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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명문' 부활 미션, 인하부고가 칼을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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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명문' 부활 미션, 인하부고가 칼을 갈았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3.04.1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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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프로배구(V리그) 남자부 구단수는 7개. 이중 무려 3개 팀 사령탑이 같은 학교 출신이다. 최태웅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 석진욱 안산 OK금융그룹 감독, 권영민 수원 한국전력 감독은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동문이다.

인천 미추홀구 재넘이길에 자리한 인하부고는 배구명문교를 거론할 때 늘 첫 손에 꼽힌다. 권영민 감독 전에 한국전력을 지휘한 장병철 전 감독은 최태웅 감독, 석진욱 감독과 동기로 '전설의 3인방'이라 불렸다. 프로야구(KBO리그) 투수 한승혁(한화 이글스)의 아버지로 알려진 한장석 전 인천 대한항공 감독, 대학배구 최고 명장 이자 SBS스포츠 해설위원인 최천식 인하대 감독, 현역 시절 '배구 도사'라 불린 박희상 전 서울 드림식스 감독도 인하부고가 낳은 인물이다.

"배구 명문 명성을 되찾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인하부고 선수들.

남자배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는 현재 23개. 한데 7자리뿐인 프로 감독 자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걸출한 스타를 많이 배출했으니 인하부고가 고등부의 강호로 여겨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수년간 침체기를 겪으며 다른 팀들의 ‘승리 제물’이 됐다.

지난해 인하부고에 부임한 조성철 감독은 생채기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인하부고 마지막 전성기 멤버였던 그는 “내가 뛰었던 2006년 이후로 우승이 없다”며 “모교의 갈증을 내가 풀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반드시 이 늪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감독은 대한항공, 구미 LIG손해보험(의정부 KB손보 전신)에서 프로생활을 했다. 곽승석(대한항공), 김정환(대전 KGC인삼공사) 코치 등이 입단 동기다. 한국전력 코치도 지냈다. 공격수 출신인 그는 인하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원자격을 받았고 지난해 교사로 승격해 배구부에 온전히 힘을 쏟게 됐다.

정구선 교장, 김우수 교사의 전폭적인 지지는 큰힘이다. 더는 1인 3~4역을 소화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자 조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훈련량을 크게 늘렸다. 외부 트레이너를 초청해 웨이트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세터 출신 백관웅 코치를 삼고초려로 영입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몰라보게 발전했다.

조성철 감독은 “인하부중 코치일 때부터 5년째 함께 하는 친구들이 꽤 많다. 오래 가르친 친구들이라 믿음이 강하다”며 “인하부고는 원래 조직력, 팀플레이로 배구하는 팀이었다. 악착같은 마음으로 예전 명성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순천제일고, 수성고 등에 항상 도전하는 입장인데 올해는 전국 입상권을 노려보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퇴임을 앞둔 정구선 교장의 배구 사랑도 대단하다. 그의 주도 하에 인하부고는 배구부 부진의 근본적 원인을 짚고 동문들과 허심탄회하게 협의했다. 그 결과 학교 자체‧학부모 지원‧동문 후원회 지원‧교육청 및 기타 단체 지원까지 예산 2억여원을 확보해 재정 걱정을 덜었다. 지난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체육관을 리모델링했고 겨우내 일본 전지훈련도 성사시켰다.

최준혁(왼쪽부터), 조성철 감독, 강병윤.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인하대와의 교류는 인하부고의 특장점이다. 조 감독은 “제가 최천식 감독님 제자이기도 하고 인하부고가 최 감독님 모교라 얻은 큰 행운”이라며 “다른 곳은 대학 강호인 인하대와 연습경기 잡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저희는 쉽다”고 웃었다. 선수들도 “수준 높은 형들과 겨루다보면 느끼는 게 많다”고 거들었다.

팀 분위기를 띄우는데 가장 역할이 큰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정환의 각오가 인하부고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리시브를 도맡는 그는 “훈련량이 전국 어느 팀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편인 것 같다”며 “일본 전지훈련으로 얻은 게 많다. 이제 누구도 우리를 쉽게 얕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구선 교장은 “선수들의 기량이 몰라볼 정도로 향상됐다.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며 “이전에는 맥없이 지고 실망했는데 작년부터 달라지는 게 보였다. 특히 전통적인 강팀 천안고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0-2를 뒤집은 이후 사기가 오르는 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된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인하부고 선수들.

그러면서 “자랑스러운 선배들이 이룩한 전국대회 우승을 우리 선수들도 할 수 있다. 여러분들이 훈련에서 흘린 땀의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해가 바로 올해”라며 “감독, 코치, 선수 모두 똘똘 뭉치는 끈적한 팀이 되길 바란다. 교장은 항상 든든하게 지원하고 응원하고 있다. 역량을 뿜어내 달라”고 성원을 보냈다.

인하부고는 최근 몇 년 새 ‘힙합명문’으로 주목받았다. Mnet의 브랜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래퍼들이 많아서다. 리듬파워(행주, 보이비, 지구인), 비와이, 씨잼, 최엘비가 인하부고 출신. 비와이, 행주의 '백투백 우승'으로 인하부고는 난리가 났다. 웹툰 작가 김나영(야옹이)의 남편으로 역시 웹툰 작가인 ‘프리드로우’의 전선욱도 동문이다.

주장인 레프트 강병윤, 청소년 국가대표인 미들블로커(센터) 최준혁 등은 “최근에 우리 학교에서 유명한 분들이 계속 나왔다. 우리가 원래는 배구로 잘 알려진 학교였던 만큼 이제 우리가 인하부고 출신 유명인의 계보를 잇겠다”고 활짝 웃었다. 움츠렸던 인하부고가 17년 침묵을 깨고 비상할지 관심이 모인다. 4월 태백산배가 그 시작이다.

■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배구부

△ 감독 : 조성철
△ 코치 : 백관웅
△ 선수 : 최정원 최준혁 최현준 강병윤 고혜성 김정환 박경빈 박진수 박천욱 이율 임태훈 장수호 차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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