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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뮤지컬단·영화사 수작의 '닮은 꼴'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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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뮤지컬단·영화사 수작의 '닮은 꼴' [기자의 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6.28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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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최근 벌어진 서울시뮤지컬단과 영화사 수작의 갑질 논란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창작자들은 앞으로 무엇을 믿어야 할까.

서울시뮤지컬단은 지난 27일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극작가 오미영과 불거진 크레딧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냈다.

앞서 오미영 작가는 서울시뮤지컬단이 뮤지컬 원작자인 자신을 제외하고 각색을 맡은 이나오 작곡가를 '극작'으로 올리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오미영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크레딧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서울시뮤지컬단이 수차례 오미영 작가를 지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오미영 작가에게 각색 허락을 구하며 크레딧에 '오미영 작/이나오 각색'을 게재하기로 약속한 서울시뮤지컬단은 갑작스레 크레딧을 '이나오 작'으로 변경하겠다고 알렸다. 오미영 작가가 반대하자 '초연작가 오미영'과 '재연작가 이나오'를 병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는 '이나오 작'이라고 적힌 대본을 공유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오미영 작가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대응을 예고하자 크레딧에 '극작 오미영/재연극작 이나오'를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뮤지컬단 측은 "재연 수정작업은 이나오 작곡가가 진행하게 됐고, 초고가 완성된 시점에서 창작 크레딧에 대한 두 작가의 생각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미영 작가는 초연 극작을 기반으로 수정했기에 '극작 오미영, 각색 이나오'의 표현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었고, 이나오 작곡가는 재연 대본이 각색 범위를 넘어선 큰 범위로 수정 됐기에 크레딧에 대한 표기를 세부적으로 표현해 '극작'과 '가사'를 각기 분리, 표현해달라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두 작가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기 위해 오미영 작가와 이나오 작곡가의 작업을 적절하게 표현하면서도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크레딧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초 보도자료 및 예매페이지 상세 내용에서 오미영 작가 및 이나오 작곡가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크레딧 표기가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명시할 수 없었다.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라 확정 후 공표를 준비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오미영 작가를 저작권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은 논의된 바 없다"며 "2023년 공연에 대한 저작권료는 선지급됐다"고 알렸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주장만 보더라도 오미영 작가가 법적대응을 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합의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오미영 작가와의 약속을 뒤집으며 사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영화사 수작과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 윤 씨의 갑질 논란도 그렇다. 윤 감독은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영화사 수작으로부터 영화 A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영화사 수작과 윤 감독은 2020년 각본 및 감독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5월 말 윤 감독이 제외된 상황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글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글 캡처]

영화사 수작은 윤 감독의 폭로에 대해 "계약 위반이 아니"라며 "윤 씨가 캐스팅이 오래 걸린다며 작품을 가지고 나가겠다고 했다. 연출을 거부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감독을 섭외해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하고 촬영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반면 윤 씨는 재반박문을 통해 "감독을 안 하겠다고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다. 합의되지 않은 일체의 제작 행위를 중단하라고 무려 4차례나 밝혔다"고 이야기했다.

창작자들은 흔히 자신의 작품을 두고 '자식'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 감정 등을 쏟아낸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특히나 예술계는 진입로가 좁은 만큼 이름 하나를 남기고, 자신의 작품을 '내 작품'이라고 말하고 경험하는 기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오미영 작가를 저작권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은 논의된 바 없다", "2023년 공연에 대한 저작권료 선지급"이라는 서울시뮤지컬단의 해명은 오미영 작가가 문제를 제기한 크레딧 게재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영화사 수작이 주장하는 "계약 위반·위법이 아니다" 또한 감독권을 약속한 원작자와의 논의없이 촬영을 진행해도 된다는 만능 방패가 되지는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1일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 후속 조치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진행 중인 저작권 교육을 올해 연말까지 총 5500명 대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탄생시킨 고(故) 이우영 작가는 지난 3월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 중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문체부는 고 이우영 작가와 같은 일을 겪는 창작자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률 자문, 창작자 교육 등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저작권과 관련된 근본적인 정책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황. 오미영 작가와 윤 감독 사태가 계약 위반 혹은 저작권법 위법이 아니니 "괜찮다"로 마무리될 경우, 앞으로 더 많은 창작자가 법망을 피한 여러 행위로 고통받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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