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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전 결장 오지영, 트레이드 조항 문제는?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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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전 결장 오지영, 트레이드 조항 문제는? [여자배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3.01.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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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최하위 광주 페퍼저축은행이 설 명절 홈코트를 찾은 수많은 팬들 앞에서 서울 GS칼텍스를 잡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35)이 할 수 있는 건 응원이 전부였다. 트레이드 때 삽입된 특별 조항 때문이었다. 이 조항이 문제가 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배구연맹(KOVO)은 26일 오지영의 트레이드와 관련한 질의에 “계약서 내용은 명시적인 차별금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승인했으며 문체부 질의를 통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받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답변이 중요해진 상황. 문체부는 2021년 6월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를 마련했고 이에 따르면 오지영의 트레이드 관련 규정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페퍼저축은행 오지영(가운데)이 지난 23일 서울 GS칼텍스전 결장해 화제가 됐다. 벤치에서 응원에 집중했던 오지영은 트레이드 과정에서 '전 소속팀 상대 출전 금지 조항'으로 출전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KOVO 제공]

 

개막 후 16연패에 빠졌던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26일 2024~2025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오지영을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원 소속팀 GS칼텍스는 ‘전 소속팀 상대 출전 금지 조항’을 추가로 요구했다. 트레이드의 무게 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페퍼는 이를 수용했고 오지영은 지난 23일 GS칼텍스전에 나서지 못하고 벤치에서 응원만 했다. 

당초엔 이 조건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트레이드 후인 첫 맞대결에서 오지영이 벤치를 지키며 자연스럽게 그 비밀이 공개됐다. 중계 화면에서 이 장면이 수 차례 전파를 타며 오지영이 결장한 이유가 새삼 화제가 됐다.

프로배구 또한 문체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에 따른 계약을 맺고 있다. 특히 표준계약서 제4조(구단의 의무) 3항에 따르면 “구단은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능력 외에 인종, 국적, 출신 지역, 출신학교, 외모 등의 사유로 선수를 경기, 훈련에서 배제하는 등의 차별적인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있다.

이에 따르면 두 구단의 합의 내용은 선수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표준계약서 도입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오른쪽 끝) 없이도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 트레이드 조항은 배구계 미래를 위해서라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커지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또 트레이드 관련 제19조(트레이드) 1항 “구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본 계약보다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트레이드 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 개인 기록 타이틀 경쟁 등 선수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에서 불리함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은 약점을 메웠고 GS칼텍스는 페퍼저축은행이 자신들과 경기에만 오지영을 활용할 수 없게 돼 자동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KOVO는 “양 구단의 합의 내용은 표준계약서 제4조 3항의 명시적인 차별금지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승인했다”며 제19조 1항 위반 여부에 관해서도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이라 함은 선수에게 금전적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조항으로 인식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선수 권리보호 측면 등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바 문체부 질의를 통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제 주사위는 문체부로 넘어갔다. 문체부 해석에 따라 관련 규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KOVO는 “그 결과를 토대로 신속히 규정을 제·개정하는 등 구단들과 함께 발전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구단 간 합의이기 때문에 당사자인 오지영마저 이 내용에 합의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으나 배구계 미래를 위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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