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양자경 소감에 '여성' 지운 SBS, 시청자 비판 쏟아지자
상태바
양자경 소감에 '여성' 지운 SBS, 시청자 비판 쏟아지자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3.03.15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SBS가 배우 양자경(61·양쯔충)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여성들’이란 표현을 삭제해 보도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양자경은 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배우 최초의 오스카 여우주연상이었다.

무대에 오른 양자경은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이것이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가능성이 되기를 바란다. 큰 꿈을 꾸면 꿈은 실현된다는 걸 봐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이어 "여성 여러분(ladies),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전성기는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라"고 덧붙여 큰 박수를 받았다. 아시아계 중년 여성 배우로 할리우드에서 성과를 이룬 양자경이 여성의 한계 없는 도전을 격려한 것이다.

이날 문제가 된 것은 SBS '8 뉴스' 방송이었다. SBS는 뉴스를 통해 수상소감을 소개하며 '여성 여러분(ladies)'이란 단어를 편집했다. 자막은 물론 양자경의 음성까지 묵음 처리했다. 반면 KBS와 MBC는 양자경의 수상소감을 원문 그대로 보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의 비판이 빗발쳤다. 언론을 통해 "꼭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해당 단어를 삭제했다"는 SBS 보도국의 입장이 전해졌으나 오히려 '자의적 해석에 따른 왜곡 보도'라며 뭇매를 맞았다.

 

[사진=]
[사진=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

 

SBS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여전히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시청자 박모씨는 "여성을 위한 응원도 온전히 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현실을 봤다"고 씁쓸해 했으며, 김모씨는 "멋대로 왜곡하고 중요성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뉴스 데스크를 이제 누가 신뢰하냐"며 거세게 비판했다.

홍모씨는 SBS의 해당 보도가 "시청자의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를 침해한 심각한 보도 윤리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하며 "지상파 방송의 한 축인 SBS 보도와 이에 대한 주장에 매우 실망했다. SBS 보도국의 보도 윤리에 대한 태도와 언론으로서의 역할, 신뢰성에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다"고 일침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SBS 측은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문제가 된 ‘여성들’이라는 표현을 살린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SBS 측은 연합뉴스를 통해 "의도를 갖고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And ladies’라는 말이 갖는 함의가 있기에 디지털 콘텐츠를 모두 수정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한편 양자경은 아카데미상 수상 다음 날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나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성차별을 겪는 모든 여성과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달라"고 밝혔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지역사회와 국내·국제 정치 등 각 레벨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한 양자경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장려하는 여성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60세이고 이제 막 생애 첫 오스카상을 수상했다"며 "내가 만난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 영웅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기쁨의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리는 것"이라며 기고문을 마쳤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