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스포츠JOB아보기(8) 엄규선] 체육교육과 재학생이 호주로 떠난 까닭은
상태바
[스포츠JOB아보기(8) 엄규선] 체육교육과 재학생이 호주로 떠난 까닭은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08.2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변지유 객원기자] 한국인이라면 운동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어렸을 적 태권도장에 다닌 경험이 한 번쯤 있지 않을까. 종주국답게 태권도는 가장 보편적이고 친숙한 종목이다.

최근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태권도장은 동네에 가장 많은 운동 시설 4위다. 점유을 5%로 헬스장(35%), 골프장(20%), 필라테스장(19%) 다음일 정도로 숫자가 많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태권도의 인지도는 어떨까? 이젠 올림픽에서 태권도의 금메달을 당연시 할 수 없는 것처럼 해외 저변도 무척 탄탄해졌다. 국내 대학 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태권도 트레이닝 캠프를 진행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해외 학교가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태권도 수업을 개설하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의 한 학교에서는 태권도가 필수 이수 과목이며 2011년 이후로 전교생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 스터디팀 '스미스'가 호주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고 있는 인물을 취재했다. 비교적 명확한 진로를 가진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임에도 외국으로 떠난 이유를 물었다.  

호주 생활을 즐기는 엄규선.[사진=본인 제공]
호주 생활을 즐기며.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엄규선입니다. 한국에서는 건국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재학하다 휴학 후 호주로 왔습니다."

-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한 순간이 있다면?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인해 대학생활을 잘 즐기지 못했습니다. 2학년이 된 후에는 대학생활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1학년을 즐기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던 도중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알게 된 분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 현지 생활은 어떤지.

"태권도 사범과 한국식 고기뷔페에서 일하며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주 6일은 일을 하고 함께 온 친구들, 아는 언니 두 분과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호주는 겨울이라 지금은 하지 못하지만, 원 없이 하늘을 보며 공원에 누워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 현지에서 태권도 사범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아이들에게 태권도 동작을 설명하며 언어의 장벽을 느끼고 답답할 때가 꽤 있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만족합니다. 현재 근무하는 태권도장에서는 3개월에 한번 승급식이 있는데 아이들이 그동안 배운 것들을 보여주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언어가 달라 어렵지만, 다양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체육교사를 희망하는 제 적성과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 호주에서 태권도의 인지도와 인식은?

"제가 거주하는 멜버른은 지역마다 두세 군데의 도장이 있고 호주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태권도 사범이라 알리면 태권도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호주에서 배우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은 태권도 겨루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도장을 좋은 예절을 배우는 곳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태권도 수업 중인 엄규선.[사진=본인 제공]
태권도 수업 중. [사진=본인 제공]

- 수업 구성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태권도 기본기를 통해 몸을 풉니다. 기본기로는 발차기와 지르기가 있습니다. 몸풀기가 끝나면 공격과 방어로 이뤄진 손기술을 가르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술의 명칭을 영어로 설명한 후 기술명을 한국어로 외우게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한국말을 열심히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추가로 품새를 가르치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방식의 러닝과 발차기를 섞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 타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팁이 있다면?

"만약 요식업이나 서비스직이 아닌 직업을 원하신다면, 해외에 나가기 전 한국에서 찾아보고 연락을 통해 미리 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미리 지인을 통해 태권도 사범 자리를 찾아보고 왔기 때문에 수월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인이 없다면 호주의 경우, 인터넷에 '호주 구인구직 사이트'를 검색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시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사이트를 찾아 미리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타국 현지인이 운영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경우에는 외국 이력서인 '레쥬메'를 작성하고 직접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가 이력서를 주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나요?

"처음에는 대화할 때 마다 많이 긴장했습니다. 호주에서만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낯설어서 자꾸 잊거나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휴지를 냅킨, 티슈 같은 영어로 표현한다면 호주에서는 서비에트(serviette)라고 표현합니다. 소통에 벽을 느낄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검색하는 것을 반복하니 지금 일하는 곳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단어들을 외울 수 있었습니다."

- 본인만의 영어 공부 비법이 있다면?

"특별히 공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고, 더 나은 설명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기 때문에 화상통화 영어 수업을 받을 계획입니다."

- 워홀을 통해 가장 발전한 역량은?

"영어를 듣거나 말할 때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집중력을 높이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역량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영어를 들을 때나 말할 때, 문법이나 발음에 자신감이 없어서 망설이는 시간이 길었다면 현재는 조금 틀리더라도 많이 말하려 노력하고 있고 내가 들은 정보에 의심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범님들에 비해 영어 실력이 낮은 대신, 아이들을 집중하게 하고 운동을 지도하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호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범 일에 적응하던 때, 승급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잘 모르는 아이에게 새로운 띠를 줬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 다시 승급식이 되었을 때, 그 아이는 제게 다시 새로운 띠를 받아갔습니다. 저에게 다가와 띠를 바꿔달라고 말하며 같이 사진을 찍자 했던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짧게 가르치는 아이들이지만 많은 감정을 겪고 배웁니다. 저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학생의 띠를 매주는 엄규선. [사진=본인 제공]
학생에게 띠를 매주는 엄규선. [사진=본인 제공]

- 사범대생들에게 워홀을 추천하시나요?

"해외에서 살아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으시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해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원하신다면 미리 일을 구하시거나 잘 알아보시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귀국 후 계획은?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귀국 후에는 3학년으로 복학해 중등 임용시험에 준비할 생각입니다.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생활체육지도자 2급과 한국사를 바로 준비해 응시하고 2학기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 워홀을 고민하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해외에 나와보니, 생각했던 것과 엇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했기에 뜻깊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상황, 워홀 나이제한도 있으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혹시 고민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도전하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