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서울시뮤지컬단에 작품 빼앗겨" 영화계 이은 공연계 갑질?
상태바
"서울시뮤지컬단에 작품 빼앗겨" 영화계 이은 공연계 갑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6.27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서울시뮤지컬단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오미영 작가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도대체 왜 나는 내가 쓴 작품이 재공연 되는데 '그 작품의 극본은 원래 오미영이 썼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내용 증명까지 보내야 했을까. '극작 오미영'이라는 당연한 크레딧을 인정받기 위해 적금을 깨 변호사를 선임하고 허탈감과 모욕감에 괴로워하며 불면의 날을 보냈다"며 서울시뮤지컬단의 갑질을 폭로했다.

영화사 수작과 시나리오 작가 간의 '각본 강탈' 공방이 오간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공연계 '극본 강탈' 의혹이다.

오미영 작가는 극단 오징어 대표로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식구를 찾아서' 등의 극본을 쓰고 연출했으며,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 극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 극작가로 참여했다. 당시 작품의 얼굴로서 이금이 작가와 함께 프레스콜, 인터뷰 등에 참석하며 활발한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내달 개막하는 재공연에서는 그에 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시뮤지컬단 측이 취재진에게 전달한 자료에도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을 비롯해 연출가 심설인, 음악감독 김길려, 안무가 한선천만이 이름을 올렸다.

주요 제작진이었던 그가 왜 재공연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일까. 이에 대해 오 작가는 중극장에 맞춰 창작한 대본을 대극장용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뮤지컬단의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극장에 맞춰 창작한 대본을 갑자기 대극장으로 옮겨 재공연하겠다는 서울시뮤지컬단의 결정을 들었을 때 당황하긴 했지만 재공연 기회가 생겨 기뻤다. 그래서 초연 대본을 대극장용 버전으로 수정, 개작해 달라는 의뢰를 기쁘게 수락했다"고 말하는 한편 "겨우 두 달 남짓한 시간 내에 무조건 대극장용 극본을 완성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촉박한 프로덕션이 늘 그렇듯 대본 수정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최대한 다른 창작자의 의견을 수렴해 그들의 요구를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여러 차례 수정된 대본을 내놓았지만, 작곡가와 다른 제작진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수정본이 계속해서 거부당하던 어느날 김덕희 단장이 작곡가(이나오)에게 대본 수정작업을 맡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이야기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 단장. [사진=서울시뮤지컬단 제공]
김덕희 서울시뮤지컬 단장. [사진=서울시뮤지컬단 제공]

오 작가에게 주어진 날짜는 촉박했고 수정 요구는 그치질 않았다. 피가 마르는 경험을 한 그는 김덕희 단장의 의견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다.

당초 서울시뮤지컬단은 크레딧에 '오미영 작/이나오 각색'을 기재하기로 약속했다. 기존에 제작된 극본을 수정하는 경우 수정에 참여한 이를 '윤색' 혹은 '각색'으로 게재한다. 셰익스피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등 저작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수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울시뮤지컬단은 공연을 한달 앞두고 오미영 작가에게 크레딧을 '오미영 작'이 아닌 '이나오 작'으로 변경하겠다고 전했다.

만약 이나오 작곡가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새로운 극본을 써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오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완성된 극본은 초연을 토대로 제작된 것이 분명했다. 즉, 서울시뮤지컬단이 원작자를 작품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오 작가가 이의를 제기하자 서울시뮤지컬단은 '초연작가 오미영'과 '재연작가 이나오'를 병기하는 쪽으로 협의점을 찾았다. 그럼에도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는 '아니오 작'으로 명시된 극본을 전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 작가가 법적대응에 들어간 후에야 공식 크레딧에 '극작 오미영/재연극작 이나오'를 표기하겠다고 밝혔다.

오 작가는 "바보같이 살다가 작품도 잃고 동료들도 잃고 결국은 만신창이가 됐다"며 "공연을 시작한지 20년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을 아프게 겪으며 길을 잃은 것만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뮤지컬단 측은 스포츠Q에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내달 15일부터 8월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혜란, 이예은, 이수정, 정은영, 주다온, 조성윤, 허도영, 헬로비너스 출신 이서영, 우주소녀 멤버 유연정, 박수빈, 뉴키드 멤버 이민욱 등이 출연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