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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님' 속 그 발언, 시청자는 왜 화났을까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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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님' 속 그 발언, 시청자는 왜 화났을까 [기자의 눈]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11.23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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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내가 오해한 거면 미안하잖아." - "그거 아주 좋은 자세야."

지난 20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는 엠넷(Mnet)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댄스 크루 리더들이 출연했다. 우승 크루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는 이날 '나를 맞춰봐' 코너에서 '누군가에게 매운맛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다.

허니제이는 "과거 주택 밀집 지역에 살았는데 내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다른 방향으로 걷던 남성이 방향을 바꿔서 내 쪽으로 오는 걸 봤다. 주변을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상한데?'하면서 내가 오해한 거면 미안하니까 일단 골목으로 들어갔다. 생사람 잡으면 안 되니까"라고 덧붙였다.

 

[사진=JTBC '아는 형님' 방송 화면 캡처]
[사진=JTBC '아는 형님' 방송 화면 캡처]

 

이어 "(그런데도) 나를 계속 쫓아와서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가방을 앞으로 돌려서 열쇠 찾는 척을 했는데 안 지나가고 그냥 서 있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려고 했는데 그 남자가 나를 습격했다"라고 회상했다.

허니제이는 "괴한에게 입과 몸이 잡혔다"면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초인적인 힘이 나서 발로 차고 소리 지르면서 상대를 때렸다. 상대가 놀라서 내 가방을 들고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이후 '날아차기'로 괴한을 혼자 제압했다는 허니제이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고.

방송을 접한 일부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반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희철, 이수근 등 출연자들이 당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매운맛'을 보여줬다는 토크 주제에 걸맞는, '용감한 허니제이의 괴한 퇴치기'로 포장된 에피소드였지만 시청자들이 웃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JTBC '아는 형님' 방송 화면 캡처]
[사진=JTBC '아는 형님' 방송 화면 캡처]

 

자신이 오해한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사람이 자신을 지나쳐가길 기다렸다는 허니제이의 말에 김희철은 "그거 아주 좋은 자세"라고 칭찬했고, 이후 친구가 매일 집까지 데려다줬다는 부분에서 이수근은 "그 친구도 명분이 생겼다"며 농담을 했다. 온라인에 게재된 클립 영상에는 "그럼 수상한 사람이 따라와서 위험 느끼고 도망가면 나쁜 자세냐", "충분히 의심스럽고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등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최근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를 바라보는 남녀의 시선 차이가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어, 이번 논란이 더욱 관심을 모았다. 혼자 걷는 밤길을 두려워하고,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을 검색한다는 여성들의 호소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공포'라는 의견과 '젠더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는 주장 사이에 치이고 있다.

가수 전효성은 최근 여성가족부와 함께 한 데이트 폭력 관련 캠페인 영상에서 "어두워지면 집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오늘도 안전하게 살아서 잘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며 뭇매를 맞았다. 이후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한동안 출연하지 못했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에 사진이 무단 도용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는 형님'이 방영된 이날 뉴스에서는 데이트 폭력 및 스토킹을 당해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보도됐다. 이 여성은 가해 남성이 집에 찾아오자 경찰이 준 스마트워치를 눌러서 긴급 호출을 했지만 피해를 막지 못했다. 하루 걸러 하루, 비슷한 뉴스들이 보도되는 것이 실상이다.

일각에서는 '아는 형님' 특유의 악의 없는 예능 멘트를 지나치게 문제 삼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악의가 없다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에 맞닿아있는 공포가 어떤 이에겐 웃어넘길만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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