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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초인, 모든 걸 쏟아낸 36세 오세근 [KBL 챔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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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초인, 모든 걸 쏟아낸 36세 오세근 [KBL 챔프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5.0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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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2011~2012시즌 농구 코트를 휩쓴 ‘노란 머리’의 24살의 신인 선수가 나타났다. 2m의 신장과 100kg가 넘는 우람한 체격으로 수비수들을 쓰러뜨렸다. 정규리그 52경기에서 평균 31분 43초를 뛰면서 15득점 8.1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신인왕에 올랐다. 그의 뜨거운 활약상과 노란 머리가 어우러져 ‘라이언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안양 KGC인삼공사 오세근(36)의 이야기다. 오세근은 그해 원주 동부 프로미(원주 DB 프로미 전)와의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평균 36분 39초를 뛰면서 17.5득점 5.3점 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오세근을 앞세운 KGC는 당시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오세근은 KBL 최초로 신인왕과 챔프전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12년이 흐른 2022~2023시즌. 서른 중반이 넘은 오세근은 챔프전에서 최고의 주인공이었다.

KGC 오세근이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KGC 오세근이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경기 종료 31.1초 전 안양 KGC인삼공사 변준형(27)의 슛이 튀어 맞고 나오자 오세근이 뛰어올라 공을 낚아챘다. 서울 SK 나이츠 선수들이 달려들었지만 오세근은 악착같이 몸부림을 치며 공을 지켜냈다. 오세근은 이후 주어진 자유투 2개를 꽂아넣었다. KGC가 100-97로 점수 차를 벌리는 순간이었다. SK 김선형(35)과 김형빈(23)의 3점슛이 연달아 림을 벗어났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SK 나이츠와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이날 마지막 득점은 오세근의 손에서 나왔다.

KGC는 SK를 100-97로 꺾고 역대 4번째 챔프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정규시즌 우승에 이은 챔프전까지 우승하며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KGC는 지난 3월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우승까지 더해 이번 시즌 3관왕을 차지했다. 

KGC 오세근이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MVP를 수상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KGC 오세근이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MVP를 수상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오세근은 이날 38분 36초를 뛰면서 20점 13리바운드 4도움을 기록했다. 오세근은 경기를 마치고 기자단 투표에서 94표 중 71표를 받아 챔프전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이로써 2011~2012시즌·2016~2017시즌을 포함해 통산 3번째 MVP가 됐다. 양동근(전 울산 현대모비스)과 함께 역대 챔프전 최다 MVP 수상 어깨를 나란히 했다. KGC의 역대 챔프전 우승 4번 중 오세근은 3번이나 MVP의 주인공이 됐다.

오세근은 이번 챔프전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7경기 평균 35분 56초를 뛰면서 19.1득점 10리바운드 2.4도움을 기록했다. 3점슛도 11개를 던져 7개를 꽂아넣었다. 지난달 25일부터 격일로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서 나온 대단한 기록이다.

김상식(55) 안양 KGC 감독은 “세근이가 힘들어도 뛰겠다고 해서, 제가 힘들면 빼주겠다고 했다”며 “챔프전 경험이 많으니 본인이 무리해서라도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근이에게 경기 중에 ‘빼줄까?’ 이렇게 물어봐도 괜찮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오세근은 이날 4쿼터 종료 9분 28초를 남겨두고 4번째 파울을 범했다. 반칙을 1개만 더 하면 퇴장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악착같이 SK 자밀 워니(30)와 최부경(34)을 막아냈다. 그리고 끝까지 꿋꿋하게 경기를 뛰었고 마지막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오세근은 경기 뒤 “정규시즌 시작 전에 저희팀을 우승후보라고 뽑아준 분들이 한 명도 없었다”며 “하지만 저희는 정규시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했고 (챔프전까지) 통합 우승까지 했다. 선수들 모두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했다. 챔프전 7차전까지 와서 우승했다는 게 값지고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MVP가 된 것에 대해서 그는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큰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 노력하는 선수라고 자부하고 있다. 운동도 늦게 시작하고 부상도 많았지만 이렇게 농구를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도 화려한 농구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잘할 수 있으니 기본기부터 잘 다듬었으면 원하는 농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4번째 우승 반지를 낀 오세근은 “(반지를) 5개 다 채우면 좋겠지만 4번도 너무 힘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5개까지 반지 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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