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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소재, ‘꿈’ 같은 이야기 되지 않으려면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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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소재, ‘꿈’ 같은 이야기 되지 않으려면 [기자의 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6.15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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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마약은 영화와 드라마 내 단골 소재가 됐다. 마약사범을 손쉽게 때려잡는 정의의 사도들이 등장했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그저 '꿈' 같은 이야기로 남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마석도의 마약 소탕 작전 '범죄도시3'이 누적 관객 수 800만을 훌쩍 뛰어넘으며 천만 관객 타이틀에 바짝 다가섰다. 전작의 인기에 힘 입은 결과인 동시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마약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도 흥행 요소로 꼽힌다.

영화 ‘범죄도시3’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3’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한국 마약왕을 내세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국내외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비영아권 1위, 월드 랭킹 3위를 기록하며 누적 1억 시청 기간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이어 역대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5위를 차지하며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계의 새로운 신드롬을 만들어낸 '더 글로리' 역시 한때는 학교 폭력 가해자, 지금은 마약에 의존하며 사는 중독자 이사라를 내세워 마약 위험성을 인지시켰다.

올해는 배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을 캐스팅한 영화 '야당'이 마약과의 대결에 뛰어든다는 소식을 전했다. 야당은 마약 세계 내부자 야당이 한국 마약판과 수사기관 사이를 오가며 판을 뒤흔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모든 작품 속 마약사범은 정의구현을 통해 처벌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최근 영화계를 충격에 빠트린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태는 떠들썩한 세간과 달리 경각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13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강남의 한 클럽에서 마약류를 판매한 2명과 구매자 6명 등 8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유아인 마약 사태로 이태원 클럽 일대가 마약 조사를 받은지 불과 두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구매자 중에는 SNS 구독자 80만명을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도 자리했다. 이 밖에도 모델, 전문직 종사자 부인 등이 마약을 구매했다. 

유아인(왼쪽부터), 하정우, 돈스파이크. [사진=스포츠Q(큐) DB]
유아인(왼쪽부터), 하정우, 돈스파이크. [사진=스포츠Q(큐) DB]

마약 청정국이라고 불리던 한국은 하루에 한 번씩 마약 문제가 보도될 정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월에는 학원가 앞에서 미성년자들에게 '마약 음료'을 건넨 사건이 발생하며 일반 시민조차 더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을 조성했다.

마약이 쉽고 빠르게 유통되는 분위기는 하정우, 휘성, 돈스파이크 등 대중들이 비교적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유명인들의 마약 사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의 처벌이 큰 형량으로 이어지지 않은 데 이어 연예계 복귀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다는 것이다.

하정우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3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가수 휘성은 불법 구매 경로를 이용했음에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다. 이후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자리에 무사히 복귀했다.

9차례에 걸쳐 약 4500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사들이고 총 14회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돈스파이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약을 건넨 혐의까지 더해졌으나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으며 항소심 판단은 15일 나온다.

유아인. [사진=스포츠Q(큐) DB]
유아인. [사진=스포츠Q(큐) DB]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유아인은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졸피뎀 5종 마약 외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알프라졸람 최소 2종의 마약이 추가됐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유아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조사에 순순히 응한 점 등을 들어 처벌 수위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의 위험성에 비해 낮은 처벌은 대중들이 마약 소재 작품에 열광하는 아이러니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처벌을 작품에서 찾는 것.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현 정부의 말과 다른 유명인의 솜방망이 처벌이 마약에 취약한 요즘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지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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