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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배우' 정우성의 한풀이 '보호자'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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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배우' 정우성의 한풀이 '보호자'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09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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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동=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남자들의 우상' 정우성의 액션은 달랐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는 말처럼 첫 장편 연출작을 통해 기존 감독들도 쉽사리 선보이지 못한 이상적인 액션에 도전했다. 그 도전에는 이제 관객 평가만 남았다.

느와르 액션의 잔혹성 고민은 모두의 숙제였다. 연출하는 감독은 물론 연기하는 배우, 관람하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야성의 액션이 아닌 조금 더 인간적인 액션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첫 장편 연출작으로 한국형 느와르 액션을 택한 감독 정우성은 이 고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가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토론토 국제영화제,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감독 겸 배우 정우성. [사진=연합뉴스]
감독 겸 배우 정우성. [사진=연합뉴스]

영화 스토리 라인은 '평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수혁처럼 평범하다. 자신도 당당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손을 씻으려는 조폭과 그를 제거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로, 여느 느와르 영화에서 봐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잔인한 액션에 치중되는 면이 없다. 액션 장면 또한 시각적인 자극을 덜어낸 극한의 은유로 풀어낸다. 기존의 액션을 기대한 관객은 수많은 물음표를 던질 정도로 특이하다. 그 면면에는 액션 배우로 살아온 정우성의 고민이 드러난다. 이를 따라가다 극 말미에 도달할 때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정우성은 이날 시사회 종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너무나 클리셰인 이야기인데다 소재 또한 액션 장르에서 이미 사용된 소재"라고 인정면서 "이 소재를 재생산해 낼 때 폭력에 대한 방식과 영화인으로서의 정당성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정우성이 아닌 다른 감독의 입봉작으로 예정돼 있었다. 예정된 감독이 중도 하차하면서 시나리오가 갈 길을 잃게 되자 주연 배우로 출연하기로 했던 정우성이 스스로 연출을 맡겠다고 선언했다.

감독 겸 배우 정우성(왼쪽부터), 김남길, 김준환, 박유나. [사진=연합뉴스]
감독 겸 배우 정우성(왼쪽부터), 김남길, 김준한, 박유나. [사진=연합뉴스]

첫 연출작으로 전형성을 택한 그는 "늘 완벽하게 준비된 도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감독을 하겠다는 의향이 있었고 감독을 할 거라고 말씀드리곤 했지만 언제가 될지는 저도 몰랐다"며 "그 타이밍에 연출할 기회가 생겼다. 이를 피하지 않고 눈 앞에 온 도전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했다. 스스로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겁 없는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도전을 통해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현 영화계에 새로운 도전의식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액션 배우가 선보이는 액션 느와르 기대에 대해서도 "저는 시나리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와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핍에서 오는 의도치 않은 행위로 일어나는 파장"이라고 전했다.

캐릭터 각자가 가진 결핍에 대해서는 "캐릭터들의 소통되지 않는 소통이 보였다. 그래서 블랙 코미디 장르라고 봤다. 성준(김준한 분)도 폭력의 세계에서 나름 2인자라는 스스로의 흡족함이 있지만 불안감과 열등감을 갖고 있다"며 "총을 들고 등장하는 장면은 자신의 불안감을 매꿀 수 있는 요소로 폭력의 정점에 있는 요소를 지니고 등장하는 거다. 그런 모습에서 성준의 자아 자체는 연약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보호자를 '귀여운 영화'라고 표현하기도. 그는 "본인들이 행하는 결과가 어떤 아픔으로 전달되는지 모르는 미성숙한 인간들이 귀엽게 보이더라. 상대를 공감으로 보는 게 아니라 직관적인 사고의 흐름으로 본다"며 "우진(김남길 분)은 이를 많이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다. '게임하는 거예요'라는 대사에서도 묻어나듯 타인의 고통과 감정이 스스로에게 전달되지 않고 본인의 재미에만 충실한 캐릭터로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감독 겸 배우 정우성. [사진=연합뉴스]
감독 겸 배우 정우성. [사진=연합뉴스]

아이가 납치된다는 클리셰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차별점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는 "연출할 때 가장 신경 쓴 건 '구해야 하는 아이를 이용하지 말자'였다. 아이를 나약하게만 그리지 않으려고 했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재하게 하자. 수혁은 딸을 통해 10년 전 살아온 삶을 후회하며 폭력 세계를 떠나려는 딜레마를 겪는다. 부자연스러운 폭력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며 "그런 그에게 아이의 엄마가 숙제를 제시한다. 아이의 아빠가 '평범하면서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숙제다. 그때 수혁은 어떤 고민을 할까. 수혁이 아이를 찾아가면서 마주하는 폭력을 고민하면서 영화의 개성이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수혁은 이 연장선으로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에도 폭발하지 않는다. 정우성은 "수혁이 감정적으로 잘잘못을 따진다면 이 영화는 기존에 나온 영화와 다를 바 없다. 분노, 폭주로 인해 폭력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피해가 정당화될 거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며 "수혁이 '너희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어'가 아니라 '너희 때문에'라고 말하는 것처럼 누구도 의도치 않은 상황인 거다. 수혁의 평정심은 그녀가 던진 미션 하나를 지키려 애쓰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깊은 고민과 달리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여러분에게 어떤 요소든 재미있는 요소의 영화이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작업 과정에서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 했냐고 하면 스스로 만족감이 있다. 연출할 때는 체력이 가장 힘들었다. 짧은 시간 동안 출연과 연출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이 버거웠다"고 털어놨다. 

행사 말미 정우성은 영화를 잘 부탁한다는 끝인사보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두 번 반복했다. 이는 장편 데뷔 감독으로서 받는 뜨거운 관심에 대한 감사와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음에 대한 감사처럼 들렸다.

보호자는 광복절 연휴가 이어지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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