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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유상철, 이런 감동 서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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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유상철, 이런 감동 서사가 있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3.07.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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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 1998년 6월 25일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랑스. 1998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경기, 한국이 0-1로 뒤진 가운데 고(故) 유상철은 후반 26분 하석주가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을 미끄러지며 골로 연결했다. 앞서 멕시코, 네덜란드에 참패해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킨 귀중한 득점이었다.

#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2023년 7월 9일. 파르크 데 프랑스를 홈구장으로 쓰는 프랑스 대표 구단 파리생제르망(PSG)이 유상철과 연이 깊은 이강인의 공식 영입을 발표했다. PSG가 이강인의 전 소속팀 레알 마요르카(스페인)에 지불한 이적료는 2200만유로(311억원). 이강인은 2028년까지 등번호(백넘버) 19번을 달고 뛴다.

이강인인 PSG 유니폼을 들고 입단을 알리고 있다. [사진=PSG 공식 홈페이지]

감동적인 서사다. 이강인의 첫 스승이 유상철 전 감독이란 사실을 국민이 안다. 유상철은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의 감독이었고 ‘축구 천재’로 불리던 이강인(22)은 그에게 유독 자주 안겼다. 귀여운 어린이 강인과 인자한 지도자 상철이 교감한 영상은 지금도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유상철은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하기 전인 2021년 1월 유튜브 ‘유비컨티뉴’에서 “건강하게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면 강인이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강인은 “다시 제 감독님 해주셔야죠”라고 화답했다. 영상이 공개되고 5개월 후 유상철이 세상을 떠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유상철 감독 사망 후 그를 추모했던 이강인. [사진=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기막히게 이어지는 인연에 유상철 감독의 가족도 반응했다. 그의 딸은 이강인과 아버지의 사진을 합성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고 바이럴됐다. 배경은 파리를 상징하는 조형물 에펠탑이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이어 한국 축구를 책임질 아이콘으로 우뚝 선 이강인은 이제 네이마르(브라질),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등 세계 최고의 공격진에게 패스를 찌른다. MLS 인터 마이애미(미국)로 떠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떠난 자리를 메워 구단의 숙원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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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이 1998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 벨기에전에서 골을 터뜨리고 세리머니하는 장면. 이강인이 이곳을 안방으로 쓴다. [사진=연합뉴스]

 

서정원(스트라스부르), 안정환(FC메스), 박주영(AS모나코), 남태희(발랑시엔), 정조국(AJ오세르·AS낭시), 권창훈(디종), 석현준(트루아‧랭스), 황의조(보르도), 윤일록(몽펠리에) 등에 이어 프랑스에 입성한 이강인은 연봉으로 400만유로(57억원)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요르카 때보다 10배 치솟은 금액이다.

희소식은 또 있다. PSG가 지난 5일 스페인 출신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강인은 10세던 2011년부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자리를 잡아 에스파냐어가 유창하다. 언어 장벽 없이 지도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강인 프로필. [그래픽=연합뉴스]

 

PSG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을 환영했다. 새 유니폼과 디올 수트를 입고 프로필을 촬영하는 이강인을 담아 올렸다. 인터뷰에서 이강인은 “클럽이 모든 경기에서 우승하고 가능한 한 많은 타이틀을 획득하는 게 내 목표”라며 “승리에 갈증이 많다.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기에 왔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정상급 수비수 김민재를 제외하곤 한국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편인 PSG의 팬들은 이강인이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골 4도움으로 최우수선수(MVP) 격인 골든볼을 수상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마요르카에서의 번뜩이는 플레이, 슛돌이 때부터 쌓인 어렸을 적 자료들이 점차 퍼지면서 이강인을 알아가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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