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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작전' 실화 고증, 직접 비교해보니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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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작전' 실화 고증, 직접 비교해보니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7.1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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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실화 기반 영화 '비공식작전'이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했다.

'비공식작전'이 13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과 배우 하정우, 주지훈이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으로, 1986년 레바논 한국 외교관 피랍 사건을 기반에 둔 영화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 광복 이후 첫 피랍... 행방불명된 외교관

해당 사건은 전두환이 정권을 잡고 있었던 1986년 1월 벌어졌다.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도재승 2등서기관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푸조 승용차를 타고 대사관으로 향했다. 그가 대사관 앞에 다다랐을 쯤 갑작스럽게 연녹색 벤츠 승용차가 나타났다.

도재승 서기관이 당황하는 사이 검은색 복면을 쓴 괴한 네 명이 차에서 내렸다. 기관총과 권총으로 중무장한 괴한들은 운전대를 잡은 신참 행정관을 두고 도재승 서기관만 강제로 벤츠 트렁크에 가뒀다. 이어 행정관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기관총으로 푸조 차 앞바퀴를 쐈다.

도재승 서기관을 납치한 이들은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물론 8개월이 지나도록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시간이 훌쩍 흐른 뒤에야 돈을 요구해왔고 도재승 서기관은 납치된지 1년 9개월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협상의 세부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두환 정권이 유럽인들이 전달한 몸값 선금의 절반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일이 풀리기 시작하자 도재승 서기관이 풀려나기도 전에 돈 전달을 중단한 것. 그럼에도 도재승 서기관은 무사히 한국에 돌아와 외교 업무에 복귀, 주뭄바이 총영사 등을 지내며 2000년 퇴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성훈 감독. [사진=연합뉴스]

◆ 베일에 싸인 협상, 김성훈 감독을 자극하다

김성훈 감독이 피랍 사건을 알게 된 것은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1' 촬영을 마무리 지을 즈음이었다. 그는 도재승 서기관의 사건을 기반으로 한 원 시나리오를 건네 받고 큰 흥미를 느꼈다. 시나리오 속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를 강하게 이끈 것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김성훈 감독은 "기사를 통해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은 피랍에 관한 내용이 전부였다. 외교관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해피엔딩을 베이스로 하고 있더라. 과정이 어쨌든 무사히 돌아오셨다"며 "하지만 그 사이에 건너뛴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납치 후 21개월 만에 돌아온 그가 도대체 어떻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일까. 이 궁금증이 김성훈 감독을 사로잡았다. 빈 공간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은 연출 결정으로 이어졌다. 단, 인질에 집중한 어두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납치된 사람이 아닌 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본격적인 시나리오 집필에 앞서 김성훈 감독은 도재승 서기관을 직접 만났다. 김성훈 감독은 "사실 그분은 본인이 어떻게 구해졌는지, 그 상황을 가장 모르는 입장이었을 거다. 정부에서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고 그냥 나오라고 해서 나왔을 뿐. 실제로도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으셨다"며 "본인의 이야기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으셨다. 그래서 영화에 오재석(극중 도재승) 역을 맡으신 분의 노출을 최소화했다. 도재승 씨께도 구하는 과정을 창작한 영화라고 말씀드렸다. 이에 동의하셔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지훈(왼쪽부터), 김성훈 감독, 하정우. [사진=연합뉴스]
주지훈(왼쪽부터), 김성훈 감독, 하정우. [사진=연합뉴스]

◆ 철저한 고증, 사실에 입각한 상상

김성훈 감독은 비공식작전에 대해 "실화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닌 각색해서 극화된 드라마"라고 이야기했다. 실화가 아닌 영화를 선보이는 작업이기에 상상의 영역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는 작품의 제목이 '피랍'에서 비공식작전으로 변경된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피랍은 저희 영화의 동기였다. 그래서 초반에 제목이 피랍이었던 것"이라며 "이후 과정은 비공식 작전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구하려는 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창작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화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해당 사건은 기밀 문서로 묶여 있어 외교적 자료로 찾아볼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지만 당시 생성된 자료를 통해 기초 자료 조사를 거쳤다. 도재승 서기관이 타고 있던 차량, 납치 차량의 색깔과 종류, 총알이 향한 방향 등이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이에 영화 초반 부분에 등장하는 장면은 도재승 서기관이 전한 실화를 실물로 보는 듯한 생동감을 전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물론 오래된 이야기이기에 모든 것을 고증할 수는 없었다. 김성훈 감독은 "1986년에서 1987년의 모습인데 최대한 고증했지만 미진한 부분도 있을 거다. 가장 중요한 차 중 하나인 판수가 몰고 다니는 벤츠 택시는 벤츠 W123으로, E클래스의 모태가 된 1989년 모델"이라며 "당시와 2년 정도 차이가 있는데 1987년 이전의 차를 수급하는 게 안전상의 문제로 버거워서 있을 법한 것들로 대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전두환 정권을 대표하는 안기부 부장이 등장하기도. 안기부 부장은 배우 김응수가 맡았다. 그는 외관부터 연기까지 가장 사실적인 인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성훈 감독은 "1980년대 안기부의 기세는 엄청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들었다. 영화에서도 그런 존재인데 무겁고 어두운 것뿐만 아니라 희화적, 아이러니한 요소로 등장시키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존재 자체가 카리스마이고 유머러스한 면도 지니고 있는 배우에 김응수 선배님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 '모가디슈'·'교섭'과의 차이점

비공식작전은 피랍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최근 개봉한 '모가디슈', '교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각각 다른 분위기를 그리고 있기는 하나 관객으로서는 동일한 소재를 다시 봐야할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영화 자체가 증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기 전에 말씀드려야 한다면 소재나 이야기의 배경, 장소 유사성으로 인해 세 작품을 비슷하게 볼 수도 있지만, 출발점은 비슷해도 각자 영화가 가려는 길, 도달하려는 목적지가 너무나 다르다"며 "주 재료가 비슷해도 쉐프의 태도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과정을 통해 서스펜스, 유머 등 극적 쾌감을 극대화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끝으로 김성훈 감독은 이날 내린 폭우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비가 많이 와 몹시 두렵고 속상했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하자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 8월 2일, 시원하고 쫄깃한 맛으로 찾아갈 테니 내치지 마시고 반겨 주시길 바란다"고 관람을 독려했다.

비공식작전은 내달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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