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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호가 지킨 국내당구 자존심, 모방은 나의 힘!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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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호가 지킨 국내당구 자존심, 모방은 나의 힘!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28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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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정확히 1년. 다시 국내 선수가 정상에 서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비롤 위마즈(36·터키)도, ‘황제’ 프레드릭 쿠드롱(54·이상 웰컴저축은행 피닉스·벨기에)을 잡아낸 다비드 사파타(30·블루원리조트 엔젤스·스페인)도 조재호(42·NH농협카드 그린포스) 앞에선 고개를 숙였다.

조재호는 27일 경상북도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2~2023시즌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전(7전4승제·7세트 11점)에서 사파타를 세트스코어 4-1(15-9 9-15 15-9 15-7 15-1)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2020~2021시즌 3차 대회에 처음 PBA에 발을 들인 조재호는 1년 7개월 만에 3차례 결승에 오른 끝에 드디어 대관식을 가졌다.

조재호가 27일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다비드 사파타를 꺾고 PBA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포효하는 조재호. [사진=PBA 투어 제공]

 

◆ 삼세번 도전, 드디어 정상에

대한당구연맹(KBF) 소속 시절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11차례나 입상했던 조재호는 첫 시즌 적응기를 거친 뒤 이듬해 날아올랐다. 결승에 두 차례나 진출했다. 그러나 마지막은 늘 아쉬웠다.

지난 시즌 3차전에선 에디 레펜스(53·SK렌터카 위너스·벨기에)에게, 5차전에선 쿠드롱에게 덜미를 잡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더욱 이를 간 조재호는 거침없었다. 4강에서도 비롤 위마즈를 맞아 4-1로 손쉽게 제압했다. 누구든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결승 상대는 사파타. 지난 시즌에만 4차례 맞붙어 2승 2패로 호각세를 이뤘던 상대다.

한 세트씩을 주고 받았으나 이후 3세트 4-7로 뒤져있던 4이닝부터 득점을 시작하며 서서히 따라붙더니 9이닝 6득점으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이후엔 파죽지세였다. 4세트와 5세트 하이런 11점, 9점을 내며 단 3이닝 만에 끝내고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경기 후 조재호는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 준우승 두 번도 잘 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 생각은 다른 것 같더라. 우승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며 “찬스가 와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 결승전에서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됐고 우승할 수 있었다.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개막전 이후 6연속 외국인 선수들에게 넘겨줘야 했던 우승 트로피. 조재호는 우승으로 국내 당구 선수의 자존심을 지켜냈다.[사진=PBA 투어 제공]

 

◆ ‘외국인 천하’ 깬 조재호, 따라배우며 성장한다

일종의 사명감도 있었다.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강동궁이 정상에 오른 뒤 국내 선수들은 6개 대회 연속으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다.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재호는 4강을 앞두고 “한국 선수로서 책임감도 있다”며 “계속 우승 못했더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꼭 우승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4강에 오른 선수 중 유일한 한국 선수였다. 조재호는 “오히려 한국 선수가 많으면 ‘내가 못해도 누가 우승해주겠지’라는 생각도 드는데 혼자 남아서 진짜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결승에서 외국 선수 2명이 대결하는 걸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쳤다”고 말했다.

4회 연속 우승, 26연승을 달리던 쿠드롱을 사파타가 4강에서 잡아준 게 조재호에게도 반가웠다. “쿠드롱이 올라오면 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결 자체가 부담스럽기보다는 연승을 깨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지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쿠드롱, 사파타 등 외국 선수들의 높은 기량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 그러나 이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조재호는 “이들이 잘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며 “그 선수를 당장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단 기술을 빼앗아 오면 성장할 수 있다. 선수 생활을 하며 지금껏 계속 해온 게 카피다. 처음엔 국내 선수들, 월드컵을 다니면서는 해외 선수들을 보고 배우고 따라했다”고 말했다.

우승자가 된 조재호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가장 잘 친다는 선수들을 카피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게 익숙해지면 성적이 잘 나왔다”며 “다른 젊은 선수들도 이를 잘 따라해 자기화시키면 그게 실력이 충분히 좋아질 수 있고 한국 당구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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