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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석, 7년만의 용인대 태권도 국가대표 '외유내강 굳은 심지로'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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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석, 7년만의 용인대 태권도 국가대표 '외유내강 굳은 심지로' [SQ인터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12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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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Q(큐) 글·사진 김의겸 기자] "그 말을 듣고 놀랐어요. 우리 학교에서 국가대표가 배출된 지 그렇게 오래 됐는지 몰랐습니다."

장은석(21)은 용인대가 7년 만에 배출한 태권도 국가대표다. 대학 입학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국내 대회가 줄줄이 취소돼 어려움을 겪던 그는 최근 대회가 재개된 뒤 빠르게 성적을 끌어올렸다. 

결국 2022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은 그는 내친김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노리고 있다. 그 잠재력을 인정받은 덕에 최근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엘나인인터내셔널과 전속 계약을 맺고, 국제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갓 약관 꼬리표를 뗀 장은석을 만나보니 부드러운 겉모습과 달리 속에는 제법 단단한 심지를 갖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장은석(사진)은 인교돈 이후 용인대가 7년 만에 배출한 태권도 국가대표다.

◆ 태권도 국대, 용인대서 7년만이라고?

장은석은 지난해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80㎏ 이상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인교돈(30·한국가스공사) 이후 용인대에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한국체대, 실업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명문 용인대의 국가대표 명맥을 다시 잇는다.

지난 2020년 입학하자마자 팬데믹 사태로 국내 대회에 나서질 못했고, 지난해 들어서야 조금씩 사정이 나아져 실전 무대를 밟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국남녀 우수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 예선 74㎏급에서 우승하더니 12월 국가대표 선발전 본선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해 2022시즌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이윽고 지난달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견 선발전 1차대회 68㎏급에서 우승해 기대감을 키운다.

주니어 시절 상비군에 든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국가대표가 된 건 처음이라 아직까지 얼떨떨하다고. 전남 순천에서 오랫동안 태권도장을 운영 중인 아버지 영향으로 다섯살 때 1품을 딴 그는 그렇게 16년 만에 국내 최강 타이틀을 얻었다. 

장은석은 "국가대표는 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따금씩 대회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기복도 심한 데다 그 정도로 뛰어나게 잘 하진 않았다. 대학 입학하고서 2학년 때 첫 대회를 나갔는데, 첫 판에 떨어지기도 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대표 선발전 직전 대회에서 우승해 자신감이 올랐는데 대표 선발전까지 통과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본래 68㎏급인데 대표 선발전에선 74㎏급에 나섰다. 생소한 체급이라 어렵기도 하지만, 역으로 상대 선수들이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했다.

"아버지께서 많이 좋아하셨다. 순천에 있는 태권도장 외관에 현수막도 걸렸다. 아버지는 늘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 말씀하신다. 아버지가 평생 운동만 하신 걸 지켜보신 어머니께선 내가 태권도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셔서 그만두라고 하시는데, 뒤에선 잘 챙겨주신다. 국가대표 된 뒤로는 태도가 좀 달라지시긴 했다"며 웃어보였다.

선발전 당시 직접 세컨드로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장종오 용인대 총감독이 기뻐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 교내 훈련 분위기도 달라졌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국가대표가 탄생하자 동료들이 받는 건강한 자극이 상당하다. 

장은석은 롤 모델로 이대훈을 꼽았다.

◆ 롤 모델이요? "당연히 (이)대훈이 형"

장은석은 한국 태권도 간판 이대훈(은퇴)과 인교돈의 직속 후배다. 그는 롤 모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대훈을 꼽았다. 이번 아시안게임 파견 대표 선발전에선 이대훈과 같은 체급인 68㎏급에 출전하기도 한다.

