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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17) 이상기] 선출 스타트업 대표가 강조하는 '고민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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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17) 이상기] 선출 스타트업 대표가 강조하는 '고민의 깊이'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06.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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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백충헌 객원기자] 프로스포츠단에게 더 이상 분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세미프로 격인 축구 차상위리그 K4에도 전력분석팀을 운영하는 구단이 있을 정도로 스포츠와 분석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분석하면 흔히 영상을 통한 전력 파악을 떠올리게 마련. 그런데 부상 위험도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한 분석의 한 분야란 사실을 아는 이는 아직 드문 것 같다. 선수별 신체적 특징, 부상 이력, 습관 등을 꼼꼼히 확인해 적절한 훈련방법을 제공하고 부상 발생 확률을 억제하는 분석법이다. 

QMIT는 부상 위험도를 분석,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공하는 스포츠 스타트업이다. 이상기 QMIT 대표가 117번째 JOB아먹기의 주인공이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 분석가가 가져야 할 역량 등을 스미스(스포츠잡알리오 미디어스터디)가 물었다.

QMIT 이상기 대표 [사진=본인 제공]
QMIT 이상기 대표.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술로 스포츠 문화를 바꾸는 주식회사 QMIT 대표 이상기라고 합니다.”

- 스타트업을 설립한 계기는?

“스포츠산업의 문화를 바꾸고 혁신을 일으키는 데 스타트업이 제격이라고 확신해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이상기 대표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성남 일화, 수원 삼성, 상주 상무, 수원FC, 강원FC, 서울 이랜드 등에서 골키퍼로 현역 시절을 보냈다. 2018년 QMIT를 설립해 피로도, 스트레스 지수, 수면 시간, 운동 강도 등 선수 개인의 상태 파악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지도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 '플코'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1월 론칭한 플코는 현재 200개팀 이상이 사용하는 앱으로 성장했다. 

- 창업 시 주변의 반응은?

"생뚱맞다였죠. 원래는 프로축구 선수였으니까요.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은퇴하겠다고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IT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어려운 길이다 보니 주변에서 많이 말렸습니다."

- 선수 경력이 창업에 도움이 되었나요?

"선수였기 때문에 창업한 것 같습니다. 좋은 비즈니스를 하고 좋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선 유저들과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선수 출신이라 연결고리가 탄탄했고 영업도 수월하게 되고 있습니다."

- 현장에서 지도자나 분석관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당연히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제 첫 꿈이었습니다. 선수 시절부터 은퇴 후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계속 준비했습니다. 그런 준비 덕에 스타트업에도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 은퇴를 고려할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스스로 생각을 했습니다. ‘선수 생활을 연장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바뀔까?’, ‘내가 선수로서 영향력을 더 펼칠 수 있을까?’... 제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습니다.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보단 제2의 삶을 준비해서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 은퇴 전에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준비됐는 생각이 들어도 선수 생활을 하며 계속해서 은퇴 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필요한 소양들을 갖추는 것은 기본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이 나에게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연속성도 필요합니다. 엘리트 선수로 생활하면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완전히 다른 분야로 간다면 지금까지의 커리어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커리어와 장점들을 잘 살려서 여러 시도를 통해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은퇴 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IT 사업과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로 수용하는 태도를 가졌습니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처음 배우는 마음으로 뭐든지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창업 시 가장 중요한 역량은?

“과거에는 정보력, 영업능력, 기획능력, 그리고 협업능력 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체력과 끈기가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끈기가 좋아야 오래, 체력이 좋아야 힘 있게 일할 수 있습니다.”

- 창업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템 혹은 아이디어만을 통해 사업을 시작한다면 고난과 역경을 마주쳤을 때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보다는 문제를 경험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 스타트업 대표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포기하지 않는 근성입니다. 대표도 사람이다 보니 자주 지칩니다. 힘들 때마다 스스로 또는 외부에서 동기부여를 얻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좀비처럼 계속 일해야 합니다."

- 초기 자본 마련 방법은?

“국가 차원에서 창업을 독려 중이라 정부 지원금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입니다. 투자 유치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만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발표중인 모습[사진=본인제공]
발표 중인 이상기 대표. [사진=본인 제공]

- 투자를 유치하는 팁이 궁금합니다.

