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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피어' 성남의 위대한 진격, 두목까치 김두현 있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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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피어' 성남의 위대한 진격, 두목까치 김두현 있으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21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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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완벽한 공수조율로 거함 광저우 격침…후배 다독이는 리더십까지, 시민구단 새 역사 창조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까치군단을 이끌고 있는 '두목까치' 김두현(33·성남FC)은 여전했다. 2000년대 중반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자리했던 김두현이 이젠 시민구단의 새로운 역사까지 창조하고 있다.

성남이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대이변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김두현의 힘이었다.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갑부구단으로 꼽히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2-1로 격침시킬 수 있었던 것은 김두현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두현은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성남이 넣은 2골에 모두 기여했다. 주장 완장을 찬 김두현은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로 조르징요의 완벽한 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추가시간에는 극적인 페널티킥 결승골까지 넣으며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무너뜨렸다.

물론 성남이 8강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속단하기엔 이르다. 오는 27일 중국 광저우에서 원정 2차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광저우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자칫 성남 선수들의 기가 꺾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경험이 풍부한 김두현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 성남 김두현이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2-1 승리를 이끈 뒤 의기양양하게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ACL 돌풍 일으키는 성남의 중심, 김두현이 있다

성남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심에는 김두현이 있다. 성남은 조별리그에서 감바 오사카(일본),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광저우 푸리(중국)과 경쟁했다. 시즌 초반 예상은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것이었지만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정도로 선전했다.

김두현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경기에서도 공수에서 완벽한 조율을 해냈다. 조르징요의 골을 만드는 과정 역시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팀 동료를 발견하는 정확한 시야가 돋보였고 중앙과 좌우 측면으로 폭넓게 움직이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김학범 감독이 "정즈를 막으면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공격이 크게 약화된다"는 말을 김두현이 실현시켰다. 김두현의 공수 맹활약에 정즈가 좀처럼 전방으로 올라가지 못해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김학범 감독은 "김두현은 나이가 있지만 체력적으로도 잘 준비가 되어 있는 선수여서 성남의 전력에 큰 힘이 된다"며 "또 후배 선수들이 김두현을 보고 본받는다.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김두현은 K리그 뿐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성남의 16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김두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K리그서도 예상 깬 성적, ACL과 병행하며 올린 위업

지난 시즌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으로 아시아 무대 도전장을 획득한 시민구단 성남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절실했다. 세르베르 제파로프가 있었지만 몸값이 너무 높았다. 선수층을 두껍게 하기 위해서는 제파로프를 내보내는 대신 2, 3명의 선수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결국 김학범 감독은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김두현에게 손짓을 보냈다. 이미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사제의 연을 맺으며 성남 일화를 최강으로 이끌었던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었다. 김두현은 성남의 '큰 형님' 역할을 해주면서 제파로프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울 수 있는 적임자였다.

김두현은 컨디션과 체력을 금방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김학범 감독은 꾸준히 경기에 출전시키며 신뢰를 보냈다. 잦은 출전을 통해 김두현이 경기력과 체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이라는 김학범 감독의 계산이었다.

김두현의 컨디션이 제 궤도에 올라오지 않은 시즌 초반 성남은 첫 3경기에서 1무 2패에 그쳤지만 김두현이 폭발하기 시작한 대전과 경기부터 3승 5무의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4일 대전과 경기에서 자신의 첫 K리그 해트트릭과 1개의 도움을 올린 김두현은 지난달 26일 제주전에서도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김두현의 활약 속에 성남은 3승 6무 2패로 인천과 함께 공동 5위다.

기업구단 가운데 성남을 이겨본 팀은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뿐이다. 포항, 제주, 부산, 전남 모두 성남을 넘어서지 못했다.

▲ 김두현은 시즌 초 체력과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김학범 감독의 신뢰 속에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으며 성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제주전에서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김두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후배들 다독이는 리더십, 갈수록 강해지는 성남

김학범 감독에게 김두현은 분신과도 같다. 이미 2005년 첫 인연을 맺었을 때부터 김두현은 김학범 감독의 4-2-3-1 포메이션의 중추 역할을 맡으며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가 됐다. 성남의 전성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김학범 감독과 김두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김두현은 노장의 대열에 들어섰다. 첫 인연을 맺은 뒤 정확하게 10년만에 다시 의기투합했고 당시와 마찬가지로 시민구단 성남의 전성기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김두현은 어느덧 노장의 대열에 들어서며 후배들을 다독이는 리더십까지 보여주고 있다. 성남 선수들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많지 않지만 '맏형' 김두현을 믿고 따른다. 두목까치 김두현이 있어 성남 선수들은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최근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만 보더라도 성남 선수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시민구단은 K리그에서 기업구단에 늘 밀려왔다. 자금력에서 시민구단이 기업구단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성남은 기업구단이 지배하는 K리그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최고의 갑부구단인 광저우 에버그란데까지 물리쳤다. K리그팀들이 모두 오른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전북, 수원, 서울 등이 1차전을 이기지 못한 가운데 시민구단 성남만이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며 8강행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김두현이 이끄는 성남의 '노 피어(no fear)'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 김두현(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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