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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시리즈, KT에 '가을두산' 향기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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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시리즈, KT에 '가을두산' 향기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6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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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병살 3개면 이길 수 없다.”

유명한 야구 격언이다. 그러나 이날 두산 베어스는 병살 4개로 고개를 숙였다. KT 위즈의 철벽 내야진 앞에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KT는 15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7전4승제) 2차전에서 6-1 완승을 거뒀다.

1,2차전을 모두 챙기며 우승 확률은 88%(15/17·양대 리그 시즌 제외)까지 올라갔다. 이날 KT 승리의 요인은 마운드와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몇 차례 결정적인 수비가 승부의 균형추를 움직이게 했다.

1회초 결정적인 다이빙 캐치 이후 재빠른 2루 송구로 병살타를 만들어내는 박경수.

 

KT가 내세운 2차전 선발은 소형준. 1선발급 고영표를 불펜으로 전환시킨 가운데 이강철 감독의 선택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아닌 소형준이었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두산전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ERA) 5.40, 소형준은 3경기 2승 ERA 1.00으로 강했기에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1회엔 2연속 볼넷, 2회엔 1사 후 안타, 3회엔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던 건 수비 덕분이었다. 1회초 병살을 만들어낸 수비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소형준이 초반부터 제구 난조를 보이며 연속 볼넷을 내주자 이강철 KT 감독은 서둘러 마운드에 방문하며 그를 안정시키려했다.

무사 1,2루에서 3번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도 강한 타구를 맞았는데, 수비시프트로 외야 쪽에 자리 잡고 있던 박경수가 몸을 날려 슈퍼캐치를 해냈고, 재빠르게 2루로 공을 뿌려 선행주자를 잡아냈다. 발이 느린 페르난데스 또한 1루에서 여유롭게 아웃시킬 수 있었다. 선취점을 내줄 수 있었으나 순식간에 2아웃을 만들어냈다.

박경수는 가슴을 두르리며 세리머니를 했고 소형준에게 편하게 던지라며 격려했다. 힘을 얻은 소형준은 이후 위기 없이 1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1회말 황재균이 솔로포를 날리며 분위기를 잡은 뒤 맞은 2회초 수비도 깔끔했다. 1사 1루에서 김인태의 땅볼 타구를 잡아낸 강백호는 과감하게 2루로 공을 뿌렸고 소형준이 비어 있는 1루로 발 빠르게 향하며 더블아웃을 완성했다.

전날 아찔한 실책을 범했던 황재균도 3회초 어려운 타구를 잡아내며 병살플레이를 이끌고 소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전날 경기 막판 아찔한 실책을 범했던 황재균도 이날은 힘을 냈다. 3회에도 1사 1루에서 강승호의 빠른 타구를 황재균이 넘어지며 잡아내 2루 송구, 이어 타자주자도 잡아내며 이날 병살타를 3개로 늘렸다. 팀이 6-0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서도 김인태의 타구를 잡은 1루수 강백호는 베이스를 먼저 찍은 뒤 2루로 공을 뿌리는 침착함을 보이며 리버스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가을만 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던 게 바로 KT의 상대 두산이었다. 올해도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가을 두산을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수비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탄탄한 수비는 승부처에서 번번이 두산이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이번 시리즈에선 양 팀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 두산은 1차전 결정적인 수비 2개로 고개를 숙였다. 믿었던 베테랑들이 범한 실책은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고 KT에 2점 차 패배를 당한 뼈아픈 장면이 됐다.

반면 KT는 과거 두산이 보여줬던 놀라운 수비들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이날은 두산에 KS 최다 연속 이닝 병살타 타이이자 한 경기 팀 최다 병살타 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겼다. 1,2차전을 모두 챙긴 KT는 창단 첫 우승을 향한 9부 능선 가까이에 다다랐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오늘은 수비로 이긴 것 같다. 1회초 박경수 수비 덕에 분위기를 탔다”며 “베테랑들이 집중력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평소였으면 놓쳤을 것 같은데 오늘은 집중력이 좋았다. 볼넷이 많았는데도 여유 있게 갈 수 있었던 건 그런 수비 덕”이라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결정적 수비로 데일리 MVP로 선정된 박경수는 "고참들을 대표해서 받는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3타수 1안타 1득점했으나 그보다 결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수훈 선수로 선정된 박경수는 “공격으로 받고 싶었는데, 수비 덕에 데일리 MVP가 됐다”며 “사실 너무 감사하다. 이번 상은 고참들을 대표해서 받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처음 나선 가을야구에서 두산에 덜미를 잡혔고 창단 첫 우승이라는 대업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더구나 박경수(37), 유한준(40) 등에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 누구보다 더 간절하게 경기에 나섰다. 박경수는 “1차전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 오늘은 노땅들이 한 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우승을 향한 집중력. 그러나 과도한 긴장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긴장했다기보다 아드레날린이 나온 것 같다. 모두 정확히 자신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 우리 팀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고 박경수 또한 “작년 플레이오프와 큰 차이는 없다. 더 큰 무대지만 같은 포스트시즌 경기라 비슷한 것 같다. 경기 시작 후 이닝을 거듭할수록 주말 정규리그 경기를 하는 기분으로 긴장감이 점점 낮아졌다”고 말했다.

고작 2번째 가을야구지만 지난해 경험은 큰 약이 됐고 우승을 향한 생각에 한 마음이 돼 더욱 집중력을 불태우고 있다.

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KT. 부상에서 복귀해 3차전 두산 선발로 예정된 아리엘 미란다만 넘어선다면 어렵지 않게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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