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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원클럽맨' 양희종의 화려한 퇴장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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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원클럽맨' 양희종의 화려한 퇴장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5.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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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경기 시작 약 45분 전. 안양실내체육관에 들어찬 관중들이 손바닥 모양의 응원 도구를 이용해 소리를 마구 내기 시작했다. 양희종(39·안양 KGC인삼공사)가 막 라커룸에서 나와 팬들에게 왼팔을 쭉 뻗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오른 어깨 부상으로 깁스를 해 5차전부터 나설 수 없는 상태였다. 은퇴 전 마지막 경기를 맞이하는 캡틴 양희종에게 관중들은 마음껏 응원을 보냈다.

양희종은 벤치에 앉아 시작한 7일 KGC와 서울 SK나이츠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팽팽하게 흐른 승부는 4쿼터를 넘어 연장까지 흘렀다. 오세근(36)의 자유투 2개가 성공하고 SK가 연달아 쏜 3점슛이 빗나가면서 스코어는 100-97이 됐다. 경기 종료 3.4초가 남은 상황. KGC 벤치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양희종이 출전 준비를 하기 위해 깁스를 풀었다. 오세근과 교체돼 마침내 코트를 밟았다. 선수 시절 마지막을 코트에서 끝낼 수 있게 한 김상식(55) KGC 감독의 배려였다.

부상 때문에 공을 잡을 수조차 없던 양희종은 자기 팀 코트로 홀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홀로 반대편에서 팀의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이 확정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곧 동료들과 얼싸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7년을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 양희종의 선수 생활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KGC 양희종이 7일 서울 SK나이츠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 투입된 후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KGC 양희종이 7일 서울 SK나이츠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 투입된 후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경기 뒤 만난 양희종은 “코트에 들어가니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우리 코트에서 우리 선수들과 뛸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마지막이잖나. 눈물도 났고 이 마지막을 이렇게 화려하게 우승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선수들에게 고맙다. 자랑스러운 후배들을 둬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상식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양희종은 "선수 마지막에 코트를 밟으면서 끝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건 웬만한 지도자들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세세한 걸 신경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팬들에게 “선수들 마음속에는 진정한 챔피언이 있다. 그 챔피언은 다름 아님 팬 여러분들이다. 진정한 챔피언이다. 평생 잊지 못할 거고…”라고 말하다 눈물을 왈칵 쏟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희종은 “(챔프전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함께 한 동료들과 스태프, 챔프전 내내 17년 동안 사랑해 준 팬들을 생각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 그 분들을 마음속에 새기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말했는데 울컥했다”고 말했다.

안양 KGC 양희종이 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경기에서 100-97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그물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안양 KGC 양희종이 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경기에서 100-97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그물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그는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은퇴식에도 잘 참고 안 울었는데, 북받쳐 올랐다”고 말했다.

“농구를 하면서 첫 번째 꿈은 연세대 진학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이루니까 KBL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고 다 이뤘어요. 정말 제가 가진 것에 비해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은 분께서 응원해 주셨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베풀면서 살겠습니다.”

4번째 우승 소감에 대해선 “저의 영광의 시대는 오늘”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 나오는 명대사로 김선형(35·SK)이 올 시즌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을 때 했던 말이다.

양희종은 KBL에서 수비로 정평이 났다. 후계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팀 후배 문성곤(30)을 지목했다. 양희종은 “성곤이가 저를 많이 닮았다. 많이 따라 하려고 하고 노력도 많이 한다. 지금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이제 지도자 연수를 받는다. 두 세달 이후 미국 서부 쪽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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