했지만 가을야구에 나서는 과정 조차도 힘겹기만 했다.

1차전까지만 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벼랑 끝에서 맞이한 2차전 두산은 힘을 냈다. 올 시즌 두산전 2승 평균자책점(ERA) 0.82로 언터처블이었던 정찬헌을 상대로 1회부터 장타를 날리며 2점을 내더니 2회 도중 정찬헌을 조기 강판시켰다. 4회엔 두 번째 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5점을 더 내며 9-1까지 달아났고 사실상 여기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득점에 성공한 뒤 함께 기뻐하는 김재환(왼쪽)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불타오른 두산의 방망이를 꺼뜨릴 수 없었다. 6회엔 타자일순하며 6점을 더 냈다. 가을만 되면 작아졌던 박건우는 적시타를 때려냈고 시프트를 좀처럼 뚫지 못하던 김재환은 밀어치는 안타를 날렸다. 부상에서 돌아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박세혁도 3안타를 날렸다. WC 역대 최다인 20안타 기록을 세웠고 선발 전원 득점에 성공했다. WC 처음이자 포스트시즌 7번째. 김재호를 제외하곤 선발 전원이 안타도 만들어냈다.

이날 5타수 3안타 4타점 맹활약한 양석환은 경기 후 “두산의 가을야구에 대한 자신감은 더 이상 말 안해도 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오늘 대량득점한 건 이어질 시리즈에도 좋은 영향과 자신감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5이닝을 책임지진 못했으나 김민규도 기대이상이었다. 5회 2사 이후 주자 2명을 남기고 교체됐는데 이현승이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이며 실점은 3까지 늘었으나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만한 투구였다.

타자들은 연습 배팅을 하듯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키움 투수들을 좌절시켰다. 이 과정에서 조수행 등 대주자를 활용하며 작전 야구도 펼쳤다. 김재환과 양석환이 수행한 더블스틸 성공도 두산엔 소중한 경험이었다. 안권수, 박지훈 등도 경기 후반 투입되며 준PO를 대비했다.

김민규는 선발로 나서 호투를 펼치며 준PO를 앞둔 김태형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지며 보다 다양한 불펜 투수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날은 여유 있는 리드 덕에 김명신을 시작으로 권휘, 최승용 등 다양한 투수들을 테스트하며 LG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불펜에서 대기하던 최원준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토종 에이스 최원준은 올 시즌 LG전 한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선발 무게추가 많이 기우는 상황에서 최원준을 아껴 LG전을 앞두고 한결 계산이 쉬워졌다.

김태형 감독은  “어려운 경기를 잘 해냈다. 부담감이 있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잘 풀어나갔다”며 “승리조가 점수 차가 많이 난 덕분에 안 던졌다. (최)원준이도 쉬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두산 앞에 붙는 수식어 중 하나로 ‘미라클’이 있다. 하위팀으로 가을야구에 나서 승리를 일궈낸 역사를 몸소 체험한 팀이다. 2001년과 2015년에도 준PO에서부터 치고 올라가 ‘업셋 우승’ 기적을 써냈다. 올 시즌 WC 결정전부터 시작한 두산이 이번엔 새로운 역사를 써낼 수 있을까. 우려와 달리 매우 좋은 출발을 알려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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