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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대비 '티끌'... 280억의 기적 '더 문'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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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대비 '티끌'... 280억의 기적 '더 문'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7.2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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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제작비 280억원의 SF영화 '더 문'이 광활한 우주를 그려낸다.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도경수(엑소 디오), 김희애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 문은 '신과함께' 시리즈로 총 2668만명의 관객을 모은 '쌍천만 감독' 김용화의 5년만 신작이다.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 분)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분)의 사투를 그린다. 

김용화 감독(왼쪽부터), 도경수, 김희애, 설경구.
김용화 감독(왼쪽부터), 도경수, 김희애, 설경구.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실감나는 우주를 어떻게 구현할지가 관건. 김용화 감독이 밝힌 제작비는 총 280억원으로 1편, 2편을 합쳐 400억원을 들인 신과함께 시리즈보다 100억원 가까이 늘었지만, 할리우드 SF영화 '인터스텔라'가 1억6500만달러(한화 2105억원), '그래비티'가 1억달러(한화 1276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국내 VFX 기술력이 할리우드를 웃돈다고 전해지고 있긴 하나 제작비는 무시 못할 차이다. 

김용화 감독은 "280억원이 적은 예산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런 예산으로 SF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VFX에 들인 비용도 할리우드 대비 말도 안 되게 적은 비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개봉한 우주 배경의 한국 작품 중 영화 '승리호'는 240억원,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25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작품 역시 우주 구현에 아쉬움을 빚었지만 세트 장면이 많아 큰 이질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반면 더 문은 우주 자체가 주인공일 정도로 많은 사건이 우주에서 벌어진다. 단어 그대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작품에 일반적인 한국형 텐트폴 제작비가 투입된 것. 그렇기에 저비용 고효율이 매우 중요했다.

김용화 감독.

이를 위해 김용화 감독은 샷 수를 줄이고 앵글과 텍스처에 승부수를 뒀다. 사실에 가까운 정교한 품질에 공을 들인 셈이다.

김용화 감독은 '다누리'를 예로 들었다. 다누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해 2022년 8월 발사한 대한민국 최초 달 궤도 탐사선이다. 같은 해 12월 28일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으며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에 등극했다. 다누리는 달 착륙지 선정을 위한 달 표면 고해상도 영상 촬영, 달 지질과 자원 탐사, 달 자기장 지도 획득, 방사능 세기 및 고에너지 입자 밀도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다누리는 달의 앞면과 뒷면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NASA(나사)에 팔고 있다. 그 정도로 한국 달 탐사선은 어마어마한 기술을 갖고 있다. 달에는 어떠한 대기도 없기 때문에 촬영시 굉장히 선명한 해상도를 자랑한다"며 "영화가 그 정도 해상도를 지녔다. 4K로 렌더링하면서도 실제 기술을 표현하지 못하면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알렸다.

이날 최초 시사를 통해 공개한 영화는 할리우드 대작에 비교해 아쉬운 CG 퀄리티를 지녔지만 고해상 영상이 선사하는 선명도를 통해 경이에 가까운 그림을 완성했다. 여기에 퀄리티 문제는 김용화 감독의 강점인 '인물 관계를 통한 서사'로 채웠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 내적으로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감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올곧게 표현해준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며 "우주 안에 사람이 있다. 영화를 마치고 보니 사람이 좋았더라. 누군가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다 사랑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관객들에게 그런 면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의 모든 SF영화들이 참고 대상이었지만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4년 전부터는 보지 않았다. 우주 재난 영화 플롯이 3가지 안쪽에서 끝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넘어서려 했다. 감정적 쾌감을 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도경수.

더 문은 신과함께 시리즈를 아우르는 메시지인 '용서'가 그대로 담긴다. 그는 "저도 만들고 나서 놀랐다. 같은 이야기를 또 했나 싶을 정도였다"며 "지금의 저에게 용서, 구원, 위로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신과함께 때 그 이야기를 해 2600만 관객이 사랑해 주셨는데 더 멋지게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잠재돼 있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 인간이 인간답게, 가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용서하는 것보다 용서 받으려는 용기, 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을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문 속에 담긴 감정에 대해서는 "단일한 감정 레이어보다는 다층적으로 구성됐으면 했다. 더 문은 슬프지만 기쁨이 있고, 괴롭지만 작은 희망이 있는 비터스위트(Bitter-Sweet)한, 달콤씁쓸한 장면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다"며 "문영(김희애 분)이 희생하고, 재국이 다시 구하려는 마음, 선우가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가 섞여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 속 우주는 도경수의 우주 유영 연기로 완성된다. 도경수는 "힘든 점은 없었다. 와이어가 한 줄이 아니라 다섯 줄 정도 묶여 있는 특수 와이어를 써서 타이밍을 잡고 유영하는 점이 힘들긴 했지만 저를 너무나 잘 이끌어 주셔서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또 세트나 우주복이 실제처럼 만들어져서 훨씬 크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용화 감독은 우주 유영 장면의 촬영 방식에 대해 "샷의 크기와 물리적 길이에 따라 배우가 해도 무리가 없거나 어색하지 않은 샷 정도는 와이어를 차고 연기했다. 무술팀과 촬영 3개월 전부터 유영 장면을 훈련했다. 소화가 되지 않는 부분은 VFX 힘을 빌려서 애니메이터들이 공들인 샷을 섞었다"고 설명을 더했다.

김용화 감독만의 이스터 에그도 자리한다. 김용화 감독이 2013년에 선보인 '미스터 고' 속 링링이 인형으로 등장해 선우 곁을 지키는 것. 미스터 고는 서커스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 고릴라 링링이 한국 프로야구에 등판해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자랑했지만 누적 관객 수 132만명의 흥행 참패를 맛봤다.

이후 링링은 신과함께 시리즈 등 김용화 감독 영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용화 감독은 "그때는 어마어마하게 기대한 작품이었지만 세상과 접촉하기에 설익은 부분이 있었다. 나부터 이 자산을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소품을 등장시키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도경수가 속한 그룹 엑소(EXO)와 연관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바로 엑소 멤버 찬열의 누나인 아나운서 박유라가 그 주인공이다. 박유라는 극중 아나운서로 분한다. 이에 대해서는 "찬열의 누님이 유명하신 아나운서라 방송국에 제안했고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모니터링에서 틀어진 부분이 있어는데 개런티를 받지 않고 보충 촬영도 해주셨다. 찬열, 경수가 멋진 그룹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서 그런 차원에서 부탁했다"고 이야기했다.

황선우의 우주 탐사 동료로 등장하는 김래원, 이이경은 김용화 감독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출연이 성사됐다. 김용화 감독은 "김래원 씨는 중앙대학교 후배다. 사회에 나와서 작품을 함께한 적은 없지만 인연이 닿아 선후배로 지낸다. 어렸을 때부터 대단한 배우였는데 '감독님의 작품은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고 하길래 '다음에 더 큰 작품을 하고 이번에 이건 어떠냐'고 해서 함께하게 됐다. 이이경은 엄청난 재능이 있고 재미있는 데다 인성도 좋다고 해서 두 번 정도 봤는데 너무 괜찮더라.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더 문은 내달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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