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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후 재개 ‘결혼지옥’, 사과문이 전부였다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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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후 재개 ‘결혼지옥’, 사과문이 전부였다 [기자의 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1.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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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아동 성추행 논란 후 2주의 방송 중단 끝에 돌아왔다. 그러나 명확한 해결책 없이 반복된 사과문을 송출해 빈축을 샀다.

아동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지난 9일 방송 재개를 알렸다. 본방송을 시작하기에 앞서 결혼지옥 측은 자막 화면과 내레이션을 통해 "12월 19일 방송된 '고스톱 부부' 편에서 시청자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송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캡처]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캡처]

이어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전문가 분석을 통해 관계 회복솔루선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당시 상황에서 우려될 만한 모든 지점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앞으로 제작진은 모든 시청자가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해당 회차 논란 후 공개한 사과문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고스톱 부부 편은 사연자 남편이 7살 의붓딸에게 신체접촉을 하는 장면이 문제로 떠올랐다. 의붓딸의 거부 의사에도 남편은 아이의 엉덩이를 찌르고 다리 사이에 붙잡아 두는 등의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아동 성추행 비판과 프로그램 폐지 요구가 쏟아졌다. 신체 접촉을 강하게 지적하지 않은 오은영 박사를 향한 비판도 빗발쳤다. 여기에 수천 건이 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에 경찰의 아동 학대 수사까지 더해졌다. 이는 제작진의 평면적인 판단으로 빚어진 사태였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MBC 제공]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MBC 제공]

사과문 화면이 흐르고 오은영 박사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등장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논란을 언급하는 이는 없었다. 이들은 방송 중단 전과 다를 바 없이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방송을 이어갔다. 아동 성추행 논란에 참담한 심경을 전했던 오은영 박사도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이러한 결혼지옥의 태도는 지난해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논란에 대응한 것과 비교해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앞서 골때녀는 승부 조작 논란으로 책임자를 전면 교체했다. 방송 재개 당시에는 MC인 배성재와 이수근이 나서 사과와 함께 시청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점수판 설치, 경기감독관 입회 등 4가지 쇄신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태종 이방원의 경우 낙마 장면 논란 후 6주간 재정비를 거쳤다. 특히 동물 학대 정황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KBS 내 제작가이드라인 조항을 새롭게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비판을 받아들였다. 제작가이드라인은 동물보호 단체 관계자들의 자문을 받아 촬영 전 단계와 촬영 단계로 나눠 명시했으며 집고양이, 개, 조류, 어류, 말과 축산 동물, 파충류, 곤충과 거미류, 영장류, 야생동물 등 동물 특성에 맞는 조항을 내놓았다. 논란이 가진 무게와 신뢰 회복에 초점을 둔 두 프로그램의 결정은 시청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시청률 회복이라는 결과를 맺었다.

반면 결혼지옥 방송 재개에는 "문제점 분석"을 내세운 변명만이 자리했다. 피해 아동을 케어하겠다는 후속 조치 언급이 있기는 했으나 앞으로의 방송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저 왁자지껄한 웃음과 새로운 부부의 새로운 고민으로 덮혔다. 두루뭉실한 사과문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결혼지옥의 2주는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방도를 고민하는 시간이 아닌 시청자의 분노를 잠재우는 회피의 시간이자 출연진이 다시 미소 짓기까지의 휴식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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