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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최민정 환한 미소,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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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최민정 환한 미소,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17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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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민정(24·성남시청)이 비로소 활짝 웃었다. 쇼트트랙사를 통틀어도 역대 최고의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대회 마지막 일정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그간 겪은 마음고생을 후련하게 털어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그릴 수 있는 최고의 해피엔딩이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간판 최민정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17초789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이미 세계기록을 보유 중인 그는 이날 준결승에서 올림픽기록까지 새로 쓰는 등 경기 내내 최강 기량을 과시했다. 압도적인 레이스를 벌인 준준결승부터 치열했던 결승까지 시종일관 가장 먼저 레이스를 마쳤다.

1000m 은메달을 따낸 뒤 펑펑 울었던 그는 이번엔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진=연합뉴스]
최민정이 1500m 1위를 확정한 뒤 활짝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그렸다. [사진=연합뉴스]

여자 3000m 계주 은메달 포함 이번 대회 3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올림픽에서만 5번째(금 3·은 2) 포디엄에 오른 그는 전이경(금 4·동 1), 박승희(금 2·동 3·이상 쇼트트랙), 이승훈(금 2·동 3·스피드스케이팅)과 함께 한국인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최민정의 금빛 질주로 한국 선수단은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승한 황대헌(강원도청)에 이어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 시즌 1500m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이유빈(연세대)과 함께 결승에 오른 최민정은 스타트부터 선두로 나섰다. 11바퀴 남겨둔 시점 후위에 있던 한위퉁(중국)이 갑자기 속력을 높여 질주해 치고나가는 변수가 발생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했다. 또 다른 금메달 후보였던 수잔 슐팅(네덜란드)이 따라붙으면서 레이스는 다시 소강 상태에 빠졌다.

남은 바퀴 수가 차츰 줄자 선수들은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3위로 달리던 최민정은 8바퀴를 남기고 승부를 걸었다. 주특기 아웃코스로 추월을 시작해 곧장 1위로 나선 뒤 2위 그룹과 거리를 벌렸다. 베테랑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가 바짝 추격했지만 최민정은 마지막까지 인코스를 지켜내면서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1000m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오열했던 최민정. [사진=연합뉴스]

4년 전 평창에서 1500m와 계주 2관왕에 등극한 최민정은 지난 4년 동안 변함 없이 최고 기량을 유지했고,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믿음직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국내외 대회가 다수 취소되고 경기장이 폐쇄돼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이 예정된 올 시즌이 시작된 뒤 숱한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10월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쌍두마차로 함께 호흡했던 심석희(서울시청)가 평창 대회 당시 1000m 결승에서 고의로 충돌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동료 험담 논란은 큰 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수선한 가운데 같은 달 나선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대회 도중 발목과 무릎을 다쳐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심신 양면으로 힘든 시기가 이어졌다. 

최민정이 주춤한 새 경쟁자 폰타나와 슐팅 등은 월드컵 시리즈에서 꾸준히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며 좋은 성적을 냈다. 최민정은 좌절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잡고 제 컨디션을 찾아갔다. 다시 대표팀에 합류해 월드컵 3차대회 1000m에서 은메달, 4차대회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베이징 출국 전 국내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국 쇼트트랙이 부진하다는 말이 많다. '쇼트트랙 하면 역시 한국'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힘줬는데,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사진=연합뉴스]
1000m 때와 달리 연신 활짝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에 들어와서도 시작은 좋지 않았다. 혼성계주 예선에서 탈락하고, 첫 개인전 일정이던 500m 경기 도중 미끄러져 탈락했지만 굳은 심지를 유지했다. 1000m, 계주에서 감각을 끌어올리더니 결국 정상에서 대회를 마쳤다.

최민정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1500m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간절하게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 나온 것 같아 행복하고, 너무 좋아서 안 믿기기도 하다. 두 번째 금메달이라 그런지 평창 때보다도 기쁜 것 같다. 정말 힘들게 준비한 과정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후련하다"고 밝혔다.

"선두에서 많이 끌고가던 상황이라 마지막에 지치더라도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마쳐 너무 기뻤다. 애초에 변수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내 페이스를 유지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1000m, 계주 은메달도 너무 좋았지만 외국에서 애국가를 꼭 듣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듣게 돼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힘들었던 지난 날을 돌아봤다. 1000m 준우승 뒤 오열했던 이유도 전했다. "준비가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 생각보다 결과가 안 나온 것 같아 아쉽고 속상했다. 내가 준비했던 걸 믿고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웃으면서 끝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1500m만 남은 상황에서 동료들이 나를 볼 때마다 '1500m은 무조건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해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같이 고생해준 동료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최민정이 금메달을 따내고 활짝 미소지으면서 쇼트트랙 대표팀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연합뉴스]

지상파 3사 중계진은 최민정의 시원한 레이스에 흥분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안상미 MBC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최민정이 드디어 해냈다. 정말 최고의 레이스를 보여줬다. 해낼 줄 알았다. 자신감 있게 정말 잘 끌고 가줬다. 역시 최민정"이라며 "마음껏 기뻐하고 마음껏 웃어도 된다"고 기뻐했다.

KBS의 이정수, 진선유 해설위원도 선배 입장에서 최민정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이정수 위원은 "이걸 이겨낸다. 디펜딩 챔피언이 드디어 웃는다. 잘 끝내줬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다. 내가 한국 가서 웃겨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약속한대로 밥은 사주겠다. 저렇게 웃는건 처음 본다"며 흐뭇해했다.

진선유 위원 역시 "이유빈도 수고 많이 했다. 마지막에 금메달을 따면서 우리가 다 이긴 경기가 됐다. 1500m가 가장 마지막이라 좋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슐팅의 3관왕을 막아줬으면 했는데 그렇게 됐다"고 했다.

"1500m는 최민정이다. 이번 올림픽 시작은 좋지 않았는데, 마무리는 해피엔딩"이라는 배성재 SBS 캐스터 발언에 최민정 금메달이 갖는 의미가 잘 요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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