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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자존심 전북, 일본에 안긴 '또 다른 굴욕' [A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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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자존심 전북, 일본에 안긴 '또 다른 굴욕' [ACL]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8.23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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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2년 전. 박지성(41)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는 한일전에서 통쾌한 선제골을 작렬한 뒤 얌전히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도는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어떤 특별한 제스처도 없었지만 일본은 한국에 안 된다는 듯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여전히 일본 축구 성지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산책 세리머니로 기억된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22일 이곳에서 열린 비셀 고베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을 앞두고 누군가 이 세리머니를 재현해주기를 바랐다.

산책 세리머니는 없었지만 전북은 2경기 연속 연장혈투 속 3-1로 이겼고 문선민(30)은 또 다른 세리머니로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국 축구 팬들에겐 다시 한 번 12년 전을 떠올리게 했다.

전북 현대 문선민이 22일 비셀 고베와 2022 ACL 8강에서 쐐기골을 넣고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K리그1 5연패 강팀이지만 올 시즌은 다소 주춤하고 있다. 그럼에도 ACL에선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16강에서 대구FC와 연장 승부 끝에 2-1로 이긴 전북은 일본 축구의 심장부 사이타마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상대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의 팀으로 잘 알려진 비셀 고베. 이니에스타는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으나 올 시즌 K리그1 득점 선두를 달리다 이적한 무고사를 선봉에 내세우며 전북을 저격했다.

전반 초반 이후엔 전북의 분위기였으나 선제골은 고베가 가져갔다. 다행스럽게도 전북은 바로우가 2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리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양 팀 모두 골문을 두드려봤지만 결국 연장.

그러나 결국 전북이 웃었다. 연장 14분 바로우의 크로스를 구스타보가 높은 타점 헤더로 마무리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에서 동점골이 간절한 고베는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했다. 

전북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어설프게 공을 처리하려는 고베 수비진에 문선민이 빠르게 달려들었고 공을 빼앗아낸 뒤 상대 진영으로 내달렸다. 수비수가 문선민을 향해 빠르게 다가섰지만 골문은 비어있었고 문선민은 가볍게 밀어넣으며 고베를 좌절시켰다.

연장 전반 앞서가는 골을 넣고 기뻐하는 구스타보. [사진=AFP/연합뉴스]

 

앞서 2골은 모두 외국인 선수들에게서 나왔다. 산책 세리머니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이젠 문선민의 차례. 일본 관중들이 가득한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아프리카TV BJ이자 유튜버인 감스트와 인연으로 시작해 문선민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세리머니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진 않지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깡충깡충 뛰며 가뜩이나 열 받은 고베 팬들의 가슴에 기름을 부은 세리머니였다.

문선민은 산책 세리머니는 다른 선수들도 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것으로 일본 축구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실제로 일본 스포츠 전문매체 도쿄 스포츠웹은 “일본에는 (산책 세리머니 대신) 다른 형태로 굴욕이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다만 김상식 감독은 만족하지 못했다. 경기 후 그는 4강에선 다른 선수들이 산책 세리머니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4강 상대는 또 일본팀.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다시 한 번 사이타마로 향해 우라와 레즈를 만난다. 문선민은 이번에도 골을 넣으면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산책 세리머니까지 즐기기 위해선 2골 이상이 필요한 셈.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축구 팬들은 전북이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켜내며 우라와마저 꺾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적진의 심장부에서 산책 세리머니와 또 다른 상징이 된 관제탑 세리머니까지 펼치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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