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유전·미드소마·보 이즈, 아리 에스터는 '왜' 머리를? [SQ현장]
상태바
유전·미드소마·보 이즈, 아리 에스터는 '왜' 머리를?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6.27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아리 에스터 감독이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와 지난 작품들의 연결점을 전했다.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개봉을 기념해 내한한 아리 에스터 감독은 27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2018년 첫 장편 데뷔작 '유전'으로 호러 필름의 한 획을 그은 그는 이듬해 '미드소마'로 획기적인 세계관을 이어가며 탄탄한 국내외 마니아 층을 형성했다. 그의 작품은 관객마다 다양한 해석을 내놓게 만드는 다층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 관객이 각자의 해석을 공유하며 한 층 더 풍부한 관람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제공]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제공]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그의 세 번째 장편 작품으로, 어머니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보(호아킨 피닉스 분)가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유전과 미드소마에 이어 또 한 번 가족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가족이라는 필연적 관계를 뒤트는 이유에 대해 "가족이라고 하면 드라마 원천으로서 소재를 많이 줄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끊어낼래야 끊어낼 수 없는 관계"라며 "제 영화 속 가정이 일반적이지 않은 가정이라고 한다면, 제 입장에서는 반대로 일반적인 가정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무리 건전한 관계가 유지되는 가정일지라도 내막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를 한 겹 한 겹 벗겨내면 구성원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하며 "그러한 주제가 제 작품을 모두 관통하는 것이고 저 또한 의식하고 있다. 가족과 집이란 어떤 모습인가. 친숙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 편의 영화 모두 죽음을 다룬다. 그는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다루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했다. 이러한 주제에 왜 끌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다루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영화는 지루한 일상을 고차원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제공]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제공]

세 작품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제작사 A24와 작업했다는 점이다. A24는 미국 예술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작사로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를 포함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문라이트', '20세기 여인들',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높은 작품성을 평가받은 작품들을 배출해냈다. 국내에서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제작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요즘 할리우드에서 오리지널 작품을 만드는 게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운이 좋게 A24와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첫 작품을 한 이후로 회사도 성장했다. 그럼에도 회사가 그곳까지 가게 된 장점을 잃지 않은 것 같다"며 "A24의 가장 큰 강점은 아티스트의 창작 자유를 전적으로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영화 상영 시간이나 편집에 관한 의견을 주고 받을 수는 있지만 강제하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다. 앞으로 어떠한 영화, 어떠한 감독에게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 기준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티스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하는 철학은 변함이 없을 거라고 굳게 신뢰하고 있다"고 두터운 파트너십을 자랑했다.

여기에 전작부터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머리 파괴 장면에 대해서는 "재미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넣으면 만족스럽기도 하다"고 장난스럽게 답하며, 섬뜩한 호러 장면을 연출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제가 무서워하는 걸 넣으면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고 알렸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비유와 은유가 많아 일반 관객에게 '어려운 작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에 대해 "저는 제 영화가 어렵다,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이해가 잘 안 된다. 제 입장에서는 영화가 굉장히 단순하다"며 "이번 영화를 한줄로 이야기하면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삶, 인생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유머와 함께 불안과 긴장감도 느끼셨으면 한다. 캐릭터가 느끼는 죄책감도 핵심 축인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제공]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사진=싸이더스 제공]

보의 여정은 보가 사는 집, 이상적인 가정, 환상 같은 숲 속 커뮤니티 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거울의 방 같은 느낌을 만들고자 했다. 첫 번째는 세상에 던저진 보, 두 번째는 가족의 형태를 경험하는 보"라며 "특히 세 번째는 상상 속 시퀀스로 보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보가 갈림길에 놓여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상상 속 모습이 되기 위해 나아갈 것인가, 혹은 원래대로 회기할 것인가. 마지막은 어머니의 집이자 심판의 공간이다. 각각의 공간이 서로 다른 공간을 거울처럼 비추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는 호아킨 피닉스의 역할이 컸다고.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영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고, 그와 작업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며 "우리끼리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촬영할 때 오히려 놓치는 게 있지는 않을까 주의하려 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호아킨은 생생하고 진저성 있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배우였다. 배우가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걸 보면서 감독으로서도 그런 부분을 살리기 위해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각본을 위한 각본, 대사를 위한 대사로 다가가지 않도록 조금 더 진정성 있는 작품을 만드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아리 에스터 감독이 10년 넘게 준비한 영화이자 가장 본인다운 영화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12년 전에 스크립트를 처음으로 썼다. 당시 영화로 만들어 보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서랍에 넣어두고 잊고 있다가 '미드소마'가 끝나고 다시 읽어 봤더니 바꿔야할 부분도 있었지만 쓸만한 부분도 있었다. 1년 정도 추가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끝나니 시원섭섭하더라. 공허함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보의 세상에 애착이 많다. 보의 입장, 보의 세계관이 잘 이해되기 때문에 떠나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시원섭섭함이 드는 것 같다. 이 작업이 즐거웠고 저의 모습이 반영된 부분이 좋았기 때문에 한 번 더 이런 작업을 해봐도 되겠다 싶다"며 "동시에 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을 무사히 완성했다는 감사함도 든다. 지금까지 작품 중에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그만큼 잘 보호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가장 닮은 점으로는 '유머'를 꼽았다.

끝으로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극장용 상영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극장 개봉에 초점을 두고 음향 효과에도 수개월을 썼다. 극장에서의 최적 경험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TV로 혼자 보실 때와 확연한 차이가 있을 거다. 꼭 극장에 오셔서 관람해 주시면 더 재미있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보의 세상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그 세상에 직접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해드리고자 노력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치로 경험하기 위해 극장에서 보시길 바란다"고 관람을 독려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내달 5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