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김광현 반즈, 투고타저 시대 특급투수 등장이오 [프로야구]
상태바
김광현 반즈, 투고타저 시대 특급투수 등장이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28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KBO리그(프로야구)에서 연일 호투쇼가 펼쳐지고 있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해도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투수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SSG 랜더스 김광현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호투했다. 팀은 연장 승부 끝에 1-1로 비겼으나 김광현의 평균자책점(ERA)은 0.47에서 0.36으로 더 낮아졌다. 이 부문 전체 1위로 올라섰다.

김광현과 찰리 반즈(롯데·0.54)는 0점대 ‘꿈의 ERA’를 기록 중이다.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1.13)와 윌머 폰트(SSG·1.36), 양현종과 로니 윌리엄스(이상 KIA 타이거즈·1.71), 박세웅(롯데·1.76), 고영표(KT 위즈·1.93) 등도 특급 투수를 떠올리게 하는 1점대 ERA로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SSG 랜더스 김광현이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의 호투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2시즌 동안 10승 7패 ERA 2.97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직장 폐쇄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국내 리턴을 택한 케이스. 그 어떤 외국인 투수도 MLB에서 활용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음에도 KBO리그를 택한 이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김광현은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KBO리그를 뒤흔들어놓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잘 던질 줄 누가 알았을까. 이날 포함 4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패배 없이 3승을 챙겼다. 피안타율(0.115)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 0.60) 모두 1위. 안타를 쳐내는 것은 물론이고 사사구로 걸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투구가 강점이었던 그지만 빅리그를 거친 뒤 더욱 노련해졌다. 이닝당 투구수는 14.16구. 매 경기 평균 6이닝 이상을 던지며 90구를 넘기지 않은 꼴이다. 효율적으로 맞춰 잡으며 경제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맞춰 잡기만 하는 유형의 투수라고 볼 수도 없다. 롯데는 올 시즌 팀 타율 0.266으로 가장 무서운 타격을 뽐내고 있는데 김광현은 이날 삼진 10개를 잡아냈다. 이로 인해 덩달아 투구수가 늘긴 했으나 스스로 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인다. 야수진에서 2차례 실책이 나오며 1점을 내줬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6회 타격 1위 한동희에게 중앙 담장 직격 2루타를 맞은 뒤에도 이대호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뒤 D.J 피터스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불을 껐다.

2009년 12승(2패)을 챙기며 ERA 2.80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던 김광현은 13년 만에 타이틀 재탈환에 도전한다. 그러나 그를 저지할 후보군도 적지 않다. 롯데 반즈가 가장 위협적인 경쟁상대다. 반즈는 5경기에서 4승을 챙기며 0점대 ERA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 찰리 반즈는 짧은 로테이션에도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며 래리 서튼 감독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흘 휴식 후 등판하는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래리 서튼 감독의 선발 구상도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류지현 LG 감독이 직접 언급했을 정도로 튼튼한 어깨도 강점이다. 

NC 루친스키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6일 두산 베어스전 5이닝 5실점(3자책)하며 흔들렸으나 ERA는 여전히 1.13으로 전체 3위다. 팀 부진으로 인해 2승 2패, 승운이 따르지 않으나 굴하지 않고 제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1점대 ERA 투수들이 저마다 강점을 내세워 KBO리그 타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KT 잠수함 고영표와 개막전 9이닝 퍼펙트 피칭을 한 SSG 폰트는 피안타율과 WHIP에서 김광현 뒤를 나란히 장식하고 있다. 친정팀으로 복귀한 KIA 양현종도 투구 지표 전반에서 상위권을 장식 중이다.

ERA는 2.25로 이들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탈삼진(40개) 1위에 올라 있는 키움 안우진도 주목을 받는다. 최고 시속 160㎞를 넘보는 광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 등을 상대한 타자들은 하나 같이 혀를 내두른다.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의 기록에 범접할 수 있을지도 기대를 키운다. 선 전 감독은 현역시절 3차례나 0점대 ERA를 기록했다. 특히 1986년엔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며 262⅔이닝을 소화하며 ERA 0.99를 기록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기록이지만 지금과 같은 투고타저 현상이 이어진다면 절대 불가능한 기록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인해 투수들의 호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록 달성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명품 피칭을 지켜보는 게 2022시즌 KBO리그의 새로운 흥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퍽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