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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없다… 또 한계 드러낸 한국야구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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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없다… 또 한계 드러낸 한국야구 [WBC]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3.1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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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을 고민하게 만든 것 중 하나가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은 오랫동안 국제대회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SSG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에게 의존했다.

이후 이들과 비견되거나 능가하는 투수를 찾기는 어려웠다.

도쿄올림픽에서 3승4패로 7팀 중 4위에 그친 한국 야구는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확연하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웠다.

지난 시즌 활약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있었지만 그는 과거 학폭문제로 대표팀 승선이 불가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서른 중반이 넘은 나이에도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한국 투수의 한계는 반복됐다.

WBC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전에서 진 후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BC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전에서 진 후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 혼신의 힘 다했지만…

10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2차전 일본과의 경기는 투수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경기였다. 선발 투수는 김광현이었다. 원래는 이번 대회에서 불펜으로 기용될 예정이었으나 확실한 선발카드의 부재로 선발로 나섰다.

일본전 선발 카드가 유력했던 구창모(NC 다이노스)가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부진했기 때문.

물론 김광현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을 꽁꽁 묶은 경험이 있는 등 국제대회 16차례 나섰다는 풍부한 경험도 고려됐다. 그는 1회부터 최고 시속 147km의 강속구를 뿌리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MVP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등을 상대로 2회까지 삼진 5개를 뽑아내며 묶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WBC 대표팀 투수 김광현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3회말 무사 2루에서 일본 나카무라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BC 대표팀 투수 김광현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3회말 무사 2루에서 일본 나카무라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으로 앞선 3회 김광현은 볼넷 2개와 안타 2개를 내주며 2실점해 강판됐다. 무사 2,3루에 등판한 2번째 투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들어오게 하면서 김광현의 자책점은 4점으로 늘어났다.

3-4라는 스코어를 감안하면 경기 중반 이후 얼마든지 쫓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김광현 이후 등판한 KBO리그 정상급 투수들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원태인-곽빈(두산 베어스)-정철원(두산)-김윤식(LG트윈스)-김원중(롯데 자이언츠)-정우영(LG)-구창모(NC)-이의리(KIA)-박세웅(롯데)이 차례로 등판했지만 합쳐 9실점으로 무너졌다.

일본 강타자들을 압도하는 투수가 없었다. 공이 조금만 높으면 일본 타자들은 여지없이 돌았다. 한국 투수들은 이날 9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어렵게 승부를 끌고 갔다.

WBC 대표팀 이의리가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경기에서 7회말 경기가 풀리지 않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BC 대표팀 이의리가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경기에서 7회말 경기가 풀리지 않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이날 3이닝 3실점(2자책)으로 흔들렸지만 안정적인 불펜을 앞세워 이날 13-4 역전승을 이끈 일본과는 대조적이었다. 2번째 투수 좌완 이마나가 쇼타(야쿠르트)는 최고 시속 154km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며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는 3피안타(1홈런)만 내주며 호투했다.

한국은 전날 9일 호주와의 1차전에서도 경기 중반 구원진들의 난조로 승리를 내줬다. 소형준(KT 위즈), 김원중, 양현종(KIA)이 잇달아 호주 타선에 장타를 내주고 6실점했다. 김원중과 양현종은 각각 3점 홈런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과거 2006년과 2009년 WBC에서 안정적인 투수진으로 각각 4강과 준우승에 올랐던 일은 과거가 됐다.

WBC 일본 대표팀 다르빗슈 유가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1회초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BC 일본 대표팀 다르빗슈 유가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1회초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이번 대표팀에 투수 15명 중 10명이 20대이다. 하지만 구창모가 빠지니 선발로 나설 수 있는 20대 투수가 부재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 투수 15명 중 13명이 20대다. 오타니와 다르빗슈를 제외해도 시속 161km를 던지는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2년 연속 15승을 올리며 5관왕을 차지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 등이 있다.

이날 9회 올라온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건스)는 21살인데 이날 최고 시속 156km의 강속구를 뿌렸다. 차원이 다른 투수들이다.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와 확실한 불펜 카드가 없다는 건 한국 야구가 앞으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야구를 오래 취재해 온 야구 칼럼니스트 무로이 마사야 씨는 8일 공개된 아사히신문와 인터뷰에서도 한국 투수진이 세대교체가 되지 않은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투수진에도 베테랑이 많아 20대에 선발로 뛸 수 있는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KBO리그에서는 1~2선발을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선수는 외국인이 많다. 젊은 투수가 자라기 어려운 구조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고 했다.

KBO리그에서는 최근 10년 중 7번을 외국인선수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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