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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 대부, '쟈니스' 성착취 파문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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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 대부, '쟈니스' 성착취 파문 재점화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3.03.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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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2019년에 숨진 일본 연예계 거물 고(故) 쟈니 기타가와가 생전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영국 BBC 폭로로 재점화됐다.

영국 공영 방송인 BBC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방송한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Predator: The Secret Scandal of J-Pop)’를 통해 기타가와에게 성학대를 당했다는 피해자 폭로를 보도했다.

지난 2019년 87세의 나이로 숨진 쟈니 기타가와는 일본 대표 연예기획사 ‘쟈니스 사무소’를 세우고 남자 아이돌 그룹을 주로 육성한 인물이다. 남성 4인조 '쟈니스'를 시작으로 57년간 '스마프(SMAP)', '아라시', '킨키 키즈'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아이돌 그룹을 여럿 론칭했다.

 

[사진=BBC 홈페이지]
BBC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Predator: The Secret Scandal of J-Pop)' 커버 [사진=BBC 홈페이지]

 

2011년에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콘서트를 프로듀스한 사람', '가장 많은 1위 싱글을 프로듀스한 사람'으로 등재되었으며, 2012년에는 '가장 많은 차트 1위 아티스트를 만들어낸 프로듀서'로 등재되는 등 일본 연예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실상을 달랐다. 이번에 보도된 BBC 다큐에서는 '하야시'라는 가명을 쓰는 남성이 10대 시절 기타가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5살 때 쟈니스 사무소에 이력서를 내고 오디션을 보면서 기타가와를 처음 만났으며, 이후 '기숙사'라는 곳으로 불려갔다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고통을 겪게 됐다고 털어놨다.

당시 기숙사는 기타가와의 자택 중 하나로, 수많은 소년이 함께 머물렀다고 한다. 성범죄는 다른 상황에서도 일어났으며, 다른 소년들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참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쉬쉬했다고 하야시는 회고했다. 또 그는 "성공한 소년들은 쟈니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마워했다. 이게 일반적인 성범죄와 다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특히 일본 대중에게는 기타가와를 향한 성범죄 폭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일본 언론과 기타가와의 아이돌 산업이 '상호 의존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자니스 사무소의 아이돌이 끌어들인 시청자, 독자, 청취자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쟈니 기타가와의 성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9년 일본 언론사 슈칸분슌(주간문춘)은 기타가와의 성적 학대를 주장한 10명의 이야기를 보도했고, 쟈니스 사무소 측과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도쿄 고등재판소는 기사 10건 가운데 9건이 사실이라고 2003년 7월 판결했으나, 기타가와는 사망할 때까지 형사 기소를 모면했다.

당시 이를 취재했던 나카무라 료타로는 "지난 23년간 이 일로 절망했다"면서 뉴욕타임스 등의 외신과는 다르게 다르게 일본 내에서는 해당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중 역시 침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이 사건이 하비 와인스타인 등 해외 연예계 성 착취 폭로와 대비된다고 꼬집으며 "일본은 공손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다. 무례함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성학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타인에게 부담을 주는 것처럼 비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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