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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절부절 시선은 아래로, 이런 정우성은 처음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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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절부절 시선은 아래로, 이런 정우성은 처음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7.24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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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첫 도전은 설렘과 동시에 불안, 기대, 스스러운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을 가져온다. 데뷔 30년차 배우 정우성(50)도 예외는 아녔다.

정우성은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자신의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연출과 주연으로 나서는 정우성을 포함해 배우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박유나가 자리를 채웠다.

영화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정우성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정우성.
정우성.

정우성은 2014년 '킬러 앞에 노인'이라는 단편영화를 연출하며 메가폰을 잡고 이윤정 감독의 '나를 잊지 말아요(2016)'를 통해 제작자 타이틀을 걸기도 했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장편 영화를 내놓으며 정식 감독 데뷔 절차를 밟는 것. 앞서 '청담부부'로 남다른 케미를 자랑한 이정재가 첫 연출작 '헌트(2022)'를 통해 연출력과 흥행력을 모두 인정받았기에 정우성의 장편영화 또한 어떤 기록을 남길지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이 때문일까. 이날 현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평소와 다른 모습의 정우성이었다. 항상 당당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공식석상을 빛내온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질문에 답하는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가 하면 관람을 독려하는 마지막 인사에는 부끄러움과 설렘 등이 뒤섞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기대해 달라"는 짧은 문장만 힘겹게 내뱉었다.

정우성의 인간다운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현장에 김남길은 "이런 모습을 두 번째로 본다. 해외 영화제에서도 집중하지 못하고 2~30분 정도 꼼지락거리더라"라며 "아마 무언가를 오픈하기 전에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 때문이이었던 것 같다. 관객분들이 너무 즐겨주시니까 그제서야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정우성.
정우성.

1994년 영화 '구미호'를 통해 데뷔해 생의 절반 이상을 영화계에 몸 담아온 정우성도 첫 도전이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헌트 개봉 당시 주연 배우로서 이정재 감독의 곁을 든든하게 지킨 그가 연출자의 위치에서 영화를 이야기하는 날이 온 것. 

정우성은 국내 개봉 전부터 헌트와 나란히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것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정말 좋다. 동료이자 친구, 파트너인 정재 씨와 영화를 같이 만들고, 영화제에 초대되고, 각자의 입장에 서서 영화를 출품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감정을 교감하고 서로 축하해 주고 같이 즐겼다. 이런 기회를 또 맞이할 수 있을까. 오래동안 간직해야 할 기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보호자만 놓고 봤을 땐 선물하고 싶은 대상이 따로 있는데 그 선물을 여기저기 들고 돌아다니는 기분이 들더라. 해외 관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실 때마다 빨리 한국 관객들이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 시간은 이상한 외로움을 주는 시간이었다.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매를 맞더라도 한국 관객에게 맞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보호자는 당초 정우성을 주연으로만 출연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보호자를 통해 입봉하기로 계획된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며 정우성이 연출을 맡게 됐다.

박유나(왼쪽부터), 김준한, 박성웅, 김남길, 정우성.
박유나(왼쪽부터), 김준한, 박성웅, 김남길, 정우성.

정우성은 "그 시기에 액션 영화를 한 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시나리오를 받았고 빠른 시간 내에 보여드리기에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연출을 못한다고 하길래 이 프로젝틀 위해 시간도 비워뒀으니 '내가 한 번 연출을 해볼까'했다. 그러니 제작을 맡고 있는 송대찬 프로듀서가 기다렸다는듯 '네, 선배님'이랬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번 현장을 통해 '책임감'을 되새겼다고. "좋은 이야기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책임감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한 정우성은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배우들에게는 만족도를 선사하고 싶었다. 그건 절대적인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 책임감의 무게와 책임질 수 있다는 오만한 자신감이 현장을 더 소중한 장소로 만드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무조건 즐거웠으면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전하는 '감독 정우성'은 원하는 바가 명확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감독이었다. 이것이 초반에는 구속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나 대화를 통해 방향성을 논의하면서 모두가 현장에 녹아드는 결과를 맺었다. 또한 그는 오랜 연기 경력으로 누구보다 배우를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배우의 입장에서 각 캐릭터가 돼 연출 방향을 전했다.

