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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쓴 박정아-배유나 "우리도 예상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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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쓴 박정아-배유나 "우리도 예상 못했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4.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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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해내서 기분 좋아요." (박정아)

“모든 분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배유나)

엄살이 아니었다.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할거라고는 경기를 직접 뛴 선수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로공사가 우승 후보가 아닌데다 전력상으로도 정규리그 1위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뒤졌기 때문이다.

1~2차전을 내주고 3~5차전을 잡아내는, 시리즈를 뒤집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 못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3~5차전에서 1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승리를 따내는 역전의 팀으로 팬들에게 각인하며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역전 신화’를 썼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박정아가 6일 오후 인천광역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해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박정아가 6일 오후 인천광역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해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6일 5차전에서는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역대 여자부 포스트시즌 최장인 158분 동안 치러진 혈투였다.

도로공사 구단 역사상 챔피언결정전 두 번째 우승이다.

박정아는 경기를 마치고 “1세트에 10연속 공격하고 죽을 것 같았다”며 “저만 힘든 거 아닌데 너무 힘들어서 티가 났다.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참고 버텼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유나가 6일 오후 인천광역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서브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유나가 6일 오후 인천광역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서브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박정아는 이날 공격성공률은 28.17%에 그쳤지만 23점으로 32점을 몰아친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특히 승부처인 5세트에 6득점했다.

박정아는 체력이 부쳤지만 힘을 냈고 팀도 챔피언결정전 사상 최초로 1~2차전을 내주고도 우승한 팀 1호가 됐다.

박정아는 “제가 항상 건강한데 올 시즌은 첫 경기도 못 뛰었고 건강관리도 못했다. 잘 이겨낸 시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IBK기업은행 시절 3차례, 도로공사에서 2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해 통산 5번이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김종민 감독(왼쪽), 캣벨이 6일 오후 인천광역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해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김종민 감독(왼쪽), 캣벨이 6일 오후 인천광역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해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그는 “모든 우승이 기분 좋고 소중한 기억”이라면서 “앞에 4번 우승할 때는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시즌은 개인적으로 기대를 안했는데 우승을 하다보니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미들블로커 배유나는 “2017~2018시즌 우승할 때는 모두가 예상한 우승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이기게 되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봄배구를 하고 챔프전에 와 있고 5차전에서 15점이 돼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챔프전을 5차전까지 치렀지만 체력은 버틸만하다고 했다. 배유나는 “모두가 다 걱정하는 게 저희의 체력이었는데, 어린 친구들보다는 체력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얼마나 체력관리를 잘하는지도 팬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박정아와 배유나는 이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둘은 일단 오늘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캣벨은 MVP 소감으로 “너무 충격적이라 실감이 안 난다. 내일이 되어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 뛰었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올 시즌 중반 요비치(등록명 카타리나)의 대체 선수로 올 1월에 도로공사에 합류했다.

그는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저는 원래 밝은 성격인데 경기에 몰두하면서 지쳤다. 쉬고 내일부터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사령탑으로 도로공사에서 두 번의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이룬 김종민 감독은 편한 얼굴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김 감독 역시 이번 시즌에는 부담감을 덜어놓고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2017~2018시즌에는 팀 전력이 좋아서 잘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올해는 처음부터 (타 팀에서) 저희한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선수들하고 마음 편히 준비했다. 챔프전도 잃을 것도 없어서 상대가 더 부담스럽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버티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고 했다.

그럼에도 선수들과 똘똘 뭉쳐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너희끼리 똘똘 뭉치고 도와주고 그러면서 시즌을 치러야 한다. 나 잘났다 하면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저희가 누구 한 명이 특별하게 잘하기보다 7~8명이 뭉치면 굉장히 단단한 팀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기적을 일궈낸 선수들이 고맙다. 저도 오늘 시합하면서 선수들에게 감동받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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