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38·김희민)가 강력한 MBC 연예대상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로 예능에 입문한 기안84가 7년 만에 막강한 대상 후보에 올랐다. 2021년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2년 만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전폭적인 시청자 지지를 받으며 대상 후보로 거론됐으나 그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긴 전현무에게 대상이 돌아갔다. 기안84는 그해 '나 혼자 산다'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로 멀티 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2013년 나 혼자 산다에 첫 출연하며 고정 예능을 시작한 기안84는 당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연예인들의 일상으로 사랑받은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자들은 그동안 친근함을 전달하되 시청자가 예측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선보였다.
하지만 기안84는 달랐다. 그는 꾸밈없는 날 것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이성적인 행동보다 충동적인 행동이 주를 이뤘고 인간 본능에 충실했다. 타인의 시선에 뒤로 물러서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에 맞춘 리얼 '나혼산'이었다.
물론 이러한 충격이 모든 시청자의 환호를 부른 것은 아녔다. 솔직한 모습을 좋아하는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방송인다운 모습을 보여 달라 요구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두 입장 모두 이해되는 결과였다.
극명하게 갈리는 시청자 평에 일회성 출연으로 마무리 지을 수도 있었지만 나혼산 제작진은 기안84이 가진 캐릭터 가치에 주목했다. 이상하지만 이상하게 중독성 있는 캐릭터. 이상하면 이상했고 매력적이면 매력적이었던 그동안의 캐릭터들과는 다른 획기적인 양면성이었다. 이는 리얼리티를 증명하는 데 가장 필요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이후 전현무 지휘 아래 무지개회원으로 자리하며 이시언, 성훈, 헨리 등과 함께 '얼간이 라인'을 결성, '2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나래와의 러브라인도 프로그램 재미 요소로 시청자를 자극했다.
2017년부터는 박나래와의 베스트 커플상을 시작으로 2018년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우수상, 2019년 이시언, 성훈, 헨리와 공동 수상한 베스트 팀워크상, 헨리와의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며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필터링 없는 수상소감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남자 최우수상은 기안84에게 돌아갔다.
기안84는 최근 방송된 10주년 파티에서 "이렇게까지 오래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나혼산 멤버는 10년 사이 많이 변했다. 전현무의 일시적인 부재도 있었다. 이 가운데 기안84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동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출연자로 조금씩 성장했다.
안타깝지만 제작진 의도와 주변 출연진의 지지, MBC 내 입지 등과 상관없이 지난 몇 년만 해도 기안84에게 불호를 드러내는 시청자는 계속됐다. 민용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2019년 수상소감 논란 당시 "기안84를 왜 방송에서 더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젠 정말 그만 보고 싶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의 한계도 있었다. 나혼산 멤버와 함께하는 모습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올해 경쟁상대 없는 대상 후보로 올랐다. 여기에는 '태계일주' 영향이 컸다.
현대인의 자조적인 농담이 아닌 진짜 '태어난 김에 사는' 기안84는 지난해 나혼산 조연출로 만난 김지우 PD와 손 잡고 새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론칭했다.
태계일주의 주인공은 기안84였다. 프로그램 중심이라면 모든 출연자를 아우를 줄 알아야 했기에 스스로 건사하기에도 벅찬 기안84가 중심축 역할을 맡을 거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반면 김지우 PD는 10년 전 나혼산처럼 기안84가 지닌 의외성에 주목했다. 엇비슷한 여행 예능 범람 속에서 기안84만 있다면 예측불가능한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의 생각은 정확하게 통했다. 기안84의 무계획 여행은 제작진 계획하에 이뤄지는 화려한 여행이 아닌 평범한 이들이 겪는 여행의 돌발성과 고충을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또한 일반 사람들은 쉽게 도전하기 힘든 여행지를 택함으로써 시청자 갈증을 해소했다.
기안84에 대한 평가는 태계일주를 기점으로 크게 변화했다. 그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시청자들도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할 정도. 시청자 비판 주안점이었던 그의 돌발 행위는 새로운 공간을 만나 '순수'와 '자유'라는 단어를 달았다. 자신을 가두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자 '미워할 수 없다'는 평이 지배적으로 자리했다.
시즌1은 최고시청률 5.2%를 달성, 제35회 한국PD대상 TV예능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첫 기획 때만 해도 시즌제 가능성이 없었지만 파일럿 성공을 업고 시즌3까지 제작을 확정했다. 지난달 첫 방송된 시즌2은 15일 기준 최고 시청률 5.8%를 기록했다. 이는 위축된 MBC 예능 시장에 찾아온 새로운 불꽃이었다.
전년도 대상 수상자 전현무는 최근 나혼산에서 기안84를 향해 "대상 미리 줄까?"라고 묻는가 하면 "지난주 (팜유 세미나가) 터졌다. 누구 보란듯이 완전히 터져 버렸다"고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MBC로서는 기안84를 대상 후보로 고려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 여기에 전현무까지 경쟁자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니 기안84의 대상 수상은 더이상 '설'이 아닌 '가능성'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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