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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대상설’·빠니보틀+덱스, 젊은 PD의 선구안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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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대상설’·빠니보틀+덱스, 젊은 PD의 선구안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7.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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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여행 예능은 이제 좀 지루하다 싶었다. 이미 많은 여행 예능이 다양한 나라의 매력을 보여준 데다 엔데믹과 함께 여행을 소재로 하는 유튜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니 더 이상 방송용 여행 예능을 볼 이유가 없었다. 이러한 생각들이 시청자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지난해 12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여행 예능이 불쑥 문을 두드렸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태계일주)'라는 이름으로 시선 끌기는 성공. '태어난 김에 사는' 기안84를 중심으로 극사실주의 여행을 보여준다는 소개에 호기심까지 불러 모았다. 또한 '나 혼자 산다'에서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준 기안84와 이시언이 다시 뭉친다고 하니 '나혼산' 애청자들의 기대를 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여기에 구독자 180만명의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까지 합류했다.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해외여행에 정통한 빠니보틀의 첫 TV 고정 예능이었다.

이 모든 기대가 어우러진 태계일주는 7부작으로 방영돼 최고시청률 5.2%를 찍고 제35회 한국PD대상 TV예능부문 작품상까지 수상했다. 출연진들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기안84는 태계일주를 통해 '재발견'이라 평가받으며 프로그램 내 위치를 다시 썼다.

[사진=MBC 제공]
[사진=MBC 제공]

태계일주는 지난달 11일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남미로 떠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여행지는 인도. 다녀온 사람들이 입 모아 '최고의 여행지'로 꼽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여행지였다. 이번 시즌은 이시언이 하차하고 예능 루키로 떠오른 UDT 출신 유튜버 덱스가 참여했다. 덱스 역시 태계일주를 통해 첫 고정 예능 타이틀을 달았다.

전작 인기에 힘입어 4.7% 시청률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2회 만에 최고 시청률 5.8%를 찍은 후 꾸준하게 5%대를 유지 중이다. 이는 MBC 간판 예능 '놀면 뭐하니?', '전지적 참견 시점', '복면가왕', '라디오스타'보다 높은 수치다. 방송 초기 8회 편성이었던 프로그램은 2회를 연장, 총 10회 편성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인도 바라나시에서 시작된 여행은 기안84의 솔로 여행부터 서로 다른 성향의 기안84와 덱스가 함께하는 2인 여행, 뉴델리로 향하는 12시간 기차 여행, 빠니보틀의 합류로 완전체가 된 뉴델리 여행에 이어 델리에서의 마지막 여행과 히말라야 여행기를 앞두고 있다.

김지우 PD. [사진=MBC 제공]
김지우 PD. [사진=MBC 제공]

◆ 젊은 감각으로 MBC 되살리다

놀면 뭐하니? 시청률 하락과 함께 찾아온 MBC 예능 위기론은 인팤으로 많은 고민을 낳고 있었다. MBC는 앞서 '무한도전' 등 인기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프로그램 개편과 새 프로그램을 탄생시키며 세대를 교체해왔다. 이번에는 그 역할을 태계일주가 맡았다.

태계일주의 성공 스토리에는 김지우 PD가 있었다. 라디오스타, 나혼산 조연출을 거쳐 메인 PD로 입봉한 그는 여러 차례 퇴짜 맞은 기획안을 포기하지 않고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끌어내며 지금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김지우 PD는 프로그램 흥행에 대해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한국PD대상을 받고서도 힘을 많이 받았다. 잘하고 있구나 싶어서 시즌2를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다"며 "쉽게 갈 수는 없지만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에 깊이 있게 들어가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부분이 시청자 호응을 얻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시작부터 끝까지 시청률 그래프가 일정하고 다른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것은 그동안 TV를 보지 않았던 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본방사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시청률 연령대를 보면 이번 시즌은 5~6살 정도 어려졌다. OTT와 유튜브로 옮겨간 젊은 층을 TV 앞으로 오게끔 만들었다는 것이 뜻깊었다"고 분석했다.

시즌2부터는 유튜브 채널 '태계일주 베이스캠프'를 개설해 동시 운영하고 있다. 이 또한 젊은 층을 TV 앞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 중 하나. 그는 "(젊은 층은) OTT로 보는 분들과 유튜브 속 짧은 클립으로 보는 분들로 양분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하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방송 전후로 너무 재미있지만 여행기로는 살릴 수 없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시청자와의 거리를 줄여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즌2로 오며 연출 PD는 3명에서 4명으로, 작가는 6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유튜브 개설이 영향을 끼쳤다. 반면 촬영팀은 적은 예산에서 진행된 시즌1과 같이 여전히 소규모로 운영 중이다. 그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출연자들이 이동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촬영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도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과 감각을 갖고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기안84(왼쪽), 덱스. [사진=MBC 제공]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기안84(왼쪽), 덱스. [사진=MBC 제공]

◆ 기안84·빠니보틀·덱스를 '인도'하다

단독 메인은 어렵다고 평가받는 기안84를 막강 '대상 후보'로 만들고 빠니보틀, 덱스라는 새로운 얼굴을 지상파에 선보인 안목도 탁월했다. 태계일주는 기존 예능과 다르게 '정통 방송인' 없이 웹툰 작가와 유튜버로 프로그램을 완성한 특징을 가졌다.

