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시즌은 마무리됐지만 다음 시즌을 이끌어갈 수장을 찾는 구단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굵직한 이름들이 새 구단의 살림을 맡기 위해 하나 둘 이동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허재(57) 전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허 전 감독이 4년 만에 농구계로 돌아온다. 고양 오리온의 인수자로 나선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데이원자산운용은 허 전 감독을 최고 책임자로 내정했다. 감독이 아닌 단장 역할을 맡게 될 전망.
2018년 국가대표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갖게 되는 새로운 역할이다.

선수 시절 7차례 농구대잔치 우승을 경험하고 대표팀에서도 국내 한 경기 개인 최다 기록인 62점을 넣으며 ‘농구 대통령’으로 불린 허재. 은퇴 후엔 전주 KCC 지휘봉을 잡고 2015년까지 장기 집권하며 팀을 두 차례 정상에 올려놨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팀 사령탑에도 올랐다.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던 그는 코트를 떠난 뒤 ‘예능 신생아’로 주목받았다. 의외로 부드럽고 귀여운 성격이 재조명됐고 예능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선 최우수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농구 대통령의 근본은 누가 뭐래도 코트에 있었다. 농구계로 돌아오고 싶었다는 허재 전 감독에게 데이원자산운용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데이터자산운용은 허 최고 책임자와 함께 혁신적인 프로리가 산업화를 선도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재 선임의 목적과 기대효과는 명확하다. 신생팀으로서 더 많은 홍보 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농구계에 잔뼈가 굵은 허 최고 책임자의 조언을 자양분 삼아 빠르게 프로농구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포석이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 팀을 이끌어갈 사령탑으로는 팀을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끄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승기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 전 감독은 최근 KGC인삼공사와 계약이 만료됐으나 재계약 합의에 실패했다.

데이원자산운용은 시장에 풀린 특급 매물을 놓치지 않았다. 연봉 4억 원, 계약기간 5년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에도 1+1으로 계약을 맺는 등 KGC와 계약기간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던 터라 장기계약에 더욱 매력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기 전 감독과 허재 최고 책임자는 용산고-중앙대 직속 선후배에 원주 TG(현 원주 DB)에서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팀을 이끌어갈 위치에서 만날 둘의 호흡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기 감독이 떠난 빈자리도 벌써 새 주인으로 메워졌다. 김상식(54) 전 대표팀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KGC는 18일 김상식 감독과 2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상식 감독도 오리온과 KT&G, 서울 삼성 등에서 감독직을 수행했고 2021년 1월까지 대표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특히 대표팀에선 25년 만에 월드컵 본선 승리도 이뤄냈다.
대표팀 감독 시절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한국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오는 등 전략가적 면모를 보였던 김 감독. 이미 양희종, 오세근, 전성현, 문성곤, 변준형 등을 지도해본 경험까지 있어 빠른 팀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따른다.

걱정은 프로 감독으로서 통산 승률이 0.364(39승 68패)에 불과하다는 것. 2013~2014시즌 이후 이어진 공백기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다만 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행 자격으로 이끌었던 한계가 있었고 대표팀을 지휘한 경험이 우려를 덜어줄 것이라는 견해도 뒤따른다.
지도자들의 연쇄이동은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만든다.
허재-김상식 감독 등을 거쳐 공석이 된 대표팀 감독 자리도 이날 새 주인을 찾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9일 추일승(59)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협회는 최근까지 대표팀을 이끌던 조상현(46) 전 감독이 지난달 말 창원 LG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생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공개 모집을 했고 추 감독은 지원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1997년 국군체육부대(상무) 코치를 시작으로 상무, 부산 KTF(현 수원 KT)에서 감독직을 맡은 그는 오리온에서 지도자로서 꽃을 피웠다. 2015~2016시즌엔 우승을 경험했고 이후에도 팀을 꾸준히 봄 농구에 진출시켰다.
지도자로는 드물게 박사 학위가 있는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델 해리스 전 감독이 쓴 ‘위닝 디펜스’를 번역해 출간하고 다양한 농구 서적을 펴낼 정도로 공부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전 여자프로농구(WKBL) 부천 하나원큐 감독이었던 이훈재(55) 코치와 함께 호흡을 맞춰 대표팀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이달 말 소집돼 내달 국내 평가전을 거쳐 오는 7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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