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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에 싸늘한 여론, 키움의 문제인식은 거꾸로 간다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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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에 싸늘한 여론, 키움의 문제인식은 거꾸로 간다 [기자의 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2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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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세 차례 음주운전. 그러나 키움 히어로즈는 다시 강정호(35)를 품었다. 사회 전체적인 흐름임은 프로야구에서도 음주운전이 중범죄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키움은 지난 18일 “강정호와 2022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탈퇴해지 복귀 승인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해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엄격해졌다. 잠재적 살인행위를 세 차례나 벌인 그를 구제하겠다는 결정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음주운전 삼진 아웃을 당했던 강정호가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을 맺고 내년 복귀를 준비한다. [사진=스포츠Q DB]

 

실력만 놓고 보자면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손꼽히는 재능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해 2014년까지 통산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을 기록했다. 4차례나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직전인 2014년엔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으로 완벽한 빅리그 쇼케이스를 마쳤다.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진출해서도 첫 두 시즌을 부상으로 풀타임 활약하지 못했음에도 36홈런 120타점을 기록, 인상적인 순간을 보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낸 것.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은 뉴스 사회면에 소개됐다. 강정호는 처음엔 자신이 운전을 한 것이 아니라고 발뺌하기도 했다.

괘씸죄는 그뿐이 아니었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고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미국 취업비자 취득을 거부당해 2년간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피츠버그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도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채 방출됐다.

이후 강정호는 국내 복귀를 타진했다. 2020년 KBO리그에 복귀하기 위해 그해 5월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고 KBO의 1년 유기 실격과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6월 귀국해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복귀 수순을 밟았으나 거센 여론의 반발 끝에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복귀가 순전히 자신의 욕심 때문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래가 창창하던 메이저리거는 음주운전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망쳤다. 그러나 키움은 강정호에게 4번째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야구 선수로는 끝처럼 보였던 그의 커리어에 또 한 번 변화가 일었다. 키움은 지난주 미국에 머무는 강정호와 세 차례 통화를 통해 영입 의사를 전했고 강정호 측도 이에 동의하면서 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결정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40년 넘게 야구인으로 살아온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영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과연 야구 후배에게, 팀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그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일념으로 이토록 거센 비판도 감수하기로 한 것일까.

강정호의 연봉은 최저 수준인 3000만 원이다. 늘 재정적 부담에 시달리는 키움으로선 모험수를 걸어볼 만한 카드다. 오랫동안 방망이를 내려놨었다고는 해도 남다른 클래스를 자랑했던 그였다. 100%까지는 아니어도 3000만 원으로 충분한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섰던 게 분명하다. KBO의 1년 유기 실격 징계와 봉사활동 300시간을 마친 뒤 내년 복귀하면 이러한 비판 여론도 자연스레 사그라들 것이라고 판단했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스스로 정한 기준에서도 어긋나는 행위였다. 2015년 입단해 지난해 타율 0.296을 기록, 키움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송우현(26)이 떠오른다. 지난해 8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그를 키움은 곧바로 방출했다. 9월엔 윤리강령까지 선포하며 이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했다.

2년 전 한 차례 복귀 결정 후 거센 비판 여론에 번복 뜻을 나타냈던 강정호. 이번엔 어떤 비난도 감수하고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강정호의 영입은 이와 180도 다른 결의 행위다. 강정호는 같은 잘못을 세 차례 저질렀다. 더 심한 죄를 범한 강정호는 되고 송우현은 버려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팬들은 되물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내 임기가 올해까지라서 강정호가 오는 것에 대해선 딱히 할말이 없다”면서도 “정당한 징계를 받고 반성할 기회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야구 선수로 마무리할 기회를 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어떤 비판도 받겠다고 구단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어떤 비판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동안 키움 선수들은 많은 사건·사고를 일으켰다. 그러나 키움은 번번이 이들을 끌어안았다. 구단 차원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마치 프로야구의 ‘빌런(악당)’이 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같은 행보다. 영화처럼 극의 흥미를 더하는 역할이 아니다. 프로야구 판 자체를 망칠 수 있는 최악의 행보다.

키움과 일부 팬들은 “실력으로 보답하면 된다”, “잘하면 다 잊혀진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행동인지를 살펴봐야만 한다.

“국민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잠잠해질 겁니다“라는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처럼 야구 팬들의 강정호에 대한 비판도 그가 활약하면 잠잠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 야구 팬을 더 이상 개, 돼지로 여겨서는 안 된다.

프로야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거꾸로 가는 키움 히어로즈의 행동이 야구 팬들을 더 등돌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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