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최민정 서러운 눈물, 너무도 힘들었기에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상태바
최민정 서러운 눈물, 너무도 힘들었기에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2.11 2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여제’의 자리는 외로웠다. 너무도 많은 악재에 시달렸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딛고 일어섰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8초46의 기록으로 수잔 슐팅(25·네덜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은메달을 확정한 최민정은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최민정의 눈물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최민정이 11일 2022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2위를 차지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시니어 무대에 등장한 최민정은 단숨에 여자부 최강자 자리에 등극했다. 2015년 모스크바, 2016년 서울 세계선수권에서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처음 나서는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이 기대될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평창 대회 1500m와 3000m 계주에서 정상에 선 최민정은 이어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 번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그러나 이후 부상 악령이 최민정을 덮쳤다. 평창 대회 때 당한 무릎 부상 여파가 이어졌고 재활에 전념해야 했다. 발목 부상까지 악재가 겹쳤다. 그런 가운데서도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도 2관왕에 올랐다.

기량을 회복할 만할 때 쯤 다시 한 번 넘어지며 부상을 입었고 부진이 길어졌다. 올 시즌 1차 월드컵에서도 크게 넘어지며 발목을 다쳤고 조기 귀국해야 했다. 이후엔 다시 부진. 4년 전과 달리 완벽하지 않은 컨디션으로 올림픽을 준비해야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시니어 데뷔 후 줄곧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심석희(25·서울시청)가 일으킨 논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표팀 코치와 자신과 동료들을 헐뜯은 사실이 밝혀졌고 심지어 최민정이 이길 바에는 다른 선수가 메달을 따는 게 낫다는 등 비뚫어진 경계심을 나타냈다.

막판 인코스 추월을 시도했던 최민정. 결국 2위로 통과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고의 밀치기 의혹도 불거졌다. 자신이 우승하지 못할 것 같으면 최민정을 넘어뜨릴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대화를 나눈 것. 실제로 최민정은 평창 대회 1000m 결승에서 심석희에게 밀려 넘어졌다. 고의성을 밝힐 수 없어 이 부분에 대해선 무혐의가 결정됐으나 최민정이 받았을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만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관심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심석희의 자격 징계 문제를 놓고 한동안 시끄러웠고 대표팀 분위기도 뒤숭숭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심석희의 올림픽 진출이 무산됐지만 충분히 훈련을 치르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올림픽에 돌입했지만 걱정은 오히려 쌓여갔다. 최악의 빙질 관리로 인해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했는데 최민정도 500m에서 희생양이 됐다. 2000m 혼성 계주에선 박장혁(스포츠토토)이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 도전이 또 한 차례 무산됐다.

노골적인 반칙과 편파판정으로 이득을 보는 중국으로 인해 생각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뿐하게 준결승에 진출한 최민정. 준결승에서 1위로 달리던 중 크리스틴 샌토스(미국),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에 밀리며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준결승 3위 중 가장 기록이 좋아 이유빈(연세대)을 제치고 가까스로 결승에 안착했다.

경기 후 좀처럼 눈물을 거두지 못했던 최민정은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게 생각이 많이 나서 그런 것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레이스 시작 후 줄곧 뒤에서 달리던 최민정은 2바퀴를 남기고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장기인 아웃코스 추월을 통해 순위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바퀴 샌토스와 폰타나가 뒤엉켜 넘어지는 과정에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끝까지 힘을 내며 인코스를 파고 들었다. 이를 간파한 듯 슐팅이 가드를 세웠고 몸싸움 끝에 날을 들이밀어 봤지만 슐팅이 0.052초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메달색이 바뀌었다.

최민정은 전광판을 바라본 뒤 한 차례 미소를 짓고는 서럽게 눈물을 보였다.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과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내내 눈물을 보였다. 이유빈이 다가와 다독여봤지만 눈물샘은 좀처럼 닫히지 않았다.

최민정의 입을 통해 눈물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간이 시상식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선 최민정은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게 생각이 많이 나서 그런 것 같다”며 “힘들게 준비하는 동안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주변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볼 순 없지만 여제에게 은메달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주종목 1500m와 3연패에 도전하는 여자 계주도 남아 있다. 최민정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종목도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에 3번째 메달을 안겨주며 마음의 짐을 하나 덜어낼 수 있었다. 남은 두 종목에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비상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