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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발언했는데 1경기 출전 정지라니 [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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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발언했는데 1경기 출전 정지라니 [프로축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6.23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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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브라질)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인종 차별을 당해 세계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산 게 고작 한 달 전이다.

앞서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온라인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건 4개월 전이다. 손흥민이 유럽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들은 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올 시즌 라리가에서 활약한 이강인(21·마요르카)은 소속팀 감독으로부터 “치노(chino)”라는 말을 들었다. 사전적으로 중국인이라는 의미지만 동양인 비하로 쓰이는 표현이다.

인종 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울산 현대의 이규성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상벌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인종 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울산 현대의 이규성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상벌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지금 세계 축구계에서의 최대 화두는 인종차별과의 전쟁이다. 인종차별이 발생하면 모두가 하나가 된다. 당연히 근절하기 위해서다.

비니시우스가 인종차별을 당하자 마드리드 선수들은 그다음 경기에서 모두가 등번호 ‘20’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관중석의 팬들은 '우리는 비니시우스와 하나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렇게 모두가 연대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을 포함해 브라질 축구 ‘슈퍼스타’ 네이마르(31·파리 생제르맹), 프랑스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 등도 비니시우스와 연대를 표시했다.

인종 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울산 현대의 박용우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상벌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인 채 취재진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인종 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울산 현대의 박용우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상벌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인 채 취재진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학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니까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은 인종차별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거고 그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팬도 아니고 프로 선수라면 더더욱. 인종차별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22일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인종차별성 발언을 한 울산 현대의 박용우(29)와 이명재(29), 이규성(29)에 각각 1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앞서 이들 셋과 같은 팀의 정승현(29)은 이명재의 인스타그램에서 댓글로 대화했다. 이명재를 칭찬하는 과정에서 이규성이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고 했다. 피부가 까만 이명재를 동남아시아인에 비유했다.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는 댓글을 남겼다.

사살락은 2021년 전북 현대에서 뛴 태국 국가대표 출신 사살락 하이프라콘을 말한다.

상벌위원회는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인종차별 내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징계 양정에 있어서는 차별적 인식이 내재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관한 해외 리그의 징계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했다.

정승현은 해당 대화에 참여했지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지 않아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상벌위원회는 울산 구단에 팀 매니저의 행위와 선수단에 대한 관리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이번 사건의 무게는 크다. 팬이 이런 행동을 해도 문제인데 프로라는 선수들이 저지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벌위원회는 최소한의 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규정에는 분명히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라고 분명히 돼 있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적용한 게 ⅒인 고작 1경기라는 점은 납득이 어렵다. 세계 축구는 이미 인종차별에 상당히 민감한데도 말이다.

특히 이번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해 상벌위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이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좀 더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징계를 내렸어야 했다. 이번 징계는 누가 봐도 무겁다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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