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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중심' 리얼글러브, 선수가치 재평가된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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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중심' 리얼글러브, 선수가치 재평가된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02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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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그러나 상 이름과 달리 수상자들은 늘 각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을 뽐낸 선수들이 차지하기 일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엔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가 있다. 타자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하는, KBO리그(한국프로야구)의 골든글러브 개념의 실버슬러거가 있고 골드글러브는 이름처럼 최고의 수비력을 보인 선수를 뽑는 시상식이다.

그동안 수비력에 대한 평가가 박했던 국내에도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시상식이 생겼다.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새로 생겨난 ‘리얼글러브’다.

1일 열린 2021 마구마구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리얼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된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1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주관한 2021 마구마구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즈가 열렸다.

이 시상식은 수상자를 선수들이 직접 뽑는 방식으로 2013년 시작됐는데 올해 큰 변화가 생겼다. 올해의 선수상, 투수상, 야수상, 신인상, 재기선수상, 기량발전상 등으로 나눠 시상했던 것에서 리얼글러브 부문을 신설해 골든글러브와 유사한 방식으로 포지션별 최우수 선수를 선정하게 된 것.

주목할 점은 기존 골든글러브가 타격 능력에 더 집중했던 것과 달리 그동안 저평가 받아온 수비력에 더 초점을 두고 수상자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의 선수상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받았는데, 외야수 부문에선 이름이 빠져 있었다. 그를 대신해 최지훈(SSG 랜더스)과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배정대(KT 위즈)가 이름을 올렸다.

투수엔 고영표, 1루수는 강백호(이상 KT), 2루수는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3루수는 최정(SSG), 유격수 오지환(LG 트윈스), 포수 강민호(삼성)로 수상자가 결정됐다.

삼성 라이온즈 2루수 김상수는 아쉬운 타격 성적에도 불구하고 수비력을 인정받아 리얼글러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스포츠Q DB]

 

특히 김상수, 오지환, 최지훈, 배정대 등이 눈에 띈다. 김상수는 올 시즌 타율 0.235 OPS(출루율+장타율) 0.621, 오지환은 타율 0.254 OPS 0.691, 최지훈은 타율 0.262 OPS 0.704, 배정대는 타율 0.259 OPS 0.731로 타격에선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들을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리얼글러브는 달랐다. 국내야구 통계 전문사이트 스탯티즈 수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비 점수 50점, 나머지 50점은 선수단 투표로 수상자가 선정됐다. 김상수와 최지훈은 수상 후에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수상자들보다 더 좋은 수비 능력을 보인 선수들도 더러 있었다. 다만 수비 데이터 비중이 절반을 차지할 만큼 충분히 반영됐고 선수들이 현장에서 직접 느낀 수비 존재감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납득이 갈 만한 선정 방식이었다.

가을야구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업셋 기적을 써내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두산 베어스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뤄낸 KT의 성공 동력엔 수비가 있었다. 결정적인 수비 하나로 승패가 좌우됐고 분위기가 크게 엇갈렸다. 그럼에도 시즌 후엔 그동안 잘 쌓아온 수비 데이터가 경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즈의 리얼글러브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시작 단계이기에 아직은 완벽하지 않을 수밖에 없지만 선수를 평가하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해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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