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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 조규성 이강인, 벤투 '늦은 후회' [대한민국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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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 조규성 이강인, 벤투 '늦은 후회' [대한민국 가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29 0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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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마치 전성기 시절 조재진(41), 고종수(44·이상 은퇴)이 오버랩됐다. 너무도 아쉬운 결과에도 조규성(24·전북 현대)과 이강인(21·마요르카)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파울루 벤투(53)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3으로 졌다.

아쉬운 패배에도 조규성과 이강인 만큼은 단연 돋보였다. 조규성의 강점을 더 잘 활용하지 못했고 이강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조규성(오른쪽)이 28일 가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골을 넣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그래도 황의조인데”, ‘K리그왕’ 조규성은 증명했다

벤투 감독이 처음 조규성을 대표팀에 선발했을 때까지만 해도 의아한 시선이 많았다. 경쟁에 밀려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못나갔던 기대감이 큰 골잡이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 그러나 조규성은 18경기 6골로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를 뒷받칠 백업 공격수 자질을 증명했고 당당히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출전을 확정했다.

더구나 최근 황의조가 소속팀 경기에서도 잘 나오지 못하고 부진이 깊어지며 조규성을 선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 부임 후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 프랑스 리그앙에서 활약했던 황의조에 무게감이 더 실리는 건 사실이었다. 결국 우루과이와 1차전 선발로 나선 것도 황의조였다.

1차전 황의조와 교체돼 가능성을 보였던 조규성은 훤칠한 외모로 뭇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루과이와 경기 전 9만도 되지 않았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이날 경기 전 70만을 훌쩍 넘어섰다.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멀티골을 작렬한 조규성(가운데)은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으며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물론 조규성이 더 빛난 건 피치 위에서 였다. 이날 원톱 공격수로 출전한 그는 전반 거센 압박을 펼치며 이른 시간 지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으나 팀이 0-2로 뒤진 후반 양질의 크로스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다. 처절한 몸 싸움을 이겨내며 문전에서 연이어 정확히 머리를 갖다 댔고 월드컵 첫 선발 데뷔전에서 멀티골을 작렬했다.

후반 막판 한국의 파상공세 때도 이강인 등과 찰떡호흡을 이루며 강력한 슛을 여러차례 날렸다. 상대 골키퍼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해트트릭까지도 가능했다. 축구 통계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조규성은 이날 양 팀 통틀어 최고인 평점 8.7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2골을 넣은 가나 모하메드 쿠두스(아약스·8.4)보다도 높은 점수였다.

경기를 마친 조규성은 지상파 방송사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항상 내게 주문하시는 게 싸워주고 공을 지키라고 요구하시는데 최근까진 많이 아쉬웠지만 오늘 세계적인 무대에서 ‘나를 한 번 증명해보자’, ‘믿음에 보답해드리자’라는 생각으로 앞에서부터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래서 너무 아쉽다”며 “어릴 때 보잘 것 없는 선수였는데 골 넣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도 꿈을 갖고 끝까지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그런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110만을 돌파했고 빠른 속도로 계속 더 올라가고 있다. 단숨에 한국 최고 골잡이로 이름을 알린 조규성은 “한 경기 남았기 때문에 진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 불사 질러서 열심히 할테니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실망스럽지 않은 경기로 보답 드리겠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던 이강인은 교체 투입 1분 만에 크로스로 도움을 올리며 흐름을 뒤바꿔놨다. [사진=연합뉴스]

 

◆ ‘슈퍼서브’ 이강인? 포르투갈 사냥 선봉에 선다

유년 시절부터 ‘날아라 슛돌이’라는 축구 유망주 육성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꿈나무는 놀랍게 성장했다.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에서 아끼는 기대주가 됐고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골든볼(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은 소속팀에서 확실히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대표팀에서도 몇 차례 이강인을 활용해봤으나 벤투 감독 전술 아래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벤투 감독에게 이강인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 이유다.

올 시즌 이강인은 지난 시즌 보였던 아쉬움을 완벽히 메워냈다. 벤투 감독도 지적했던 몸 싸움, 오프더볼 움직임, 수비 가담 능력, 체력적 문제까지 모든 부분에서 성장했고 마요르카의 주축선수로 등극했다. 나아가 라리가가 주목하는 미드필더로 손꼽혔다.

날카로운 킥을 앞세운 이강인(왼쪽)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포르투갈과 최종전 선발 가능성을 키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럼에도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 이강인은 단 1분도 기회를 받지 못했다. 벤투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본선 무대에서도 이강인은 기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우루과이와 1차전 벤치를 지키던 이강인은 후반 30분 교체로 나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출전 시간이 짧은 게 유일한 흠이었다. 그리고 이날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후반 12분부터 투입했다. 그리고 이강인은 전방에서 압박으로 공을 탈취한 뒤 날카로운 크로스로 조규성의 골을 도왔다. 이후 추가시간 포함 40분은 이강인의 시간이었다. 공격의 시발점이었고 대부분의 세트피스를 도맡았다. 예리한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건 땅을 치게 만들었다. 정규시간 기준 33분만 뛰었음에도 이강인은 평점 7.1을 받았다. 한국에서 조규성, 김진수(전북 현대) 다음으로 높은 평가다.

경기 후 이강인은 “투입할 때 항상 공격적으로 최대한 팀이 골에 가깝게 갈 수 있는 플레이를 요구하신다”며 “투입해서 반전이 있었지만 마지막이 많이 아쉽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이강인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다음달 3일 오전 0시에 열린 포르투갈과 최종전에 선발로 나설 수 있을까. 이강인은 “개인적인 것보다 팀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최대한 팀에 도움이 돼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 코칭스태프 다 최선 다해서 준비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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