김지우 PD는 "출연자가 예능인인지 비예능인인지는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녔다. 현지와 잘 녹아들 수 있는지 고려했다"며 "TV에서는 그동안 중요한 출연자가 예능인이나 배우로 이뤄졌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정신과도 같은 기안84는 현지와 완벽하게 합일됐다. 그중 어떠한 환경에도 소화 능력 '이상 무'를 보여주는 '장지컬'(장+피지컬)이 눈길을 끌었다. 인도가 처음인 덱스는 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기 때문. 이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복통과 물갈이를 할 때 현지 음식을 가장 맛있게 드셨고 아픈 기색도 없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다른 소화 능력이 있으신 것 같다. 오히려 집밥을 먹고 배탈이 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신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여행지 선정 기준도 기안84에게 달렸다. 그는 "인도는 기안84가 가고 싶었던 나라라 선택했다. 인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봤는데 갔다 와서 느낀 건 '내가 인도를 모르고 있었구나. 이렇게 많은 다양성을 가진 나라인데'였다. 편견이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가능하면 가감 없이 다양한 부분을 담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사진=MBC 제공]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기안84. [사진=MBC 제공]

이어 "바라나시에서 인도 전통과 역사를 보여준 뒤 뉴델리에서 인도의 현재를 보여주려 했다. 곧 나올 암리차르에는 평등을 실천 중인 분들이 있다. 무료 급식과 자원봉사 등 독특한 삶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히말라야는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도 불린다. 가기 쉬운 나라는 아니지만 그분들의 삶과 풍습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못 보셨던 인도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각 여행지의 의미를 덧붙였다.

또한 무계획 여행의 시작과 끝을 정해두고 그사이에 출연자의 재미를 채우려고 했다고. 이를 위해 제작진 개입이 제로(0)에 가까웠다. 그는 "출연자가 원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여행지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사람들이 출연하는 예능이다 보니 인물에 더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며 "출연자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현실 가능한 스케줄인지 고려하며 정했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여행지로는 '히말라야'를 꼽았다. 그는 "남미를 다녀와 고산지대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히말라야는 고산과 추위가 함께 있더라. 체력도 떨어지고 정신력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가장 당황한 돌발 사건은 12시간 뉴델리행 기차에서 벌어진 좌석 문제였다. "기차에 탑승해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출연자 자리에 다른 분들도 있었다"고 말한 그는 "같이 어울리는 부분은 생각 못 했던 부분이라 당황스러우면서도 그 안에서 생기는 관계들이나 예상치 못했던 인도 현지 분들의 이야기도 듣게 돼서 재미있었다. 제작진도 더위 등으로 힘들었지만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임했다"고 전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빠니보틀(오른쪽). [사진=MBC 제공]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빠니보틀(오른쪽). [사진=MBC 제공]

이런 상황 속에서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은 빠니보틀이었다. 빠니보틀은 힌디어로 물을 뜻하는 '빠니'와 병을 의미하는 '보틀'의 합성어를 예명으로 쓰고 있을 정도로 인도에 빠삭했다. 여행 고수로서 기안84와 덱스를 중재하는 역할도 했다.

김지우 PD는 "기안84와 덱스는 장지컬도 다르지만 흥정 방식도 다르다. 돈 계산에 있어 누군가는 손해 보지 않느려고 하고, 누군가는 더 내더라도 여행 자체의 낭만을 느끼려고 한다. 빠니보틀이 둘 사이를 매꾸는 좋은 중재자 역할을 해준 것 같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기안84가 이른바 '눈퉁이'를 맞은 것을 중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여행하며 겪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흥정을 해볼까', '가격을 깎아볼까'라는 생각과 반대로 '여행인데 한국의 물가랑 비교해 불합리를 찾아내려 하지말고 받아들이고 해보자' 이 모든 게 여행의 일부분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제재하지 않았다. 물론 빠니보틀이 기안84의 지갑을 뺏으며 장난스레 중재를 하지만 원하는 것을 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안84와 덱스 중 여행을 간다면 누구와 가고 싶냐고 묻자 "여행은 기안84와 가고 싶고 방은 덱스와 쓰고 싶다"는 대답을 내놨다.

김지우 PD. [사진=MBC 제공]
김지우 PD. [사진=MBC 제공]

◆ 시즌3으로 돌아오며

앞선 언급과 같이 올 연말 MBC 연예대상 대상 후보에 기안84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자자하다. PD로서는 출연자가 프로그램을 통해 수상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 김지우 PD는 "언급만으로 영광이고 대상을 탄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탄다면 너무 좋겠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시즌2 종영 전부터 전해진 시즌3 소식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며 다음 여행지는 "즐겁게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채워갈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제작진도 출연자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만들고 있다. 단순히 '저 사람들이 이런 여행 하는구나'가 아니라 '이들과 같이 여행하면 어떤 기분일까'를 느끼게 해드리려고 고민한다. 일요일 일과를 잘 마치고 맛있는 것 드시면서 '여기는 평소에 가보기 힘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군'과 같은 생각을 하시길 바란다. 프로그램의 우발성과 재미에 끝까지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태계일주는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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