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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존경받는 배우 이병헌 '콘크리트 유토피아'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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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존경받는 배우 이병헌 '콘크리트 유토피아'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6.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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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동=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콘크리트 유토피아' 배우들이 배우 이병헌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제작보고회를 갖고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제작보고회에는 연출을 맡은 엄태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작품은 엄태화 감독이 강동원, 신은수 주연의 '가려진 시간(2016)'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왼쪽부터), 박보영, 박서준,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엄태화 감독.

엄태화 감독은 "4년 전쯤 레진 코믹스에서 웹툰 '유쾌한 왕따'를 처음으로 봤다. 그 작품의 2부인 '유쾌한 이웃'을 기반으로 각색해봤다"며 "배경이 아파트라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파트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일 텐데,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했다. 관객분들이 나랑 비슷한 캐릭터는 누구인지 찾아보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박해천 작가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엄태화 감독은 "배경이 아파트가 된 후 아파트에 대해 알아야겠다 싶었다. 이 서적에는 우리나라 아파트가 어떻게 탄생했고 자리 잡았는지 다각도로 다루고 있다. 이게 우리 영화가 하고 싶은 말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제로 붙여놨는데 이걸 대신할 제목이 없더라. 작가님에게 허락을 구하고 제목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백두산(2019)', '비상선언(2022)'에 이어 또 한 번 재난물로 돌아온 이병헌은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재난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번 작품은 다르다. 보통의 재난 영화라면 재난이 진행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재난이 주인공인데, 이영화는 재난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고 그 안에서 서로 소통하며 상황을 이겨내는지를 보여준다. 오히려 휴먼 블랙코미디"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상황 자체는 극단적이지만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현실적이다. 그런 미묘한 지점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비상선언, 백두산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영화였다"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미묘한 감정과 웃음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재난 이후 아파트를 지키는 주민 대표 영탁 역을 연기한다. 

이병헌.

이날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은 이병헌과 함께하고 싶어 캐스팅을 역제안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아파트 방범 대장 민성 역을 맡은 박서준은 "이병헌 선배님의 팬이라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저한테 제안이 온 작품도 아녔는데 소식을 듣고 출연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다"고 전했다.

'너의 결혼식(2018)'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선택한 박보영 역시 "저도 우연히 시나리오를 보고 소속사 대표님에게 이거 너무 하고 싶은데 제가 할 수 있는지 여쭤봐 달라고 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 조심스럽게 '이거 병헌이 형이 할 수도 있어' 이러더라. 그래서 저도 서준 씨랑 똑같이 이건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간호사 명화 역을 맡아 박서준과 신혼부부 호흡을 맞춘다.

아파트 부녀회장 금회를 맡은 김선영은 "캐릭터를 보지도 않고 이병헌 선배님이 하신다고 해서 한다고 했다. 앞으로 또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나. 다시 못할 수도 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병헌으로 인해 화려한 캐스팅을 완성한 엄태화 감독은 "이병헌 선배님을 잡으면 좋은 배우들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렇게 꼭 전략적이었다는 건 아니지만, 선배님이 중심을 잡아주면 더 좋은 배우분들을 모시기에도 제 입장에서 할 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캐스팅 역제안을 받고) 정말 놀랐다. 박서준이 한다고? 박보영이 한다고? 저도 두근두근했던 것 같다. 저도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이들이 한 스크린에 잡혔을 때 어떨까 궁금했고 촬영하면서도 두근두근한 마음을 가지고 모니터했다"고 캐스팅과 촬영까지 이어진 설렘을 전했다.

이병헌(왼쪽부터), 박보영, 박서준.

이들이 실제로 마주한 이병헌은 더욱 존경스러운 연기 선배였다. 박서준은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하실지 항상 궁금했다. 작품은 결과물만 나오지만 현장은 너무나 다르지 않나"라며 "촬영 현장에 가보니 계속 고민하고 계시더라. 또 굉장히 유연하셨다. 이런 모습들이 제게 배울 점으로 와닿았다. 촬영장 가는 게 신났다. 그동안 제가 선배님들이랑 작품을 한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박보영은 생생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이상한 기합 소리를 낸다'는 지문이 있었다. 그런데 선배님이 상상하지도 못한 연기를 하시는 거다"며 "이런 지문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너무 만족하셨는데, 다른 버전도 있냐고 하니까 '그럼요'하고 또 하시고 또 하셨다. 선배님은 100가지 버전을 준비하셨나 싶었다. 그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같이 앉아 계시다가 촬영에 들어가니 바로 분노에 찬 눈빛을 하셨다. 눈을 갈아낀 줄 알았다. 10초 전에 본 눈이 저게 아닌데, 어떻게 잠깐 사이에 저렇게 변할 수 있지. 저라면 하루종일 집중했을 거다. 배우란 저런 것인가 하고 저 스스로 작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촬영 비화를 덧붙였다.

이를 들은 이병헌은 "'이상한 소리를 낸다'는 장면은 영화 통틀어서 제일 확신도 없고 어려웠던 연기였다. 감독님이 어떤 의도로 지문을 썼을까. 현장에서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확신이 없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 생각하고 한 거라 그래서 다양하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병헌.

김선영은 "저는 첫 촬영을 선배님과 함께 했다. 주변에서 어땠냐고 많이 물어봐서 '나는 연기를 안 해도 될 것 같아'라고 했다. 그냥 그 자체였다. 연기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다. 그런 에너지를 처음으로 느껴봤다. 존재가 강렬했다"고 감탄했다.

반대로 이병헌은 김선영이 가진 에너지에 놀랐다고. 그는 "따귀 맞는 신이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30년 동안 맞아본 따귀 중에 제일 아팠다. 발차기 보다 더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1초 정도 정신이 나갔다. 순간 기절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다행히 표정 변화 없이 꿋꿋하게 버텼다. 아마 정신이 나가서 표정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감독님이 '이거 안 때리고 안 맞아도 되는 앵글이었는데' 이러는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디테일하게 보시면 동공이 벌어졌다가 모이는 걸 볼 수 있으실 거다"라고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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