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배우 이서연, 노력이 빛날 순간까지 [인터뷰Q]
상태바
배우 이서연, 노력이 빛날 순간까지 [인터뷰Q]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3.07.06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배우 이서연의 눈에는 확신이 있다. 스스로 거머쥔 것들을 양 손에 꽉 쥐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에는 자신감마저 배어있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종영 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서연을 만났다. 이서연은 차정숙(엄정화)과 서인호(김병철)의 딸 '서이랑' 역으로 열연했다. 이날 이서연은 온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드라마 종영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서연은 "촬영하면서 진짜 많이 배웠다. 좋은 분들과 같이 연기하고 스태프분들 감독님들 다 너무 좋아서 마냥 행복했는데 너무 후루룩 지나간거 같아서 아쉽다. (방영까지) 오래 기다렸는데 너무 빨리 끝났다"며 "생각보다 이랑이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고마운 작품이다. 시원섭섭하고 감사하기도 하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닥터 차정숙'은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엄마였던 20년차 전업주부였던 차정숙이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고서야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서게 된 '인생 봉합기'를 그린 작품으로,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종회 18.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서연은 "저는 사실 연기를 쉬다가 다시 시작한 거라 시청률에 대한 생각을 아예 못했다. 너무 큰 분들과 연기하니까 '나만 잘하자', '튀지만 말자' 했다"며 "결과가 좋으니까 계속 긴장되더라.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니까 '연기 잘했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설레기도 했다"며 뜨거운 반응에 대한 생생한 체감을 전했다.

이서연은 의대 진학을 바라는 아버지 몰래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서이랑 역을 맡아, 아버지의 외도를 알게 된 이후 이랑의 복잡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최승희(명세빈)의 딸 최은서(소아린)을 향한 사이다 행보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서연은 "이랑이의 야무진 모습, 얄밉지만 틀린 말은 안 하는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랑이가 아빠를 공격할 때 '잘한다' '사이다'라는 반응이 재밌었다"며 "말이 최대한 깔끔하게 들렸으면 해서 발성이나 딕션에 신경을 많이 썼다. 군더더기 행동들도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 말 끝 늘리는 거 없이 또박또박 날카롭고 정확하게, 행동도 야무지게 하려고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극 초반 이기적이고 천진난만한 면모로 '빌런'이라는 평을 얻기도 한 서이랑과 이서연은 얼마나 닮았을까? 이서연은 '85%'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첫째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이랑이는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더라"는 이유였다.

"제 성격에 할머니한테 찾아가서 '아빠를 왜 그렇게 키웠냐'고는 못할 거 같아요. 이랑이가 좀 더 세죠. 다른 사람들이 받을 충격보다 내 할 말은 하겠다는 점이 저랑 많이 달라요. 비슷한 점이 있다면 야무진 성격? 입시 준비 할 때 부모님한테 뻔뻔한 말을 많이 했어요. 고3인데 더 서포트 해 달라, 새벽 2시에 전화해서 데려다 달라면서 얄밉게 굴었어요.(웃음)"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갓생러' 이서연, '닥터 차정숙' 통해 배운 것

전업주부였던 차정숙이 인생 2막을 여는 성장기, 20대 초반으로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배우 이서연에게도 의미 있는 서사였다. 이서연은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많다. 과외, 카페 알바에 연기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저도 힘에 부칠 때가 많은데 정숙이 집안일하고 저녁에 공부하고 이런 신들을 보면서 확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저렇게 힘든데 나도 할 수 있지, 정숙 보면서 저도 의지를 다시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서연은 지난해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연기 활동과 학업을 병행 중이다. '닥터 차정숙' 방영 중 연기, 학업에 과외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갓생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날 이서연은 "'팀플' 시간 맞추기가 제일 힘들다. 다들 시간이 안 맞으니 밤 늦게나 새벽에 모일 때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2003년 생인 이서연은 2016년 개봉한 영화 '우리들'로 데뷔했다. 13세 어린 나이에 아역배우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서연이 '연극영화학과'가 아닌 타 전공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놀라는 대중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서연은 이에 대해 "사실 연영과를 가게 되면 제가 너무 배운대로만 연기할 것 같아서 무서웠다. 개성이 중요한 시대이지 않나. 차라리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른 과에 진학하게 됐다"고 밝혔다.

