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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손흥민 순도, 살라-벤제마 앞선 참 가치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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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손흥민 순도, 살라-벤제마 앞선 참 가치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23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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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토트넘 홋스퍼는 일찌감치 4위 자리를 예감했으나 손흥민(30)과 그 동료들은 어딘가 조급해보였다. 아시아 최초 유럽 5대 리그 득점왕 자리를 눈앞에 둔 손흥민에게 많은 기회를 몰아줬으나 번번이 아쉬운 결과를 냈다.

모두가 활짝 미소를 짓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쾅, 그리고 쾅. 가장 손흥민스러운 골로 아시아인 그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전인미답 경지에 다다랐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 38라운드 방문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이 3-0으로 앞서던 후반 25분과 30분 연속골을 몰아쳤다. 토트넘의 4위 수성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득점왕 등극을 알리는 축포였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위)이 23일 노리치 시티와 EPL 최종전에서 골을 넣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 어느 때보다 비장했던 최종전. 5위 아스날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선 절대 패해서는 안 되는 경기였다. 더구나 리그 21골로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에 한 골 뒤진 채로 맞은 경기라 골 욕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늘 “개인 성적보다는 팀이 우선”이라고 말한 손흥민이지만 토트넘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자 골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동료들도 공격 기회만 오면 손흥민을 찾았다. 상대가 쉽게 예상할 정도의 몰아주기 양상이 전개됐고 리드 속에서도 오히려 토트넘의 공격은 한동안 답답한 흐름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손흥민 또한 조급해보였고 상대 골키퍼 슈퍼세이브에 두 차례나 골을 도둑맞기도 했다.

후반 투입된 루카스 모우라가 손흥민의 특급 도우미로 나섰다. 모우라가 전진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터치로 돌려놓자 손흥민은 각을 좁히려고 나온 상대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작은 틈을 찾아 골을 작렬했다. 살라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벤치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터뜨린 22호골은 그를 득점 공동선두로 올려놨다. 포효하는 손흥민 만큼이나 동료들도 제 일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5분 뒤 골은 가장 손흥민 다웠다. 문전에서 공이 높게 솟구쳐 올랐고 손흥민은 깔끔하게 잡아낸 뒤 상대 수비수를 가볍게 제치고 ‘손흥민존’에서 주특기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원더골을 터뜨렸다. 

모우라의 패스를 받아 22호골을 넣은 손흥민(오른쪽)은 5분 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는 원더골을 터뜨리며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사진=AP/연합뉴스]

 

23호골로 득점 단독선두로 올라섰던 것도 잠시. 울버햄튼 원더러스전 후반 교체 투입된 살라가 한 골을 추가한 것. EPL에서는 득점수가 같으면 출전 시간 등 다른 기록을 따지지 않고 해당 선수들이 공동 득점왕에 오른다. 공동 득점왕은 역대 5번째.

유럽 전체에선 2017~2018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에서 이란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현 페예노르트·당시 AZ알크마르)가 21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적이 있다. 보다 수준이 높은 EPL, 라리가(스페인), 분데스리가(독일), 세리에A(이탈리아), 리그앙(프랑스)로 묶이는 유럽 5대 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에서 넣은 1골(1도움)을 포함해 손흥민은 올 시즌 24골(8도움)을 몰아쳤다. 커리어 하이 기록. 이러한 손흥민의 활약 속 토트넘은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확보했다.

공동 득점왕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흥민의 진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페널티킥(PK) 골 없이 득점왕에 오른 건 유럽 5대 리그 중 손흥민이 유일하다. 살라도 PK 골을 제외하면 18골로 그 수가 대폭 감소한다. 유럽 5대 리그에서도 손흥민보다 많은 필드골을 넣은 건 각각 분데스리가와 리그앙 득점왕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리그 35골-필드골 30골)와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리그 28골-필드골 24골)뿐이다.

골든부트를 차지한 손흥민이 환히 웃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니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유럽 5대 리그 득점왕 레반도프스키, 음바페를 비롯해 라리가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와 세리에A 치모 임모빌레(라치오·이상 27골)는 모두 중앙에서 뛰는 정통 스트라이커로 보다 많은 득점 기회를 얻는 선수들이다. 반면 손흥민은 측면에서 주로 활약하면서 득점왕에 올라섰다.

슛 대비 골수를 비교해봐도 손흥민 골의 순도를 알 수 있다. 손흥민(슛 80회/23골)은 3.48번에 한 번꼴로 골을 넣었다. 레반도프스키는 3.94번, 임모빌레는 3.96번, 벤제마는 4.15번, 임모빌레는 5.14번으로 손흥민보다 더 많은 슛을 날려야 골을 얻어낼 수 있었다.

오른발(11골)과 왼발(12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도 상대 수비에겐 재앙과 같다. 뛰어난 스탯을 써낸 손흥민은 이날도 경기 후 팬들이 ‘뽑는 킹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올 시즌에만 벌써 14차례로 살라(13회)를 넘어섰다.

경기 후 중계사와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은 “(득점왕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일인데 말 그대로 골든부트가 내 손 안에 있다”면서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정말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 시즌 발전하고 있는 손흥민이기에 그 한계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 축구사에 새 역사를 써낸 손흥민이 다음 시즌엔 또 얼마나 발전된 기량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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