평소 정우성을 존경해 왔다는 김남길과 김준한은 이번 작업을 통해 정우성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앞다퉈 이야기했다. 정우성과 절친한 사이인 김남길은 "연출하는 분들에게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하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크고 작은 영화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우성이 형과 유명한 카메라 감독님을 통해 딱 두 번 들어봤다"며 "(우성이 형은) 눈물이 날 만큼 저를 이해해 주고 있었고 저를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더 좋아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남길.
김남길.

어린 시절부터 '비트(1997)' 등 정우성의 출연작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운 김준한은 "오랜 시간 감독님을 사모했다"며 "남길이 형과 누가 더 사랑하나 대결이 있을 정도였다. 남길이 형이 선배님을 '내 남자'라고 하는데 저도 '내 남자'이고 싶다. 선배님이랑 작업하며 연기자 선배님으로서의 존경심도 커졌고 동생처럼 아껴 주시는 것들이 많아서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며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형을 얻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준한은 정우성이 직접 러브콜을 보낸 배우였다. 첫 연출작인 만큼 개인 관계가 얽히지 않은 캐스팅을 하고 싶은 욕심에 김남길, 박성웅 모두 다른 경로를 통해 전달했지만 김준한은 욕심이 더 앞섰다. 정우성은 "준한 씨는 '박열(2017)'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이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을 통해 만났고 저와 붙는 신은 없었는데 현장에서 우연히 연기 분량을 봤고 너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이 배우는 뭘까 궁금했다"며 "같은 작품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호자를 연출하며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김남길에 대해서는 "사적인 친분, 동료로서의 시간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 연락하는 게 맞는지도 고민됐다. 사적 감정이 아닌 각자 맡은 일에 대해 생각해야 하기에 본인이 마음에 들어 의기투합했으면 했다.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의기투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성웅 캐스팅 또한 "성웅 씨가 사적인 마음에 행보가 좌지우지되는 의리파다. 절대 그 마음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프로듀서를 통해 연락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우성이가 하면 해야지'하고 호탕한 마음으로 와주신 것 같다. 그걸 넘어서기 위해 감독으로서 퍼포먼스를 입증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남길(왼쪽), 정우성.
김남길(왼쪽), 정우성.

정우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김남길의 새 얼굴을 꺼낸다. 인간 김남길을 보여주는 것. 그는 "김남길 씨는 저랑 한 번도 작품에서 만난 적이 없다. 사적인 자리에서 더 많이 본다. 제 앞에서 보여주는 행위와 표현하는 방식이 익살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그런 김남길의 모습이 수혁이라는 답답하고 무거운 캐릭터를 덜어줄 수 있는 반대 밸런스로 자리할 거라 생각했다"며 "김남길 배우가 제가 원하던 우진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감독 정우성과 함께한 세 배우의 기억은 어떨까. 김남길은 "일단 굉장히 어려웠다. 배우에 관한 모든 걸 알고 계시니까 도망갈 구석이 없었다. 배우의 연기 호흡을 알고 연출하시는 감독이 있고 배우를 미장센 중 하나로 생각하고 연출하시는 감독이 있다. 감독님은 두 부류 중 전자였고 배우의 연기 호흡을 다 알고 계시니까 무섭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디렉션이 명쾌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캐릭터가 명확해서 웃으시면서 오케이라고 하면 오케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은 현장에서 반항심도 들어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라고 하면 아니라고 할 때도 있는데 정우성 이거라고 하면 '그게 맞다'며 시키는 대로 했던 현장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웅도 "30년차 배우 출신 감독님, 영화계를 끌고 오신 분이라 보호받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으며 김준한은 "본인이 배우이시다 보니까 제 캐릭터 디렉션을 주실 때도 1인칭으로 들어가 아이디어를 주셨다.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박유나는 "저는 신인이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었는데 무료 연기 레슨을 받는 기분이었다. 편하게 연기했다"고 전했다.

정우성은 보호자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한국의 톰 크루즈'인 그는 스턴트 배우 없이 액션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고. 김남길은 "저도 몸 사리지 않는 걸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데 비빌 때가 아니더라. 이런 것도 직접하나 싶을 정도"라며 "이번 영화를 하고 나서 다른 액션 작품을 할 때 '이건 위험하다'고 하면 '우성이 형은 직접해. 이 정도는 해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이랬다. 그런 걸 보면 더 겸손해지는 현장이지 않았나 싶다"고 알렸다.

보호자는 내달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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