“투자 유치를 '투자 라운드를 돌았다'고 합니다. 총 4회 투자 라운드를 돌았는데, 각 라운드마다 다른 콘셉트로 임했습니다. 투자 유치라는 것이 영업과 비슷합니다. 우리 회사를 잘 소개하고 영업해 주식을 통해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주식과 현금을 교환하는 것이죠. 그래서 투자 유치를 잘 하려면 영업과 관련된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의적절한 투자 유치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QMIT는 지난해 5월 시리즈A 투자를 완료했다. 현재까지 총 유치 금액은 45억원이다.  

- 스타트업 대표의 장단점은?

"개인적인 생활이 없다는 게 단점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랍니다. 사업이 바쁜 것도 있지만, 제가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시간을 쓰다 보니 더욱 바쁩니다. 그래서 창업 초기에는 주말, 공휴일, 연말연시 없이 살았습니다. 장점은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를 팀원들과 함께 풀어나가며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시그널을 받았을 때 얻는 희열입니다. 이것 덕분에 많은 단점을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 QMIT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저희가 스포츠산업에 바라고 바꾸고 싶어 하는 문화 셋과 똑같습니다.

첫 번째는 말하거나 일하는 방식이 체계적이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정보 제공이나 커뮤니케이션이 투명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이 조건이 저희 인재상이라 생각합니다.”

- 인상 깊었던 면접자는?

"저희 개발자 중에 고등학교 재학 중에 회사에 지원한 분이 계십니다. 고교생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왔다는 점, 그리고 교복을 입고 면접을 본 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도 같이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 QMIT의 채용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는 '인재의 밀도'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좋은 분들을 계속 콘택트하고 있습니다. 당장 합류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팔로우업을 합니다. 사실상 상시 채용이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트레이닝 제공 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선수에게 맞춤형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선수마다 특성이 다 다릅니다. 팀 스포츠는 훈련 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수 한 명 한 명에 더 집중하는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분석가에게 개발 능력과 스포츠 현장 경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요?

"현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상태에서 분석적 사고를 가진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자 한 분께서 현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고 선수 출신과는 관점이 다르다 보니 더 좋은 분석을 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얼마나 더 깊게 사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분석가 채용 시 가장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부분은?

“분석할 때 고민의 깊이를 확인하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다 보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멈춥니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집요하게 고민하다 보면 더 좋은 분석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고민과 스포츠 현장의 지식을 잘 결합할 수 있는 분이라면 좋은 분석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팀원들과 함께[사진=본인제공]
QMIT 팀원들과. [사진=본인 제공]

- 분석가에게 코딩 능력은 필수인가요?

“물론 필수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기획 혹은 분석 기획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코딩은 입사 후 배워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분석 대상 종목을 잘 알아야 합니까?

“당연한 것 같습니다. 분석을 위한 데이터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종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좋은 인사이트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당 종목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서 더 좋은 분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설립의 목적과 같습니다. '기술을 통해 스포츠 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저의 끝없는 목표입니다. 끝없는 이야기라 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 달려가는 것이 저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 스타트업 설립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냥 호기심에, 또는 경험을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본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꼭 해결하겠다는 동기부여가 있다면, 잘 될 것이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 분석가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고민에 깊이를 갖는 훈련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집요한 생각들, 호기심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들과 데이터를 그대로 바라보지만 말고 현장에 나가서 물어보거나 직접 경험해 본다면 훨씬 더 좋은 분석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은퇴 후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선수 때부터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하세요. 그러면 선수 생활이 더 즐거워집니다. 선수에만 몰입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좁은 우물 안에 갇힙니다. 하지만 ‘나는 은퇴 이후 삶이 더 멋지고 지금의 커리어보다 더 나을 거야’라고 생각하면 선수 생활도 더 잘됩니다.

그리고 은퇴를 큰 결단 내리듯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다른 것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길 바랍니다. 은퇴 후에는 수용하는 태도로 자신의 커리어와 장점을 잘 살리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모든 운동선수들이 비자발적으로 은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은 실패했다’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선수 생활을 20~30대 초반에 마무리하더라도 남은 인생이 훨씬 많습니다. 충분히 용기를 갖고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보며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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