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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미라클 혹은 명품조연, 박건우-양석환에 달렸다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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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미라클 혹은 명품조연, 박건우-양석환에 달렸다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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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7년째 저러고 있는데...”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미라클’ 행보를 걸으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두산 베어스가 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양대 리그 시절을 제외한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의 우승 확률은 불과 12%(2/15)에 불과했다.

기적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팀 두산이기에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다만 ‘미라클 두산’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전제 조건이 따라붙는다. 김태형(54) 감독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우타 듀오 박건우(31)와 양석환(30)의 반등이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미라클'을 써내기 위해선 반드시 살아나야 하는 타자다. [사진=스포츠Q DB]

 

두산이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빠져 있었음에도 WC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PO)까지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7경기 평균 7.86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한 방망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가을무대 끝자락에서 헤매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 KT 위즈 투수들에 꽁꽁 막혔다. 1,2차전 합계 3득점에 그쳤다.

1차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김재환, 허경민, 강승호는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2차전 페르난데스는 3안타, 박세혁은 2안타 등으로 분전했으나 병살타 4개 등 번번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타선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박건우와 양석환이 김 감독 고민의 중심에 있다. 박건우와 양석환은 두산의 3,5번 타자를 줄곧 맡아왔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 문제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2,4번 페르난데스와 김재환의 좋은 흐름을 이어주지 못한다는 것.

페르난데스는 올 포스트시즌 무려 5할(40타수 20안타) 타율을 자랑하고 있고 김재환도 0.353(32타수 12안타)로 맹활약 중이다.

양석환 또한 한국시리즈 무안타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양석환은 타율 0.179(39타수 7안타), 박건우는 0.211(38타수 8안타)로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시리즈 들어서는 나란히 7타수 무안타. 양석환은 삼진 6개, 박건우는 3개를 당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각각 4차례, 5차례 타석에 섰지만 양석환이 볼넷 한 번 얻어낸 게 전부였다.

2차전엔 ‘가을영웅’ 정수빈의 갑작스런 부상 등으로 인해 타순 조정이 있었다. 김 감독은 허경민을 1번으로 세웠고 타격감이 좋은 강승호, 페르난데스, 김재환을 붙이는 타순을 들고 나왔다. 박건우와 양석환은 5,6번에 나란히 배치됐다.

이번에도 효과는 없었다. 3번 페르난데스가 3안타, 7번 박세혁이 2안타를 날렸던 걸 생각하면 그 사이에 놓인 박건우와 양석환의 침묵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박건우는 통산 타율 0.326로 역대 KBO 타자들 중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는 교타자. 올 시즌에도 타율 0.325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시즌 초 트레이드 돼 두산 유니폼을 입은 양석환은 타율 0.273 28홈런 96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썼다.

그렇기에 가을에 몰라보게 작아진 두 우타자를 보는 김태형 감독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박건우의 가을 공포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수많은 가을야구를 경험하면서도 통산 타율은 0.164(116타수 19안타). 특히 한국시리즈에선 0.174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0.042로 한숨을 자아냈던 2018년을 시작으로 최근 3년 연속 1할 대에 머물렀고 이번에도 아직 안타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맹활약 중인 페르난데스, 김재환의 뒤를 받칠 타선의 활약이 절실하다. 박건우, 양석환의 반등이 두산의 반격을 위한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스포츠Q DB]

 

김태형 감독의 한숨에 팬들도 공감을 하는 이유다. 2차전을 앞두고 양석환에 대해서도 “안 맞는다. 지금 밸런스라면 생각이 필요하다. 뒤로 빼는 게 맞다고 봤다”고 타순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페르난데스와 김재환, 허경민, 박세혁 등의 타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철저한 분석을 하고 시프트 등으로 맞서는 상대 투수와 수비진을 상대로 힘을 빼고 치는 타격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페르난데스와 김재환은 가볍게 밀어치며 극단적인 시프트를 뚫어내고 있다.

그러나 박건우와 양석환은 좀처럼 공을 맞히지도 못하고 있다. 타이밍이 맞지 않다보니 큰 변화를 그리는 공엔 터무니 없는 헛스윙을 하는 것도 자주 목격된다.

타격은 사이클이기에 하필 이 시기에 타격감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찾는다. 박건우는 그동안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지나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가을만 되면 힘을 내는 정수빈은 친구인 박건우에게 “너 아니어도 해줄 타자들이 많다. 하루에 하나씩만 친다는 생각으로 해보라”고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올 시즌 두산 타선의 핵심으로 거듭난 양석환도 마찬가지. 지나친 해결 본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결국 박건우, 양석환이다. 17일 오후 6시 30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한국시리즈 3차전. 여전히 정수빈의 출전이 불투명하고 투수들은 지칠대로 지쳤다. 아리엘 미란다가 돌아오지만 부상 이후 컨디션이 어떨지 확신할 수 없다. 페르난데스와 김재환만으로는 승부를 결정지을 만한 충분한 점수를 뽑아내기 어렵다. 공헌도가 적었던 둘의 활약 여부가 두산의 가을행보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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