"이대훈 선수는 볼 때마다 놀라운 선수고, 당연히 롤 모델이 된 선수다. 영상으로 봐도 실제로 봐도 압도적이다. 체력적으로 지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도 이대훈 선수처럼 롱런하고,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올림픽에선 혈액암 일종인 림프종을 이겨낸 뒤 메달까지 따낸 인교돈이 큰 화제가 됐다. 인교돈의 학교 후배인 그는 최근 인교돈이 가장 어려울 때 그를 뒤에서 서포트한 매니지먼트사와 새롭게 계약하면서 그 뒤를 그대로 따르게 됐다.

"인교돈 선수는 그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정말 멋있다. 나였으면 같은 상황에서 포기했을 것 같기도 한데, 포기 않고 계속했다는 게 신기하다. 최근에는 계속 학교에서 훈련하고 있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대표님께서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잘 챙겨주신다"고 했다.

그렇다면 장은석이 스스로 생각하는 이대훈, 인교돈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는 "중·고교 때부터 선생님들께서 '상대를 가지고 놀면서 얍삽하게 잘 뛴다'고 하셨다. 경기운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취점을 낸 뒤 주도권을 쥐고 상대 움직임을 이용해 경기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장은석은 올해 세계선수권 출전이 확정됐다. 그 앞서 열릴 아시안게임 참가도 정조준하고 있다.

 ◆ "전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이미 출전이 확정된 세계선수권은 4월에서 11월로 미뤄졌다. 장은석은 이를 기회로 받아들인다. 그동안 실전 경험이 부족했던 만큼 착실히 내실을 다질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이다.

"미뤄진 게 낫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가 된 뒤 오픈 대회에 나섰을 때 내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왔다. 준비할 기간이 늘어난 건 좋은 기회다. 앞으로 국내외 대회가 많이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파죽지세로 아시안게임 파견 대표 선발전 1차대회에서 4승 1패로 우승했지만, 2차대회에선 부진해 최하위에 그쳤다. 3차까지 치러지는 파견 대표 선발전에선 체급별 국가대표 선발전 상위 3~4명이 풀리그 혹은 토너먼트로 순위를 가린다. 오는 16~17일 이어지는 3차대회에서 마저 좋은 성적을 내야만 아시안게임에도 갈 수 있다.

"2차대회에선 이번에 끝내야겠다는 욕심을 부린 데다 부담도 가진 탓인지 제 기량을 못 보여준 것 같다. 확실히 몸은 가벼웠는데, 경기에 들어가니 몸과 머리가 따로 놀았다"며 "하루 3회 훈련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유튜브 영상과 후배가 찍어준 영상을 돌려보면서 상대를 분석하고 있다. 지금은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엘나인인터내셔널 제공]
장은석은 부드러운 외모 이면에 굳은 심지를 갖추고 있다. [사진=엘나인인터내셔널 제공]

태권도에 입문한 뒤 어쩌면 가장 바쁘고 중요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은석이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성큼 다가왔다는 이유로 평소와 달라지는 건 없단다. '지금이 살면서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순간'인지 묻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태권도를 그렇게 막 좋아하진 않는데, 일단 돌입하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소홀히 하지 않았던 그 보상을 받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또 기복을 줄이고자 멘탈 강화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챔피언 마인드'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내가 간이 작다. 매 경기 나가면 새가슴이 된다. 멘탈적으로 단단해져야 한다. '모든 건 정신력에 달렸다’는 문구가 있더라. 국가대표 선수촌 입촌했을 때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앞으로 꾸준히 자주 와야 할 곳이라고 여기면서 차분히 현재에 충실하고 있다"고 힘줬다.

올림픽만큼은 아니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아시안게임을 향한 동기부여는 상당하다.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또 TV로 중계되기도 한다. 태권도를 넘어 운동선수로서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은 무대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대회고, 아무나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어렸을 때는 매일매일 올림픽에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래희망 란에 늘 '태권도 올림픽 국가대표'라고 적었다. 올해 반짝하고 끝나는 선수가 아니라 꾸준히 활약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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