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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뮌헨 '철기둥' 변신... 손흥민 이적료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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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뮌헨 '철기둥' 변신... 손흥민 이적료 넘었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7.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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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원래는 되게 부끄러웠어요. 저만 엄청 큰 차를 타고 가니까… 아버지가 멍게를 배달하셨는데 다시 통영으로 가지고 오는 일을 하셨어요. 저를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들러 내려주고 가셨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승용차 타고 오는데… 당시에는 부끄러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바쁜 와중에도 저를 데려다주시고 저를 생각해서 태워주신 거니까요.”

축구선수 김민재(26)가 지난해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을 마치고 그해 12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해 MC 유재석에게 한 말이다. 김민재는 수원공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2년 U-17(17세 이하) 대표팀에 뽑혔다. 김민재의 아버지인 김태균 씨는 소집 날 새벽마다 대형 트럭에 아들을 태우고 통영에서 출발해 파주까지 7시간을 운전했다. 김민재의 고향은 통영이다.

김민재는 이런 아버지를 보며 “열심히 성공해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실패라는 게 머릿속에 없었던 것 같아요.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철기둥'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과 5년 계약을 했다. [사진=뮌헨 홈페이지]

김민재의 성장까지는 가족의 헌신과 선수 본인의 노력이 있었다.

김민재는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190cm의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 등 우람한 신체조건뿐만 아니라 달리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최고 속도 34.2km/h를 기록했다. 뮌헨의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25·34km/h), 지난 시즌까지 뮌헨에서 뛰다 파리 생제르맹((PSG)로 이적한 뤼카 에르난데스(27·33.4km/h), 뱅자맹 파바르(27·32.9km/h)보다 빠르다. 속도가 좋으니 활동 반경이 넓다. 공격에 가담했다가도 엄청난 속도로 수비라인까지 내려온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 [사진=뮌헨 홈페이지]

김민재는 21살이던 2017년 K리그 전북 현대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해 2시즌(52경기)을 뛰었다. 첫해부터 전북의 주전으로 도약한 그는 영플레이어상(신인왕)을 받고 리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2018시즌을 마친 뒤에도 리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린 그는 2019년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다. 궈안에서 2시즌을 뛰면서 유럽 구단에 관심을 받은 그는 2021년 8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와 계약했다. 프로 데뷔 약 3년 만에 유럽 무대 진출을 이뤘다.

페네르바체에서 곧바로 주전 센터백(중앙수비수)으로 자리 잡은 그는 2021~2022시즌 정규리그 31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40경기를 소화했다. 빅리그 팀들의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페네르바체 입단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나폴리로 이적해 빅리그에 입성했다.

2017년 전북 현대 신인 시절이던 김민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7년 전북 현대 신인 시절이던 김민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민재는 곧바로 안정된 수비 실력을 뽐내면서 지난해 9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뽑혔다. 2019~2020시즌부터 시상한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아시아 국적 선수가 선정된 것은 김민재가 처음이었다.

김민재의 활약 속에 나폴리는 세리에A 개막 15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다. 시즌을 마칠 때까지 큰 흔들림 없이 선두를 달렸고 리그 33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나폴리는 리그 최소 실점(28골)을 기록했는데 김민재 효과를 제대로 맛본 셈이었다. 우승하자 나폴리 시내에서는 김민재의 팬들이 “KIM!(김) KIM!”이라며 김민재의 성(姓)을 연호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리그 35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45경기에 나서면서 쉴 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시즌을 마치고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되면서 주가를 더욱 올렸다.

김민재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홈팬들과 세리에A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팬들이 환호하며 흔드는 깃발 속의 인물은 33년 전 우승을 이끌었던 디에고 마라도나다. [사진=EPA/연합뉴스]<br>
김민재가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홈팬들과 세리에A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팬들이 환호하며 흔드는 깃발 속의 인물은 33년 전 우승을 이끌었던 디에고 마라도나다. [사진=EPA/연합뉴스]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는 처음 출전해 나폴리의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시즌을 마치기 전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포함해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PSG가 김민재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 시즌을 마칠 때쯤에는 맨유행이 유력한 것처럼 보였으나 마지막에 웃은 건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 FC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뮌헨은 19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나폴리와 김민재의 이적 협상을 끝냈다. 2028년까지 5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등번호는 나폴리에서 달았던 3번 그대로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 [사진=뮌헨 홈페이지]

뮌헨과의 자세한 계약 내용이 나오진 않았지만 나폴리에 지급한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금액은 5000만 유로(약 71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은 1200만 유로(약 172억원) 수준이다.

이로써 김민재는 이적료 부문에서 역대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 선수 최고 금액이었던 손흥민(토트넘·3000만 유로)을 뛰어넘었다. 최근 PSG으로 이적한 이강인(2200만 유로)이 한국인 역대 최고 이적료 3위다.

뮌헨은 분데스리가 리그 우승 33회, UCL 우승 6회 등을 한 독일 최고 명문 구단이다. 2012~2013시즌부터 리그 우승 11연패를 달성했다.

김민재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에른은 모든 축구 선수의 꿈"이라며 "뮌헨에서의 새로운 시작에 기대가 크다. 여기에서 계속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구단과 이야기하면서 나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며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 목표이고, 가능한 많은 우승을 달성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국 선수가 독일 무대에 진출한 것은 1978년 '차붐' 차범근이 다름슈타트에 입단한 게 최초다. 박종원, 박상인, 김주성, 차두리, 안정환, 이영표,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 박주호, 홍정호, 류승우, 김진수, 정우영, 권창훈, 황희찬. 이재성 등이 진출했다.

지금까지 뮌헨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는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과 이현주(20·베헨 비스바덴)가 있었지만 주전으로 발돋움하진 못했다.

김민재의 데뷔전은 오는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맨시티와의 친선전이 될 전망이다. 뮌헨은 29일 가와사키(일본)와 친선 경기를 치르고 다음 달 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리버풀과 프리시즌 일정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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