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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여자축구, 벨 감독 격앙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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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여자축구, 벨 감독 격앙된 이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2.0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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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콜린 벨 감독 부임 후 승승장구하던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을 앞두고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득점하지 못했고, 후반 막판 수비 집중력을 잃고 연거푸 실점하며 무너졌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친선 A매치 홈경기 2차전에서 0-2로 졌다. 한국이 뉴질랜드에 패한 건 1996년 3개국 친선대회 0-1 패배 이후 25년 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랭킹 18위 한국은 23위 뉴질랜드와 이번 2연전에서 1승 1패를 거뒀다. 지난 27일 1차전에선 2-1 역전승을 거뒀지만 이날은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였다. 늘 재치있게 한국어를 섞어가며 온화한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던 벨 감독도 경기 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은 내년 1월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예선을 겸하는 대회를 앞두고 부족한 점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경기를 압도하고도 0-2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여자축구 대표팀은 경기를 압도하고도 0-2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벨 감독은 1차전과 비교해 지소연(첼시)과 조소현(토트넘 홋스퍼), 장슬기(인천 현대제철) 등 핵심자원들은 그대로 두고 선발명단에 변화를 줬다. 중원에는 이민아 대신 이영주(이상 현대제철)가 자리했고, 최전방 스리톱은 추효주(수원도시공사), 여민지(경주 한수원), 최유리(현대제철)로 꾸렸다. 센터백 심서연(세종 스포츠토토), 골키퍼 김정미(현대제철)도 기회를 잡았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한 한국은 에너지 레벨 우위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다. 중원에서 수시로 뉴질랜드 공격을 끊어낸 뒤 측면을 거쳐 재차 중앙에 투입하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여민지의 다이빙 헤더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지소연의 중거리 슛이 골대에 맞고 나왔다. 전반 28분에는 4차례 슛이 수비와 골키퍼에 걸려 득점이 무산되는 등 숱한 기회를 골로 매듭짓지 못했다.

후반 들어서도 뉴질랜드에 잠시 흐름을 내줬지만 이내 분위기를 바꿨다. 이금민(브라이튼 호브 앤 알비온) 등을 교체 투입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결국 후반 38, 40분 연속 실점하고 말았다. 한국은 결정력 부족 문제점을 드러낸 반면 뉴질랜드는 주어진 몇 차례 되지 않는 기회를 잘 살렸다.

벨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어로 "많이 아쉬워요. 오늘 경기 놀라워요. 전반전 좋았는데, 후반전엔 못했어요"라고 밝히더니 영어로 "후반전 좋지 않은 경기력을 믿을 수 없다. 전반에는 잘해줬지만, 후반에 결론적으로 내줬다"고 되짚었다.

콜렌 벨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유튜브 화상 기자회견 캡처]
콜렌 벨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유튜브 화상 기자회견 캡처]

벨 감독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화가 난 듯 격앙된 채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후반에 뭘 한 건지 모르겠다. 우리가 경기에서 졌다는 걸 믿을 수 없다.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후반전에는 포지션이 좋지 않았다"며 "기회가 났을 때 확실히 득점해야 한다. 실점하면 안 된다. 우리의 계획을 90분 내내 유지해야 한다. 오늘 후반에 한 것처럼 경기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25년 만에 한국을 꺾은 지트카 클림코바 뉴질랜드 감독은 "행복한 결과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후반에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라인을 올리기보다 중원에서 상대 실수를 기다렸는데, 주효했다"며 기뻐했다.

1차전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뉴질랜드를 맞아 해법을 찾는 데 성공했던 한국. 2차전에선 골 결정력 부족과 막판 수비 집중력 결여라는 두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올 초 중국과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전반 초반 만든 리드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질적인 문제가 재발한 셈이기도 하다. 아시안컵 대비 실전 모의고사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올해 일정을 마무리한 '벨호'는 내년 1월 초 다시 소집돼 같은 달 20일 인도에서 시작되는 여자 아시안컵에 대비한다. 5위 안에 들어야 3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다. 그 앞서 12월 중 한 차례 소집훈련을 추가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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