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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 징수, KBS 드라마·라디오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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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 징수, KBS 드라마·라디오 사라지나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7.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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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수신료 분리 징수가 본격 시행되면서 KBS 내부에 칼바람이 불었다.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12일 첫 시행됐다. 이로써 TV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은 1994년 이후 30년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개정안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결합해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3개월의 유예기간 동안은 현행 통합징수 틀을 유지하되 신청자에 한해 분리 납부를 진행할 방침이다. 분리 납부는 한전 고객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그동안 수신료를 미납할 경우 전기요금 미납으로 간주돼 단전의 위험을 지니고 있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이와 같은 위험성이 사라진다. 정부는 국민이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며 수신료에 대한 관심과 권리 의식 또한 높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KBS 등은 이와 같은 분리 징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천문학적 추가 비용이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였다. 

김의철 KBS 사장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분리징수는 현 상황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되는 제도가 아니"라며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하는 사유로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현재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고 있는 일본은 매년 6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수신료 징수에 쓰고 있다. KBS의 통합 징수 방식의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분리 징수가 이뤄지면 매달 2500원의 수신료를 걷고 있는 KBS가 수신료를 대폭 상승시키거나 파산 수순을 무릅 쓰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이어온 책무인 지역방송, 재난방송, 장애인방송, 국제방송, 비인기 스포츠 방송 등의 축소 및 폐지가 뒤따라 온다. 여기에 기존 방송들이 직간접 광고 등 상업적인 방송들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KBS2 월화드라마 ‘가슴이 뛴다’(왼쪽), KBS1 일일드라마 ‘금이야 옥이야’.
KBS2 월화드라마 ‘가슴이 뛴다’(왼쪽), KBS1 일일드라마 ‘금이야 옥이야’.

앞서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에 대비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비상경영 추진안에는 '직원 외 고용 인력 최소화', '대규모 명예퇴직 추진', '라디오 채널 1R‧1FM(클래식FM) 반납 추진', '월화‧수목 미니시리즈, 1TV 일일드라마 등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고용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드라마 폐지가 시작될 경우 월화드라마 폐지가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KBS 월화드라마는 2021년 12월 종영한 박은빈, 로운 주연의 '연모' 이후 최고시청률 10% 고지를 넘지 못했다. 올해 방송된 '두뇌공조',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5%대 최고시청률에 머물렀으며 지난달 첫 방송한 '가슴이 뛴다'는 4.1%에서 시작해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앞서 SBS와 MBC가 드라마 시청률 부진으로 월화극을 폐지한 바 있어 KBS 또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방영 예정인 박지훈, 홍예지, 지우 출연의 '환상연가'와 김하늘 복귀작으로 검토 중인 '멱살 한번 잡힙시다'가 주1회 편성을 결정한 SBS 새 목요드라마 '국민사형투표'와 같이 편성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

KBS가 책임감 있게 끌어온 시사·다큐멘터리, 교향악단 지원은 물론 최근 편성 소식을 알린 최수종 주연의 '고려거란전쟁'과 같은 대하사극 편성도 차츰 축소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을 지녔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송출에도 억대 비용이 들어 미래가 불투명하다. 

김의철 사장은 "수신료 분리고지가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KBS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편 KBS는 헌법재판소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43조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아 헌법소원을 제출한 상태다. 헌법소원심판을 통해 시행령의 문제점을 확인받으려는 목적이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수신료의 결합고지가 정당하고 납부 거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KBS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불편과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KBS는 국민 여러분이 입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조속히 한국전력과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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