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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가까이 박연진 있었다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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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가까이 박연진 있었다 [기자의 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3.1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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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문제의식을 지닌 작품이 가해자 손에서 만들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 글로리' 안길호 PD는 1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학창 시절 학교 폭력 사실을 인정했다. 폭로자가 등장한 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지 이틀 만의 번복이다.

안길호 PD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지평의 김문희 변호사는 "안길호 PD는 19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다"며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고 설명했다. 

안길호 PD. [사진=스포츠Q(큐) DB]
안길호 PD. [사진=스포츠Q(큐) DB]

안길호 PD는 "이 일을 통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마음 속 깊이 용서를 구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안길호 PD의 학교 폭력 사실이 알려진 것은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당일이었다. 지난 10일 미국 거주 한인 커뮤니티 '헤이코리안'에 '더 글로리 드라마 PD 학폭 가해자'라는 제목의 글이 게제됐고 해당 글은 학창 시절 안길호 PD에게 폭행 당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작성자는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이 어떻게 뻔뻔하게 학교폭력물을 다룬 드라마 PD가 될 수 있는지, 가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없다는 말이 진짜인지, 너무 어이가 없어 이 글을 올린다"고 분노했다.

이에 안길호 PD는 1996년 필리핀에서 유학한 바는 있으나 학교 폭력은 사실 무근이라고 발 빠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다시 사실 관계를 뒤엎으며 작품에 누를 끼치게 됐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안길호 PD의 학교 폭력은 더 글로리가 끼친 파장과 떼어놓을 수 없어 더욱 충격적이었다. 앞서 더 글로리 파트1의 인기와 함께 김동희, 스트레이키즈 현진 등 국내외 연예인 학교 폭력이 재조명됐지만 안길호 PD는 무결한듯 작품이 지닌 메시지를 강조한 바 있기 때문. 가해자는 "과거를 잊고 살아간다"는 더 글로리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더 글로리의 폭발적인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안길호 PD의 학교 폭력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2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영국은 3위, 프랑스 2위 등 유럽과 북미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파트2 공개 당일에는 넷플릭스 앱 일간 이용자 수가 55% 가량 증가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모든 생을 쏟아 부어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어린 날 겪었던 폭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몰아 넣은 과정을 통해 학교 폭력의 문제점을 강조해왔다.

그렇기에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이 어떻게 뻔뻔하게 학교폭력물을 다룬 드라마 PD가 될 수 있냐"고 분노한 최초 폭로자의 말 그대로 작품과 제작자를 분리해 바라보기 어렵다. 가해자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 진정한 사회적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시청자에게 심판의 잣대를 떠맡길 순 없으나 작품 인기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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