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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 이정현 “지쳐서… 기립박수에 눈물”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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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 이정현 “지쳐서… 기립박수에 눈물”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4.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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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시작 전부터 크게 지쳤어요. 자신 있는 슛도 많이 빗나가더라고요. 경기 전날 당일에 가볍게 슈팅을 하는데, 다리가 떨어지지 않아서 못 했어요.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했지만 어쩔 수 없더라고요.”

고양 캐롯 점퍼스는 챔피언결정전 길목에서 탈락했지만 2년 차 가드 이정현(24)만큼은 영웅이었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4강 플레이오프 9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4분31초를 뛰면서 20.1점을 넣었다. 20점 넘게 득점한 경기가 5경기다. 정규리그(34분2초·15.1점)와 비슷하게 뛰었지만 평균득점은 정확히 5점이나 많았다. 팀 동료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22.4점)에 버금가는 활약이었다. 주포 전성현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이정현이 공격을 더 풀어줘야 했다.

“성현이 형이 제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독님도 제가 공격 비중을 늘리는 걸 원하셨어요. 저도 그래야만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보다 더 공격적으로 했어요.”

고양 캐롯 점퍼스 가드 이정현. [사진=KBL]
고양 캐롯 점퍼스 가드 이정현. [사진=KBL]

하지만 이정현을 비롯한 캐롯 선수들의 체력은 4강 플레이오프에 들어오면서 바닥났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캐롯은 18일 동안 플레이오프 9경기를 치렀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경기에 나섰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를 제쳤지만 푹 쉬고 나온 안양 KGC인삼공사를 상대하기에는 힘들었다. 전력상으로도 KGC가 앞섰다.

이정현은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19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34분21초를 뛰었다. “홈 경기였고 지게 되면 마지막 경기가 되잖아요. 팬들이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그 힘으로 뛰었어요. 사실 너무 힘들었는데, 거기서 힘들다고 멈출 수가 없었어요.”

팔꿈치 미세 골절 부상도 슛 정확도를 떨어뜨렸다. 이정현은 “당연히 슛할 때 불편하다”며 “테이핑을 하고 경기를 뛰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구단 트레이너였다. “옆에서 관리를 잘해줘서 큰 부상 없이 좋은 퍼포먼스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뛸 수 있었습니다.”

고양 캐롯 점퍼스 가드 이정현. [사진=KBL]
고양 캐롯 점퍼스 가드 이정현. [사진=KBL]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는 KGC와의 3차전을 꼽았다. 이날 캐롯은 접전 끝에 KGC에 72-76, 4점 차로 졌다.

“이날 1쿼터에 0-15로 지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나중에) 리드를 잘 지키면서 이겼으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갈 확률이 높았을 거예요. 저희가 이기고 있을 때 제가 리딩을 잘 못 본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챔피언결정전에는 못 올랐지만 이정현은 신인 시절이던 지난 시즌에 비해 각종 지표가 올랐다. 출전 시간은 경기당 평균 23분26초에서 34분2초로, 평균 득점은 9.7점에서 15점으로 올랐다. 이정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님이 제가 1번(포인트) 가드를 봐야한다고 했고 출전 시간도 많아지고 역할도 많아질 거라고 했어요. 전 너무 좋았죠. 프로에서 1번 가드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슈팅을 날리려고 했던 것도 득점력이 오른 데 영향을 끼쳤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이정현을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감이라고 홍보한다.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이정현은 받아들인다. 이정현은 “저도 욕심이 있기 때문에 그 목표를 감독님이 설정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이제 열심히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정현은 인터뷰 내내 팬들에게 고마움을 몇 번이나 표현했다. 19일 경기가 끝나고 이정현은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기념 촬영을 해줬다. “(경기 종료 10초 전에) 제가 벤치에 있었는데 팬들이 기립박수 치는 걸 봤어요. 여기서 끝난다는 게 너무 아픈데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체력은 바닥났지만 팬들이 사인 요청하는 걸 지나칠 수 없었어요. 감사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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