많은 학과 중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그는 "전공은 잘 맞는 거 같다.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 지적장애가 있으신 삼촌과 같이 살았다. 그 때부터 관심을 오래 가져왔고, 지금도 여전히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연기할 때 사회 복지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작품이 있다면, 제가 아는 전공지식을 써먹을 수 있어서 재밌을 것 같아요. 혹시나 연기 못하게 될 경우에는 사회복지사를 해도 좋을 것 같고요."

연기와 다른 전공을 병행하면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이서연은 "연기가 제일 우선"이라고 답했다. 이어 "학점 관리 안될 때 스트레스 많이 받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렇게 바쁠 수 있는 것도 너무 감사하더라. 지금까지는 연기 일로 바쁜 게 많지 않았다. 부담 갖기보다 오히려 감사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 받아들이자 생각하게 됐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혹시 드라마 속 이랑이처럼 진학 문제를 둘러싸고 부모님과 갈등은 없었는지 묻자 이서연은 "부모님이 '쿨'하시다. 연기를 하다가 힘들다고 하면 '때려치워', 공부하다 힘들다고 하면 '때려치워' 하신다. 나는 위로받고 싶어서 한 말인데"라고 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항상 하라고 하셨고, 반대를 하셨던 적은 없었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힘들다는 말을 함부로 못하는 거 같아요."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13살부터 시작한 연기, 성장하는 모습 담고파

이서연은 지난 2016년 영화 '우리들' 데뷔 이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2017)',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 '봄이 오나 봄(2019)'과 영화 '우리집(2019)'까지 출연하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이서연은 "누구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하지 않나. 길거리 캐스팅이 많았다. 동생이 너무 어려서 어머니가 '동생이 조금 크면 연기학원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셨다. 11살 때부터 학원 다니기 시작하고 오디션도 보게 됐다"고 전했다.

연기를 업으로 삼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이서연은 "원래는 선생님이라는 꿈도 있었다. 근데 열 개 가까이 되는 반에 똑같은 말 열 번 해야한다길래 나는 못하겠다 싶더라. 사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다양한 것들 해보고 싶었는데, 연기 하면 다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재밌게 다가왔다. 모든 대본들이 새롭고 질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데뷔작 '우리들'을 통해서 제 모습이 13살부터 담기기 시작했잖아요. 제가 나이 들어가는 모든 과정을 필모그래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랫동안 연기하는 배우,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성장하는 모습이 작품에 담기면 나중에 돌아볼 떄 뿌듯하지 않을까요?"

제 노력으로 갖게 된 결실들을 손에 쥐고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결심은 여전하다. 이서연은 "'갓생러'라는 수식어가 사실 기분 좋았다. 사실 연기랑 공부랑 둘 다 한다고 해서 간절하지 않은 것처럼 보면 어떡하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둘 다 간절하거든요. 그래서 공부할 때는 주변에 연기 얘기를 굳이 안했고, 연기 할 때도 굳이 학업에 대해 알리지 않았어요. 제 생활이 알려지고 '진짜 열심히 한다'는 반응이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제 간절함과 노력이 인정받는 느낌이었어요."

연기와 학업, 두 가지 모두 궤도에 접어든 2023년의 목표는 여유다. 이서연은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얻고 싶다. 일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업 관련해서 쫓기는게 좀 있었는데 점점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진짜 즐길 수 있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게 목표"라고 다짐을 전했다.

"'닥터 차정숙' 보면서 함께 울고 웃고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드라마가 즐거울 수 있었던 건 시청자분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어요. 즐기는 시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이랑이를 많이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작품 있었구나 잊지 않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