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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졌던 공든탑, '측면으로! 다시 빌드업' [한국 칠레 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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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졌던 공든탑, '측면으로! 다시 빌드업' [한국 칠레 평가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06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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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빌드업 축구. 한 때 ‘티키타카’로 축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롱볼로 인한 공격전개보다는 발밑 패스를 기반으로 상대 압박에서 벗어나며 침착히 기회를 만들어 내는 플레이를 통칭한다.

파울루 벤투(53) 감독 부임 후 3년여. 대표팀은 과거 크게 익숙지 않았던 플레이 스타일은 고수했다. 수비 라인을 끌어내리는 전략의 아시아 팀들을 상대하며 ‘빌드업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고 브라질전 상대 압박에 제대로 패스를 연결하지 못하며 실수가 쏟아지자 또 한 번 이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벤투는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6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축구국가대표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황희찬(왼쪽에서 3번째)의 선제 결승골 등에 힘입어 2-0 쾌승을 거뒀다.

 

이날은 브라질전과는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 1위인 브라질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비해 최정예 전력으로 한국을 찾았으나 28위 칠레는 남미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국내파 11명 등 2진급 전력으로 팀을 구축했다.

지난 경기 대표팀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공격 과정에서 우수한 돌파력을 보인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티아구 실바(첼시)와 1대1을 이겨내고 골을 터뜨린 황의조(보르도), 말이 필요 없는 ‘월드클래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이 눈에 띄었고 이들은 상대 감독으로부터 인정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빌드업’에 대해선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브라질의 강한 압박에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아시아 예선을 치르는 동안엔 상대가 라인을 끌어내리고 플레이 해 의미 없는 ‘공 돌리기’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오랜 만에 강한 상대를 만나니 정작 우리 플레이를 제대로 수행해 내는 것도 버거운 모양새였다. 경기 내내 이어진 결정적인 실수들은 대패의 불씨가 됐다.

경기 후 ‘빌드업 축구’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질문에 벤투 감독은 “스타일 변화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빌드업 과정에서 다른 것들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어떤 걸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0번째 대표팀 경기에 나선 손흥민(오른쪽)도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공헌했다.

 

칠레를 상대로 더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측면 공격수 등 기존 중앙 미드필더보다 공격적 성향을 지닌 정우영(프라이부르크, 10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손흥민을 최전방에, 좌우에 황희찬과 나상호을 배치했다. 황인범(이상 FC서울)과 정우영(알 사드, 5번)을 더블 볼란치로 포백을 보호하도록 하고 공격 쪽에 더 힘을 싣는 전형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이전 경기와는 차이가 나타났다. 손흥민은 수비 상황에서도 많이 내려오지 않으며 힘을 아끼며 역습에 대비했다. 측면의 황희찬 혹은 나상호에게 공이 연결될 경우 둘은 빠르게 상대 진영을 향해 치고 나갔다. 때론 정우영과 손흥민이 측면으로 이동해 그 역할을 맡았다. 

상황에 따라 롱 패스도 시도했다. 상대가 라인을 많이 끌어올릴 땐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넣었고 한 번에 반대편으로 전환하는 패스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두 명의 정우영과 황인범은 측면의 공격수를 찾았고 벌려놓은 상태에서 공격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전반 11분 왼 측면에서 정우영(10)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자신 있게 중앙으로 치고 들어왔고 수비수 한 명을 제쳐내며 오른발 감아차기 슛, 공을 골문 우측 상단에 꽂아 넣었다.

변화된 전략을 들고 나온 파울루 벤투 감독(가운데)은 "“승리도 중요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찾은 문제점을 보완해낸 것이 의미 깊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빠른 전환과 속도감 넘치는 드리블에 상대 수비가 흔들렸고 황희찬의 환상적인 마무리까지 더해지며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대표팀은 측면에서 시작된 공격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기회를 창출해냈다. 마무리가 아쉬웠으나 이 과정 속에 결국 추가골을 더해내며 기분 좋은 승리로 마칠 수 있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이날 전략은 윙어와 스트라이커 통한 공격 전개였다“며 “승리도 중요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찾은 문제점을 보완해낸 것이 의미 깊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벤투 감독의 스타일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확고하다. 황희찬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빌드업 축구’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 “사실 ‘빌드업 축구’라는 단어 자체가 잘 이해가 안 된다.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패스와 빌드업이 기본이고 선수들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팬들의 걱정도 이해하지만 브라질전에서도 (공격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고 선수들도 믿음이 있다. 월드컵을 향해 가다 보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날 벤투 감독이 고수해온 ‘빌드업 축구’가 사라졌던 건 아니다. 빌드업이라는 기틀 속에 측면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성과를 낸 것. 기존 전술이 ‘벤투식 빌드업’이라면 이날은 한국 축구에 더 알맞은 ‘한국식 빌드업’이라고 평할 수 있었다.

6월 평가전 일정의 절반이 마무리됐다. 벤투 감독의 말처럼 이날 경기는 그동안의 벤투식 전술에 향한 의심 어렸던 시선을 털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오는 10일 파라과이(수원)와 14일 이집트(상암)전엔 어떠한 전술을 펼치며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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